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Non Stop / Friedrich Gulda
Friedrich Gulda 연주 / 소니뮤직(SonyMusic) / 1997년 8월
평점 :
품절


굴다는 고전 음악을 전공한 피아니스트였다. 하지만 1960년대 초반에 이미, '현대는 재즈의 시대이지, 죽은 작곡가들의 시대가 아니'라며 자신은 '과거에 속하는 음악을 담당하는 박물관 안내원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선언을 한 이후로도 재즈와 고전 음악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유연성을 보여 준다. 이는 고전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다행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는 다양한 양식의 음악에 통달하고, 장르와 장르 사이의 장벽을 초월하며, 작곡가 겸 해석자로도 눈부신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동시대의 음악 동료들에게도 따끔한 비평을 피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굴다였는데, 그럼에도 주변 음악 비평계의 일인자인 카이저와 같은 이는 그를 '동시대인 가운데 가장 뛰어난 베토벤 해석자'라 평하고 있다.

허나 안타깝게도 이 실황 앨범에는 베토벤의 작품은 없다. 그렇지만 이 앨범이 아니면 듣기 어려운 굴다 그 자신이 작곡한 아리아(4번 트랙)가 있다. 이 곡은 쇼팽의 연약한 낭만주의에 대한 자신의 정신적 친화력을 표출한 것으로 감미롭고 편안한 분위기의 곡이다.

또한 듣는 이의 마음을 비감하게 만드는 연주곡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8번 트랙 쇼팽의 에뛰드 C마이너 Op.25 No.7 이다. 슬픔의 격정과 그 심연은 어디까지인가를 보여 주는 것 같은 그러면서도 격한 감정의 분출은 배제한 듯한 참으로 절제된 연주를 한다. 앞뒤의 모순 된 말 같지만 이 곡을 들으면 사실 그런 느낌이다.

이 앨범은 저 유명한 뭔헨에서 열린 '논 스톱' 연주회 실황 앨범이다. 그래서 연주 사이사이 박수 소리는 물론, 굴다가 피아노 연주를 하며 내는 콧노래도 살짝살짝 귀에 포착된다.(처음에 나는 이것이 웬 구렁이 우는 소리인가 깜짝 놀랐다.) 그는 연주회 때에 자유 분방한 태도로도 유명하다. 일테면 연주회의 일방적인 관행을 깨뜨리는 진행 방식이 그것인데, 곡들이 서로 유사해서 아무런 구별도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곡을 연주할 때면, 굴다는 장난스럽게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청중들의 박수를 유도하고 감사의 뜻을 표시한 다음, 청중들의 환호가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이고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잠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다음 곡을 연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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