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한혜정이라는 이름의 이 사회학자이자 여성학자를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한때 신문을 열독해서 읽는 취미를 가졌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되었던 사건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동대문 모 아파트 옥상에서 네명의 여중생이 비관 동반 자살을 했던 것이다. 그때 처음 그 사건에 대해서 조혜정 교수가 쓴 칼럼을 인상 깊게 읽었었던 것이다. 그 후에 찾아 읽은 조혜정 교수의 이 책 시리즈. 난 그의 이 책을 읽고 단순하고도 속된 말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 류의 주장을 피력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학자가 한 열 명만 더 있어도 우리 나라 학계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지. 나는 안타깝게도 이 책을 대학 시절에 읽지 않았다. 만약 그 시절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나의 생활에서 글읽기와 삶 읽기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러나 졸업 후에 알았더라도 이 책을 읽고 많이 느끼고 반성하며 삶에 적용시켜 보도록 노력하였으니 정말 나는 행운아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두 가지의 경향으로 읽어 낼 수 있다. 하나는 일반 문화 읽기의 사회학적 저서로서, 또하나는 책읽기 방식 지도서로서 말이다. 특히, 나는 조혜정 교수의 한 학기 강의 진행과 학생들의 발표 및 회의 내용 기록 부분을 가장 흥미있게 읽었다.이 책의 제목은 왜 '삶 읽기 글읽기'인가? 산업 사회에 들어서면서, 더더욱 우리는 문자 매체와 많은 연관을 두며 살아가게 되었다. 삶의 한 방식이기도 한, 이 읽기 행위가 대한민국 우리 삶에서는 이상하게 굴절되어 있다. 이 부분을 조혜정 교수는 식민지성과 관련지어 이야기한다. 그렇다.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모순되게도, 어릴 적부터 공부를 위한 말과 생활을 위한 말을 분리시키며, 삶과 따로 노는 지식이 공식적 지식으로 군림하게 된다. 어느 교육학자가 입시 위주 교육을 극복하기 위한 세미나에서 이런 예를 들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일학년 때부터 아이들은 시험 답안에 '밥먹기 전에 손을 씻어야 한다.'는 항에 동그라미를 치도록 가르치지만 실제로 밥 먹기 전에는 손을 씻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반복적인 공부 과정에서 엄청난 의지력과 참을성도 기르고 극심한 경쟁심도 갖추게 되며 자기 속의 소리를 듣기보다 항상 남(특히 입시 출제자)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눈치를 보는 기술을 배운다. 이런 모든 능력은 거대 규모의 생산 공장에서 시키는 대로 일해야 하는 산업 역군이 가져야 할 가장 필요한 자질인지도 모른다. 상관의 마음을 잘 읽어 내고 경쟁심을 늦추지 않으며 시키는 일을 아무리 자기 마음에 들지 않아도 꾸역꾸역 해 내는 인내심을 가진 탈 정치화된 인력 양성의 차원에서 말이다. 나 또한 이 책에 별 다섯을 주고 싶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대학이라는 좀더 넓은 학문 세계에 진입하려 하는 대학생들이 이 책부터 읽어보고, 일찍부터 책읽기의 토대를 마련하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