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자의 노래 1
마루야마 겐지 지음, 조양욱 옮김 / 현대문학북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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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마루야마 겐지가 좋다. 소설가로서 사는 삶의 방식이 멋지다는 생각에서다. 자연으로 돌아갔고, 소설쓰는 일 하나만을 지향하며, 일체의 잡다한 관계들을 과감히 끊을 줄 아는 방식이 멋지고, 자연에 돌아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원의 삶에 일체를 이룬 양, 굴지도 않기 때문에. 더욱. 이 책은 1, 2권으로 되어 있는 줄을 모르고 책을 신청했는데, 받아보니 시리즈 도서를 1권만 주문한 것이 되었다. 1권을 읽다가 재미가 없으면 2권은 사보지 않겠노라 생각했다. 시작부분부터 내가 맘에 들어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다. 마루야마의 전신의 모습을 한 주인공이 나온다. 그가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도시에서 궁핍하고, 황폐하며, 피로한 어느 폐가에서의 생활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접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간다는 것이 소설 초반의 설정이다.

주인공은 자아를 찾아 방황한다. 그는 그러니까 '육체를 갈아없앨 정도로 강렬한 정신을 소유한 사람'이기를 희망하고, 그것이 꼭 반영된 작품 <도망치는 자의 노래>를 완성하려 하지만, 젊은 나이임에도 그는 때때로 인생 따위는 어차피 심심풀이이거나 시간 죽이기의 연속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한다. 우연한 일이 거듭 쌓인 것이 추억의 환영이 되고, 그것이 다시 쌓여 이 세상을 산 증거인 착각이 될 뿐이라고.... 그러다가 자신의 이상형이 투영된 듯 보이는 자형(누나의 남편)을 멀리서 보게 되고 그와 접촉을 시도하려 애쓴다.

마루야마는 이 작품에서도('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가 그랬듯이) '자유'를 소중히 다루려 했던 것 같다. 주인공은 '자유'를 구가하는 삶을 바라마지 않았지만 쉽지가 않아, 그의 역할 모델처럼 '자형'이 등장한다. 자형은 일본이라는 전체주의 국가 체제를 대상으로 폭탄 테러를 일으킬 줄 아는 '큰(?)' 인물됨이며, 수도승처럼 수행하는 것처럼이라도 해서라도 자유를 그토록 구가하고 싶어하는 주인공에게 자형은 사실 하나의 '심볼'이며, 역할 모델이고, 선의의 경쟁 상대이기도 하다. 자형의 정체가 드러나려 할 즈음 책은 2권으로 이어진다. 자형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다시 2권을 주문.

툭 까놓고 말해서, 2권부터는 1권에서의 서슬퍼런 독백들의 재탕이라는 느낌을 준다. 나온 주인공의 날선 각오와 내면의 독백, 그후 앞의 결심이 무색할 정도의 지리멸렬한 생활의 모습, 그런 자신에 대한 자책, 혐오의 말, 작품 도망치는 자의 노래를 완성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번민 등이 반복되고, 간간히 가뭄에 콩나듯 번쩍 하고 자형의 기행(奇行)을 목격하며 가슴 한 켠에 시심을 키우곤 하지만 곧 좌절감을 느끼는 둥 말이다. 마루야마가 다음 책에서는 자유 말고 다른 주제를 다뤄 주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한다. 굳이 또 '자유'를 노래하고 싶다면 직설적이고 방만한 독백투가 아닌 다른 방식이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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