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왕배정 지음, 이선애 옮김, 김희진 감수 / 한언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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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낳아 기르면서 아이들을 낳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아이들만이 보는 다른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두 사내아이들과 악다구니를 벌이는 일상을 살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의 존재가 고맙고 또 감사하다.

지난 2월 즈음이었다. 여섯 살 큰아이가 홍시였나, 곶감이었던가를 먹고 나서 감 속에 있는 씨를 화분에 심는 거다. 그리고 날마다 날마다 화분 속을 들여다 보면서 가끔씩 컵에 물을 받아 화분에 주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언제쯤이면 싹이 나느냐고 내게 묻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싹을 띄울 확률이 있기는 한가 하는 회의적인 생각에 결국 싹이 나지 않아, 실망하게 될 아이가 조금 걱정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아이가 엄마 빨리 와 보라고 손을 잡아끌기에 가봤더니 감씨앗이 싹을 티운 게 아닌가. 그게 지금은 15센티 정도 자랐다. 일견 생명이 없는 죽은 듯 보이는 딱딱한 씨앗이 땅에 심어지면 그게 싹을 틔워 생명을 잉태하고 연장시킨다는 놀라운 사실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된 아이의 신바람이 옮겨 왔나보다. 네잎클로버 씨앗모종을, 물을 넣어 불리는 배양토의 작은 화분에 심어 봤다.

이게 바로 식물을 잘 살리지 못하고 죽이는 데 일가견 있는 과거의 내가 몰랐을 세상이다. 

농사일은 해 본 적이 없지만, 어른들은 흔히 자식 키우는 일을 농사일에 비유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심초사 정성을 들여야 한다. 때 맞춰 해충을 잡아주고 피를 뽑아줘야 한다. 제 때 제대로 된 가르침을 줘야 한다. 시간과 노력,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부족하나마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아이들에게 정성을 들인다고 생각했지만, 그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나만 일방적으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퍼붓고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아이들에게 받는 사랑, 즐거움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엔 인색한 나 자신을 알게 됐다.

보통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미래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몰아붙인다. ‘공부 열심히 해라, 그래야 행복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는 미래의 보이지 않는 행복과 즐거움만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고해의 늪으로 어둡게 만들어 버린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 현실이 제일 중요하다. 오직 아이와 나만 누릴 수 있는 하루하루의 행복과 즐거움을 마음껏 즐기리라.

이 책은 그 즐거움을 그림책 읽기를 통해서 추구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림책 읽어 주기는 매우 간단하고 편리한 교육방법이다. 더불어 아이에게 사랑을 베풀면서 동시에 자신도 아이로부터 따뜻하고 진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

“이 책을 통해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것도 이것 하나다. 오로지 ‘인내’ 뿐이다. 당신의 아이를 대하며 인내가 바닥나려 할 때 언제든지 이 책을 펼쳐 힘을 얻기 바란다. 절대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하며 아이에게 안달하지 말라. 행복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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