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트 문화와 록 음악 1
신현준 외 / 한나래 / 1996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어쩌다가 락음악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입학하고 난 이후일거다. 대학 시절은 그 이전, 그러니까 중,고교 시절보다 더 처절하게 앞날의 '전망 없음'에 대해 절망했던 것 같다. 졸업을 하고 뭘 해 먹고 살아야 할까라는 점에서도 회의적이었고, 소위 대학의 '노는 문화'라는 테두리에서도 항상 겉돌았고, 자뭇 위화감마저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러던 와중에 듣기 시작했던 (얼트) 락 음악은 이전의 '대중 매체에 의해 강요된' 음악 문화 듣기에서 벗어나 내 스스로 주체적인 취향을 정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이런 음악들을 통해서 나는 많은 위로와 힘을 얻어 왔다. 게다가 1998년에 구입한 이 책은, 너바나를 필두로 해서, 스물 한두세살시절 당시에 많이 듣던 (펄잼, 알이엠, 그린데이, 오프스프링, 유투, 메탈리카, 메가데스)음악에 대한 어떤 해석적인 지평을 내려 주고 있었다.

이 책은 얼터너티브를 주류 팝에 반대하는 음악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는 평범한 것이지만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 태도를 내포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얼터너티브가 기성의 규칙과 지배적 취향을 따르니 않는다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언더그라운드의 비쥬류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고 오버그라운드에 잠입하여 게임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얼터너티브 문화의 파생과 발전 양상을 다음과 같이 1부와 2부를 두어 설명한다. 제 1부는 너바나의 폭발의 해인 1991년부터 그 파장이 시들해진 1994년까지의 기간에 얼터너티브의 주요 흐름을 형성한 밴드들에 대해 고찰한다. 주로 다룬 대상은 이른바 ' 시애틀 그런지-펄잼, 너바나, 사운드 가든, 앨리스 인 체인스'인데, 이를 통해 하위 문화와 반문화, 예술과 상업에 관련된 부분들에 대해 설명한다.

제 2부는 1980년대 초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말이 아직 없던 시절 언더그라운드의 인디 씬에서 얼터너티브를 개척해 온 밴드들을 소개한다. 영국의 유투나 미국의 알이엠의 경우에는 이례적이게도(대중 음악 시장에서의 상업주의와 얼트 문화가 지향하는 가치 사이에는 충돌과 모순이 상존하며, 대다수의 음악 청년들은, 자본과 자신의 음악이라는 이 둘 사이에서 고민과 갈등에 빠지기 십상이다.) 자국에서 짧게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생활을 한 다음 주류에 진입해 일견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그룹인데, 주류 안에 진입했음에도 그 안에서 어떻게 주류와 싸워 나가는지를 보여 준다.

우리는 최근, 락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많이 증폭되어 있음을 본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혹자들은 '다국적 음악 자본의 한국 시장 침투'라는 찜찜한 시각으로 읽으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너무나 배타적 네트웍과 획일적 취향이 지배하고 있는 주류 대중 음악계(아무리 한류 열풍이라고 하지만...)에서 '대안'의 역할을 수행할 음악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존재한다. 그리고 록 음악은 대안들 가운데 하나로서 가능성을 타진받고 있는 중이다. 이 책에서 나온 일련의 얼트 문화의 파생을 지켜보면서, 한국 록 음악의 현실에 대해 생각하고 나아갈 바를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을 엮은 신현준은 서론에서, 음악에 대한 글쓰기 작업 즉, 이 책을 쓰는 일을 '건축물을 보고 그 영감을 춤으로 표현하는 일'과 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 만큼 이 작업은 많은 사전적 제약이 뒤따랐으리라. 그래서 다분히 분류나 체계가 잡히지 않거나, 번역이 조악한 느낌을 주는 부분도 더러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설픈(외국의 자료를 보고 간접적으로 연구 전하는 것이다보니) 편집자(?)의 잡음이 들어가지 않게 얼트 음악 본 바닥의 지평을 연구한 이들의 견해를 그대로 전하다보니 생겨난 한계인 거 같아서, 눈감고 봐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