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가족 이야기
조주은 지음, 퍼슨웹 기획 / 이가서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현대 자동차 노동자 가족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 가족이거나 내 주변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

역시, 이 책은 소설이 아닌 것이다. 가족의 삶의  양태를 분석해 이거다 하고 보여 주는 것, 역시 사회학에서나 가능한 일...  

p.60

대공장 생산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데는 가부장적 온정주의도 작용했다. 임금 인상의 내용과 동기의 중심에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생계부양자', '가장'으로서의 남성의 지위가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즉, 남성 한 사람의 벌이로 가족 모두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가족임금' 모델은 남성을 '가족 부양자'로 위치 지우면서 가정과 직장에서 행해지는 여성의 다양한 노동을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게 한다.



p.98~99

우리 사회에서 결혼이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사회에서 결혼이란 누구나 언젠가는 거쳐야 할 필수적인 과정으로 여겨진다. 특히 여성들은 모두 결혼해서 아내이자 어머니가 될 것으로 기대되며,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비주류나 아웃사이더로 여겨진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성들은 흔히 '주인 없는 여자, '뭔가 문제가 있는 여자', '일부일처제를 위협하는 위험한 여자'로 받아들여지고, 사회에서 결혼은 개인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제도와 맞물려 체계화되어 있는 준강제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p.149

'진보'를 표방하는 노동운동의 가부장성은 여러 면에서 계속 지적되어 왔는데, 앞의 두 사례는 노동운동의 가부장성이 운동 노선이나 내용, 단체 활동 차원에서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 운동의 구성원인 개인들도 가부장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자본의 착취에 대항한 노동운동을 하는 남성들 역시, 여성이 가정에서 만들어가는 '스위트 홈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여 가정에서 또 다른 권위를 행사하고 있다.




p.165

사람들이 하는 노동은 그의 의식세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루 종일 단순 반복적인 일에 몰두하다 보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자기중심적이고 단순한 사고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p.317~318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가족 안에서만 자기 정체성과 자존감을 찾으려 할수록 오히려 남성 권위와 권력이 강화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정 내에서 남성가장의 권력이 커지고 성별분업이 강화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가정의 남성권력은 사회 전체의 권력 구조와 연결되어 여성에 대한 가정 차별을 강화시키는 이데올로기를 낳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형적인 핵가족 자체가 그 가족 안에 포함된 여성 스스로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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