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었나? - 세상을 보는 글들 4
애너 퀸들런 지음, 임옥희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요즘 계속 비슷한 부류의 책들을 읽게 되는 것 같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라는 책을 최근에 읽었고, 얼마 안 있어 이 책 <독서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었나>라는 책을 읽었으니, 그래서 두 책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역시나 두 책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먼저 공통점은 이 책에서 추천 도서라고 올라온 목록 중에 어느 것도 건질만한 게 없었다는 것이고, 북디자인이 둘 다 예쁘다는 것이다.

차이점이라 하면 다치바나의 '나는 이런~'은 실용서 위주의 독서를 권장하고, 논픽션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눈뜸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했다면, 에너 퀸들런의 <독서가~ 어떻게>는 주로 문학 작품을 읽어오면서 행복감을 느꼈던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나는 그다지 속독을 하는 스타일이 아님에도 이 책을 출퇴근길 30~40분을 할애해서 삼일 만에 다 읽었다. 그만큼 평이하고, 담담한 필치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앞의 서평을 써주신 분들 지적대로 이 책의 총 페이지가 130페이지 넘지 않는다는 것(중간 중간 저자의 추천 도서 책표지 삽화가 들어가므로 엄격하게 따지면 백페이지 남짓의 내용이다.)도 빠르게 읽히는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이 책이 심각하고 진지하게 정독하지 않았던 진짜 이유는 가볍고 평이하게 읽어달라는 것이 이 책의 저자가 독자에게 요구하는 무언의 주술이 있었달까. 다소 선동적인 냄새가 풍기는 이 책의 제목과 달리 내용은 그저 미국의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평범한 독서 경험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자는, 앞으로 작가가 되기를 희망할지도 모르는 독자들에게 '작가가 되려고 한다면 너무 잘 쓴 책부터 읽지 말라는' 작은 교훈도 잊지 않는다.

이 책의 독서평 같은 걸 올리기 전에 대략 다른 사람들이 올린 서평을 훑어보니, 이 책의 오역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나는 그런 생각도 든다. 오역으로 이해되는 데에는 미국과 우리 나라의 정서 차이가 크다는 것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는....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의문스럽게 여져졌던 부분은 오역의 문제가 아니라, 책의 소제목이 시작되는 부분에 한 페이지 전체에 걸쳐 나오는 삽화였다. 이 삽화는 저자가 앞부분부터 뒷부분까지 내내 언급하고 있는 추천 도서인 작은 아씨들'이나 '오만과 편견', '호밀밭의 파수꾼', '앵무새 죽이기' 이다.

그런데 이렇게 앞부분에 한 페이지씩이나 차이하고 시선을 집중시키는 책의 삽화는 다음에 이어지는 저자의 이야기들과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다. 저자가 추천하는 책에 대한 소기의 홍보 효과를 가져오기 위한 상업적 전략이었는지...나는 그 덕분에 앞의 삽화와 글 내용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중간중간 읽어 온 페이지를 되짚어 보기도 하였다. 이것은 속독할 책을 정독하도록 유도한 셈이니, 이것 또한 이 책의 편집자의 아주 생뚱한 배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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