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시티 - 죽은 자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시티!
케빈 브록마이어 지음, 김현우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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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지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세상을 하직하더라도, 죽어서 또 다른 생을 살게 된다는 게 확실하다면, 지금 이 생에서 뭐하러 안달복달하고 사나....
다음 생에 태어나서는 이전 생애와 좀 다르게 살아보면 될 것을....
만약 그렇다면, 이생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의 그 태도도 조금은 다를 것이다. 죽음을 금기시하지 않을 거고, 이제 가면 언제 오나...그렇게 애닳아하지도 않을 거고, 우리 죽어서 다시 만나자, 라는 약속이 가능할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나? <로라, 시티>에서는 말한다. 이승에 남아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죽은 자들이 머무르는 ‘시티’가 있다고.
시티에서의 삶이라고 해서 별다를 게 없다. 이승에 살 때처럼 단골 식당에 가서 좋아하던 메뉴로 식사를 즐기고, 따뜻한 햇살을 쪼이며, 커피도 마시고, 공원을 산책하거나 신문을 보기도 하고, 늘 어울렸던 옛 술친구들과 늘 가던 바에 가서 술판도 벌인다. 전생에 살았던 배우자와 함께 살면서 같지만, 조금 다른 느낌으로 부부의 연을 이어가기도 하고. 
 

그러나 인간이 이승에서 영원의 삶을 누릴 수 없듯 시티에서의 삶도 그를 기억하던 이승에서의 마지막 사람이 죽으면 시티에서 사라진다.

이 책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에서도 심금을 울렸던 것은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의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했던 어느 가장의 이야기였다. 죽을 때 가족들이 침대맡을 지켜 주거나,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

이 소설은 죽은 사람들이 머무르는 <시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타인의 존재를 찾아 남극을 헤매는 로라의 이야기를 교차시켜 가며 보여 준다. 서로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이 두 이야기에 공통점이 있다면 언젠가는 곧 끝이 난다는 즉, '예정된 삶'이라는 것이다.

남극에서 어디가 다른 인간이 살고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방황하는 로라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가슴을 조리며 읽었지만, 사실 면면히 주시하게 되는 것은 그녀가 빙원에서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벌이는 의식의 흐름이다. - 난, 이부분에서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의 끝부분이 자꾸 떠오르던데 -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그녀의 의식은 과거로 과거로만 달려간다. 어릴 적 단짝 친구 미니링스와의 대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끝에 했던 한마디 '영원히는 아니지만, 오래 걸리기는 했지.'를 묘비명으로 쓰겠다는 생각을 한다.

젊은 작가임에도 삶을 관조하는 힘이 남달랐던 것 같은 작품이다.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보는...

이 책을 빌어서 말하자면, 진정한 삶이란 이렇게 바뀐다.
처음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되기를 기다리는 고독이었다. 만약 남편이 함께 있으면 그녀에게 필요한 고독은 흩어지고 말았고, 혼자 있을 때 생길지도 모르는 멋진 일도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젠 남편도 그녀의 고독의 일부였다. 마치 아주 오래전 그들이 처음 만나 서로를 알아갈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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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4 2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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