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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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을 쓰는데 꼬박 6년이 걸렸다고 했다. 350권의 책과 1천여 편의 논문 등이 동원됐다하니 말이다. 그러니 독자 또한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기에는 양으로보나 질로보나 무리가 따를 법.

이 책은 리프킨이 펴낸 '미래 사회 가상 시나리오'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시나리오는 시나리오인데, 이 글이 본래의 시나리오라는 장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미래 사회를 내다 보는 그의 상상의 밑바탕에는 바로, 조목조목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의 현 상황을 들어 그의 가상을 충실하게 뒷받침하는 사례들과 실천적 지식들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그는 더 이상 소유는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온갖 물건을 빌려 쓰고 인간의 경험 세계까지 돈을 주고 사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되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리프킨의 말대로 '더 이상 일해서 번 돈을 재산의 형태로 차곡차곡 쌓아두는 데서 얻었던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게 될 거' 라는 생각을 하면 웬지 세상이 재미없어질 것 같기도 하다.

독자의 이런 볼멘소리가 나올 것을 예상이라도 하듯 리프킨은 다음과 같이 또 말한다. '접속의 삶의 양식으로 변화하면서 재산을 축적하는 데는 별다른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들이 다시 놀이로 돌아오게 된다'고 말이다. 산업 경제에서 일이 중요했던 것처럼 문화 경제에서는 놀이가점점 중요해진다고 한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의 인생을 미완의 예술품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했다. 접속의 사회에서는 이래저래 쇼가 횡행하게 되는 셈이다. 모든 기업들은 쇼비지니스를 하고, 각 개인은 연기자가 되어 인생의 매 상황을 연기로 구현하며 사는 삶을 즐기게 된다고 말이다.

얼마 전에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아는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베트남 여행에서 배낭 여행족들은 크게 미국인을 중심으로 한 백인들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양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그런데 두 부류 간에는 여행을 즐기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데. 미국인들은 주로 이벤트적 성격이 강한, 몸으로 하는 리조트를 일테면 엿을 직접 고아 본다든지, 뗏목을 직접 몰아 본다든지 하는 것들에 열광하는 반면, 일본인들은 지방색이 두드러지는 기념품들을 구경하고 그것들을 사들이며 챙기는 것에 유독 흥미를 보인다고 했다.

리프킨의 말처럼 세계가 재산과 물질의 소유에 의미를 두는 사회에서 경험을 접속하는 사회로 나간다는 이론에 대입해 보았을 때, 일본인들이 더 세계화 되거나 문명화가 된다면 결국엔 미국인처럼 되게 된다는 공식이 나온다. 글쎄...'저자인 리프킨이야말로 미래 사회를 예언하는 저술가이기 이전에 전형적인 미국인이었군.'하는 본말이 전도된 생각부터 든다.

네트워크는 새로운 시대에 펼쳐질 인간의 행로를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이다. 이 관문 앞에서 접속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누구나가 접속할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여 모든 이가 컴맹을 면하게 만든다고 해서, 접속의 시대가 갖고 있는 거시적인 문제(네트워크의 관문 앞에서 접속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가 풀리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누가 접속을 할 수 있을지, 아닐지'를 판단하는 주체가 바로 누구냐는 문제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리프킨은 이 주체를 '정치적, 상업적 영역'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접속 관계의 사회학적 정치적 의미를 정의하는 작업은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고 여운을 남기며 끝내 단정을 짓지는 않았지만....) 나는 리프킨이 암시한, 이 '접속의 여부를 결정하는 판단관(정치적 상업적 영역)' 때문에 그의 가상 시나리오에서 보여 지는 미래 세계가 어쩐지 디스토피아처럼 여겨진다.

나 독자는 앞으로 도래할 미래 사회에서 어떤 형태의 접속을 해야 할까. 리프킨 씨가 '깊은 심연'까지는 보여 주었는데, 나 독자에게는 그에 상응할 만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전망을 찾는 건 둘째치고, ... 이 책과 여러모로 닮은 꼴의 모습을 하고 있을 듯한 '노동의 종말'부터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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