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 - 자기 기만과 자기 배반을 깨닫게 하는 리더십
물푸레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생계 유지를 위해서나, 여러모로(자아 실현?)나 직장 생활을 계속 끝까지 유지하여야 하는 사람이다. 몸의 어느 부분이 말을 듣지 않아서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기 직전까지는 직장 생활을 계속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게 되겠지.

몇 달 전에 적으나마 연봉이나 기타 여러 가지 조건이 더 낫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일터를 옮긴 상태이다. 그렇게 옮긴지가 한 달이 되어갈 즈음에 내가 소속된 팀의 이상한 분위기를 포착하고 말았다. 우리 팀은 나 말고..다섯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팀장이고 나머지는 평사원이다. 그리고 팀장 비롯하여 나와 팀원들 모두 여사원들.

내가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은 바로 다음과 같은 점이다.  팀장 한 사람 대, 나머지 사원들은 하나가 되어 대결 구도라는 것. 나머지 팀원들은 팀장 없을 때 그를 비난하면서, 서로 의지를 돈독하게 키우는 거 같아 보였다. 그리고 나는 중간에 애매하게 양쪽 모두를 오가고 있었다. 편가르기에 익숙치 않은 나로서는 점점 이런 관계가 넌덜머리가 났다.

그래서 애써 나머지 네 명의 팀원들과 가까워질려고 나름대로 노력도 해봤는데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이런 분위기가 주는 긴장감은 정말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였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낸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은 모두와 버겁게 지내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던 중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을 읽고, 이 모든 버거움에서 확실히 벗어날 수 있었다. 정말 강력히 추천할 수 있는 좋은 실용서이다. 일단 이 책은 유사한 사례가 많이 나와 이해가 잘 된다. 비단 직장인의 경우만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부부관계에서 상자 밖에 있는지와 상자 안에 있는지 그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소모적인 관계에 빠져 있을 때나 어려운 난관에 빠져 있을 때, 그 상황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나름대로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런 노력에 대해서조차 냉정한 한마디를 던지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자기 기만에 빠진 상태에서 스스로에게 내리는 해결책은 오히려 역효과만을 부른다는 것, 상자 밖으로 나오는 것에는 단계가 있다고 가르친다. 이 단계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은 스스로가 자기 기만에 빠져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즉, 상자에 안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그 자각이 맨 처음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을 때.... 서로가 각자의 몫을 주장하다가 결국엔 목소리 큰 사람 쪽에 모든 해결의 실마리가 손을 들어 주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 때 문제가 해결된 듯 보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았을 때 이것은 결코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한발 물러나 타인의 입장에서도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놀랍도록 순조롭게 일의 실마리가 잡혀가는 것이고, 다음에 똑같은 일이 생기더라도 그 때는 분쟁을 피하고 사건을 현명히 해결하게 될 것이다.

특히, 요즘 우리들은, 아니 나는 일단 나 자신의 한몫을 챙기는 데 순서를 두고 다음 것은 부차적으로 생각해보는 이기적인 경향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연대 의식이 없는, 상자 안의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사는 것이 어렵게 된다. 연대감을 포기하더라도 자신의 것을 지키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이 꼭 질머져야 하는 멍에가 있다. 그 멍에는 바로 평생을 경쟁 의식과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며 살게되는 것일거다.

남에게 뒤쳐지 않고 싶다는 자기에 대한 끊임없는 주문, 그리고 남보다 더 모든 조건이 나쁜 것 같다고 느껴지는 빈곤 의식 같은 것 말이다. 그렇다면 상자 안에 있는 사람들의 생은 언제까지나 우울하고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자 안은 갑갑하다. 어서 상자 밖으로 나와 넓은 시야로 타인을 스스로를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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