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스 1
존 파울즈 지음, 현준만 옮김 / 문학동네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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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국 태생 작가인 존 파울즈는 프랑스와 그리스 등지에서 영어 교사 생활을 하다가, 1963년 <콜렉터>로 데뷔한다. <콜렉터>는 우리 나라에서도 소개가 되고, 연극 무대에도 자주 올려지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수년 전 '미란다'라는 이름으로 공연되어 연극계에 외설 논쟁을 휘말리게 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번역자 현준만은 머리말에서 이 작품이 어떻게 '벗기기 연극의 저본으로 탈바꿈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 소설은 출판과 함께 찬반 양론이 분분했다고 한다. 불분명한 결말로 끝나는 순전한 허구 놀음, 또는 지적 유희라는 비판도 있었고, D.H. 로렌스의 전통을 잇는 위대한 영국 소설을 향한 흥미 있는 시도라고 했다는 견해도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론계의 견해이고, 독자가 본 이 소설은 그저 흥미롭고, 기이하다.
상식만이 통하는 평균적인 지성만이 엄존하는 영국의 생활을 접고, 그리스의 외딴 섬의 영어 교사로 주인공 우르페는 자원을 한다. 그러나 막연히 동경을 품고 간 그리스 외딴 섬에서의 교사 생활도 권태롭기 그지없을 뿐이다. 그러다가 부라니곶을 방문하게 된다. 드디어 주인공이 이상한 나라에 도착한 것이다. 이 섬에는 불가사의한 인물, 콘치스가 산다. 그리고 그가 펼쳐보이는 신비의 영역으로 주인공과 독자들은 끌려 들어가게 된다. 주인공 우르페는 이 섬의 부라니곶에서 지금껏 확실하다고 믿어온 모든 관념과 지각이 거꾸로 뒤집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주인공 우르페를 포함한 등장 인물들로부터 속임을 당한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 내내 혼란스러운 모험을 겪는 장본인은 바로 주인공 우르페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발생하고 그 속에 번번히 빠지고 하는 것은 우르페 본인이 의도하지 않게 스스로 곳곳에 파놓은 함정, 즉 사건이 일어날 만한 여지와 꼬투리잡힐 단서를 곳곳에 심어 두고 다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가 주인공의 20대다운 지적 호기심도 한몫을 했을테고 말이다.

줄거리를 요약해서 정리하는 짓은 하지 않을란다. 이 글을 읽을 사람들이 혹시나 있을 수도 있는데, 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이 줄거리를 듣게 된다면 정말 김샐 것이다. 아무튼 전복할만한 이야기는 책이 1권에서 2권으로 갈수록 2권에서 3권으로 갈수록 가관이 되어 가고,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고, 아, 한마디로 이중으로 된 사기극에 말려든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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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12-12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참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마구스에 대한 홍보는 전무한 듯합니다.... 일례로 얼마전에 읽었던 열린책들에서 나온 프랑스중위의 여자 책 날개의 작가 주요 작품 소개하는 부분에도... 마구스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혹시 마구스 아닌 다른 제목으로 우리 나라에 알려진 건가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