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즐거움 - 우리시대 공부달인 30인이 공부의 즐거움을 말하다
김열규.김태길.윤구병.장영희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아마 이렇게까지 책 소개에서 저자 소개 란이 길어지는 책은 드물듯...


박진숙 편 빼고 다른 이들을 글은 크고작게 신금을 울렸다.

박진숙 님의 글이 왜 이상하냐면, 다른 사람들의 글들과 위상이 맞지 않아서다.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혼자만 성공스토리를 읊는다.  모든 걸 수월하게 잘했던 (매사 순탄하게 풀린다. 이런 사람은 췟..) 자신의 화려한 경력을 이력서로 풀어 제출한다는 심정으로 쓴 모양. 여튼 한국 디자인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린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인 모양인데....

" 다섯 살 때부터 배워오던 피아노가 갑자기 일로 느껴지면서 새로운 미술 공부가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부모님께 피아노를 치고 있겠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몰래 산으로 들로 그림을 그리러 돌아다녔다. 미술은 틀리면 개칠(?)이라도 하는데, 피아노는 손이라도 삐끗하는 날에는 그간의 모든 공부가 헛수고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그야말로 '행복한 공부'가 너무나 하고 싶었다. (쭝략) 사생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줄곧 입상 이상은 했다. 결혼하고 미국으로 갔고, 남편이 출강하는 학교에 강사로 따라 출강하는 행운을 얻었고, 남편이 한국으로 오자 해서, 왔고, 은사님이 운영하는 기업로고 전문회사에 들어갔고, 교수채용 광고를 보고 교수가됐고, 작년부터는 서울대에 신설된 디자인학 박사과정에 입학해서 같은 학교 다니느 두 딸과 함꼐 공부하고 있고... 어떤 길을 가든 공부만 열심히 하면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이 자기의 능력으로 쌓이기 마련이라면서 그것이 성공한 삶으로 이어진다면서....

나머지 인물들 중 특히, 장명관 교수의 글은 닮고 싶은 글쓰기의 한 모범이기까지 했다.

 

p.62~64

어째서 혁명의 열정은 바리케이트 위에서만 들끊는 것일까? 바리케이드가 걷히면 왜 모두들 다시금 중산층의 무기력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일까? 80년대를 주름잡던 ‘진보적 학자’들 상당수가 제도권에 진출했는데, 그럼에도 왜 ‘인문학의 위기’라는 유령은 끊임없이 대학 주변을 배회하는 것일까?

 

연구실의 이웃이자 큰집이기도 한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의 지관 큰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불교에 외부란 없다. 따라서 불교에서 개종이란 자비심을 잃는 것을 뜻할 뿐이다." - 고미숙

 

p.83

나는 철부지 농사꾼 흉내로 지난 10년을 살아왔다. 그 동안 나는 하루도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날마다 새롭게 익히면서 어제 배우고 익힌 것들이 오늘 쓸모없어지는 상황 속에서 살아왔다. 그렇게 자연과 함께 살면서 “새로워지고 또 새로워져라”는 공자의 말씀 뒤에 생략된 말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 윤구병

 

p.97~ 100

'자기암시법'을 창안한 프랑스 약제사이자 심리학자 에밀 꾸에의 말처럼 "나는 매일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진다(Everyday, in every way, I am becoming better and better)"를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꾸에는 환자들에게 자꾸 이 말을 되풀이하게 해서 병을 고쳤다고 한다.                                                 

 엘리어트의 <번튼 노튼>을 읽으며 ‘box circle'의 의미가 의아해었다. 그런데 실제로 작품의 무대가 된 고가에 방문해 보고서야 그것이 회양목(box)이 있는 반원형 연못임을 알았을 때 그 기쁨이라니!

유명한 노래 “greensleeves"는 셰익스피어의 <즐거운 아낙네들>에 두 번이나 나오는 사랑했던 남자를 배신한 여자이름인데도 ‘푸른 옷소매’라고 지금도 음악책에 오역되어 있다.

                                                                         -  이재호

p.193~198

또 한가지 조건이 있는데, 집이 충분히 커야 한다는 것이다. 큰집 싫어할 사람이야 없겠지만 내게는 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책을 정리해 둘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주변에서는 자꾸 책 좀 버리라고 하지만, 나는 내 책들을 버릴 수가 없다. 아직 내 공부가 덜 끝났기 때문이다.

일찍이 공자는 “아침에 도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말을 했다. 나 또한 이를 목표로 생애를 걸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 깨달음을 깨달음으로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깨달음조차도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 (중략) 깨달음을 얻는 나는 당연히 또 다른 사람의 깨달음을 위해 말로 또는 글로 그 무엇을 남겨놓지 않으면 안 된다. 혼자 깨달아 그것을 무덤으로 가져간다면 중요한 그 무엇을 훔치는 행위와 다름 아니다. 그래서 나는 공자의 말씀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아침에 깨닫고 낮에 이를 글로 적어놓았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  장회익

p.173

 

학문은 예술과 같아서 독창성이 가장 중요한 분야이다.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기존의 것을 따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기만의 새로운 것을 내놓아야 한다. - 임지순

p.257~258

학문의 깊이는 우선 폭이 넓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땅을 깊이 파자면 표면부터 드넓게 파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 김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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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7-11-2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우리 동네 이동도서관이 오는 날인데 이 책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서재에 내거신 인용 문구도 근사합니다.^^

icaru 2007-11-2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우리 동네는 이동 도서관 안 오나 몰라요~ 허긴 와도 이용하기 쉽지 않겠지만,, 이동 도서관하면, 영화 빌리 엘리어트 생각나요. 거기서 빌리가 처음으로 발레 동작에 관한 책들을 빌려다 보던가? 아예 훔쳤던가? ㅎㅎ
인용 문구도 한번 더 봐주시고, 이 책에서 가져왔다는 것도 알아차려주시는 센스! 역쉬 로드무비 님 ㅎㅎ
그동안 제가 말 부칠 데가 없어 외로웠는지... 넘 수다스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