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이문열 지음 / 살림 / 1991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서랍장 정리를 하다가 고3 때와 대학 1학년 때 기록한 일기를 들춰 보게 되었다. 거기엔 이런 글귀가 써 있었다. 시계의 초침소리를 듣는데 소홀하지 말아라. / 지금 그 한 순간 순간이 사라져 / 이제 다시는 너에게 돌아올 곳 없는 곳으로 / 가버리고 있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해라. / 한 번 흘러가버린 강물을 뒤따라 잡을 수 없듯이 / 사람은 아무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날 수 없다.

이것은 이문열의 <사색> 중 일부를 옮겨 적은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고등학교 다닐 적이나, 대학 초년생 시절에 나는 이문열을 우리 나라 최고의 작가라고 여겼던 것 같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아이들의 세계를 빗대어 제도권 사회에서의 권력의 모습을 그린 것이나, 신과 인간에 대한 희망과 좌절을 그린 <사람의 아들>이나, 가난한 대학생인 주인공의 통과 의례와 같은 삶을 보여 주는 <젊은 날의 초상>을 읽고, 나는 속으로 '최고다! 최고다!'를 연발했었다.

<사색>은 그의 잠언록이자, 위에 언급한 작품 포함 1991년까지 그의 작품들 중 빛나는 부분을 모아 수록한 발췌집이다. 누군가가 마치, 내가 그의 다른 소설 작품들에서 인상 깊게 각인되어 밑줄 그었던 부분을 어떻게 알고, 죄다 모아 한 권으로 엮어서 놓은 책이 아닐까 하는 인상을 받을 정도니까.....

현재 언론이나 각종 매체에서 권위적이고 남성 우월적인 발언과 글들을 통해 굳혀진 이미지의 이문열, 보수적 지식인 소설가의 그가 아니라, 과거 다른 면모로서의 그를 현재 새로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추억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특별히 앞부분에 이 시대의 젊은 여성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거슬리는 논조만 뺀다면,--이 부분도 아예 건성으로 흘려버릴 수는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정말 쓸만하고도 설득력 있는 문구들을 많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글이 비록 강건하고,' ~~해라' 투의 건조한 문체의 글이긴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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