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느 베이유 불꽃의 여자 - 교양선집 6
시몬느 뻬트르망 지음 / 까치 / 197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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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자주 그런 생각이 든다. 이기심이 없이는 일생을 견뎌 나갈 재간이 없다고. 하지만 시몬느는 나와 아주 다른 사람이다.

 

가진 자가 없는 사람을 온당하게 이해하기는 정말 힘들다고 본다. 더불어 한 사람이 온전히 타인을 위하여 살아간다는 것은 더더욱 힘들 것이다. 약자를 위하여 삶은 바친다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실제적으로 자신의 개인적인 구원을 바탕으로 한 것인 경우일 때가 많다. 그러나 유복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났으며, 보봐르와 사범 고등학교 동기(실제로 둘은 친분이 전혀 없었다. 보봐르의 어떤 기록에서 보면 시몬느 베이유가 보봐르의 차림과 행동을 보고 속물로 간주하고 가까이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한다.)이기도 한 철학자 시몬느는 약자 특히 노동자에 대한 순수한 관심 밖에 없었다.

 

시몬느 베이유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 주는 말은 아마 이 말일 듯하다.


“자신을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온당치 않은 부(副)를 거부한다.”


그래서일까 시몬느는 과거 여러 철학자들 중에서 스피노자를 좋아했다. 그의 용감하고, 순수하고,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굴하지 않고, 떳떳하며 독립적인 면을 좋아한 것이다.


“마르크스의 방법을 마르크스가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은 마르크스 자신의 시대였을 뿐이며, 그 방법을 오늘날의 시대에 적용시키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과거의 예언은 이 새로운 시대에는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는


“우리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자. 우리 자신 이외에는 아무에게도 기댈 수 없음을 알고 여기에 대비하도록 하자. 우리의 힘은 작은 것이지만 이 작은 힘이라도 우리의 이상과는 다른 목적을 가진 자들의 손아귀에 넘겨 주지 않도록 하자. 최소한 우리의 명예를 지키자.”라고 말한다.


이런 시몬느에게 세간에서는 ‘지식인 출신으로 노동 운동의 지도자인 양 자처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식으로 자뭇 공격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실상 시몬느는 노동자들에게 지식인의 지휘를 받지 않도록 경고해 왔으며, 노동자들에게 여러 가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그들 스스로가 노동 단체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협조자의 역할을 했다. 지성인 계급들은 노동자들과는 달리 자신을 희생하거나 사진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지는 않을 것이니 노동 조합의 문제는 스스로 고난을 겪고 이는 노동자들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몬느는 자신의 말과 행동의 틈을 절대 간과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직업 소개소를 통해 다른 노동자들과 똑같이 공장 생활을 했다. 그리고 그 생활 속에서 산업 사회에서 요구되는 생산 기구가 어떻게 자유로운 프롤레타리아에게 적합한 생활 조건이나 노동 조건과 화해할 수 있는지 모색하려 애를 썼고, 어떻게 해서 인간이 인간을 핍박하게 되고, 나아가서는 기계가 인간을 핍박하게 되는지 알고 싶어 했다.

 

그녀는 2차 세계대전 전후로 굶주리며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을 목도하고는 먹는 행위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갖게 된다. (시몬느의 죽음의 원인과 연결되는 내용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지 못했고, 다른 사람의 굶주림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누추한 잠자리와 거친 일과 약간의 식사를 고집했다. 병적으로.....


시몬느는 노동자들의 고통이 자신의 영혼과 살 속에 파고들어 왔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일생 동안 프랑스 자본주의의 모순과 투쟁하였고, 수탈당하는 노동자에 대한 옹호로 서른네살의 생애를 이 책의 제목처럼 찬란한 불꽃처럼 다하였다.



밑줄 그은 문장


힘의 지배를 깨달은 사람만이, 어떻게 해야 힘을 숭배하지 않을 수 있는가를 깨달은 사람만이 사랑과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                                                                                       -214쪽


너는 이미 이 시대의 공포에 져서는 안돼. 공포는 정말로 지옥에서부터 솟아올라오는 지옥 같은 감정이기 때문이야. 일단 이 공포에 빠지게 되면, 언젠가는 반드시 여기에서 벗어나야 해. 크나큰 파괴의 힘이 무서우면 무서울수록 일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며, 그 일을 완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질수록 사랑에 눈을 뜨게 되겠지.  

                                                                 -시몬느가 이 글의 저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256쪽


“강제적으로 단시간에 대가없이 일하게 되면, 다른 효과적인 자극이 없는 한, 사람들은 가혹한 형벌이나 압력이 없이는 일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장기간의 여가가 쌓이게 되면 일부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게 되는 스포츠에 탐닉하게 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이런 종류의 스포츠는 끊임없는 무장을 요구하기 때문에 강제 노동은 평생토록 연장될 것이다......”              

                                                   -<남부의 노트>지에 기재한 과학논평의 내용 중 일부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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