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두 사람에 대한 기억 때문에 맘이 심란해져 왔다. 작년 봄에 설암(혀암)으로 돌아가신 외할머니. 필자인 미치에게 화요일마다 함께 했던 루게릭 병에 걸린 모리 교수가 있었듯이, 나에게도 다사롭고 포근하며 모리 교수님처럼 마음이 한없이 부자였던 외할머니가 계셨다. 평소 그렇게 건강하셨던 할머니가 한순간에 턱을 움직일 수 없게 되고, 그래서 말소리도 제대로 낼 수 없게 되었으며, 목구멍으로 음식물을 삼킬 수조차 없게 되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몸은 아주 어린 아이처럼 작게 오그라들고 빼빼하게 말라가고 있었다.

가끔씩 외가집으로 할머니를 뵈러 가면, 극심한 통증으로 기진맥진한 얼굴에도 아이같은 웃음으로 나를 맞아주시곤 했던 할머니. 내게 아직도 후회스러운 것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할머니가 돌아가실 즈음에 병상을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세상에 없고 돌아가신 분. 하지만 살아생전 할머니와 내가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에게 가졌던 감정을 기억할 수 있는 한, 할머니가 주신 사랑이 내 속에 그대로 남아 있고, 할머니는 다만 육신이 이 세상에 있지 않을 뿐, 나와의 관계는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안다. 나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내가 죽어 내세에서 할머니와 다시 만나고 예전처럼 할머니가 내 등을 토닥여 주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나의 죽음,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모리 교수는 미치에게 그런 말을 한다. '공포 속에서 세상을 떠나고 싶지 않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받아들이고, 평화로운 곳에 이르고, 놓여나고 싶네.' 우리가 죽어간다는 생각과 화해하는 것, 그리고 죽어가면서 평화로울 수 있다면, 우리는 마침내 세상에서 진짜 어려운 것을 할 수가 있다고 모리 교수는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 두 번째로 생각났던 사람은, 얼마 전 싸늘한 몇마디로 서로에게 비수를 꽃고 현재 서로 등을 돌리게 나의 절친했던(?) 벗이다. 곧 관계에 파탄이 날 것만 같은 이 위태로운 상태를 나는 맥놓고 지켜만 보고 있다. 이런 내게 모리 교수는 또 이런 말을 들려 준다. 인간 관계에는 일정한 공식이 없다고. 양쪽이 공간을 넉넉히 가지면서, 사랑이 넘치는 방법으로 협상을 벌여야 하는 것이 '인간 관계'라고. 두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각자의 삶이 어떤지.

모리 교수와 함께 했던 필자 미치 또한 에필로그에 모리 교수가 한 말과 유사한 말로 내 맘을 약하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말할 때는 마치 마지막으로 하는 이야기인양 관심을 기울이라'고 말이다. '연민을 가지세요. 그리고 서로에게 책임감을 느끼세요. 우리가 그런 것을 행한다면, 이 세상은 훨씬 더 좋은 곳이 될 겁니다.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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