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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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엄마들은 평소 품행이나 학업 성취도와 관계없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학교에서 퇴학당한다. 임신 중에 휴학했다가 출산 후 복학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다른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 교육 기회의 박탈은 직업과 자아실현 기회의 박탈로 이어지고, 결국 어린 엄마들은 사회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철없는 나이에 실수한 어린 엄마들에게 학습권을 빼앗아 그들의 인생 전체를 징벌할 권한이 과연 학교장에게 있단 말인가?



-p.50~51쪽


후쿠오카 켄세이는 <즐거운 불편>이라는 책에서 정말 시간 여유가 있으면 아이들은 무언가 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생각해 보면 우리 부모 세대도 부추김 속에서 살아왔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존재 가치에 자신감이 없고, 숫자나 성적, 세속적인 평가와 같은 구체적인 형태로 증명해 보이지 못하면 자아가 흔들려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p.67쪽


"(...) 어떤 종교이건 신자 중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지 않나요. 이슬람교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은 소수고 나는 그런 사람들을 무슬림으로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에 17억(이슬람 자체 추산. 일반적인 통계로는 13~14억)이나 되는 무슬림을 모조리 싸잡아 테러리스트로 본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p.158쪽



"김선일 씨의 죽음에 그토록 비통해하던 한국인들이, 왜 하루에도 200~300명씩 죽어 가는 이라크인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토록 무관심합니까?"

이라크에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미국의 무차별 폭격으로 저항 세력만이 아니라 어린들을 비롯한 민간인들이 수없이 죽어가고 있다. 왜 우리는 이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가슴을 치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않는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일에 대해서만 감정을 느낀다면, 이라크 해방을 명분으로 김선일 씨를 살해했던 이라크의 테러리스트들과 다를 게 뭔가? 김선일 씨가 희생된 이유는 명백히 한국군 파병이었다. 나는 자문한다. 이라크 전쟁의 원인과 진행을 따져 보면 가해자일 수밖에 없는 미국에 동조해서, 미국, 영국, 다음으로 대규모의 군대를 보내 놓고, 그로 인해 벌어진 비극을 피해자인 이라크와 무슬림 탓으로 돌리는 우리 한국인들이야말로 폭력적이지 않은가?

-p.165~166쪽

경쟁력이 없으면 포기해야 한다고, 부가가치가 낮은산업은 재빨리 후진국에 넘겨 버려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말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그러나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 봉제일에 종사해 온 노동자들은 그 후에 무엇을 하고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지 대책을 제시하는 이들은 없다. 국가가 실업 수당을 지급하고, 주거, 교육, 의료 노후 문제를 해결해 주겠는가? 살아남은 기업들이 세금을 내어 이들은 평생 먹여 살리겠는가? 그리고 그게 과연 효율적인 방식일까? (...) 중제가 제품은 중국 등에 넘기더라도 제품은 우리에게 경쟁력이 있습니다. 봉제 산업은 사양 산업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산업이고, 살려 내야 할 대한민국의 자산입니다.
-p. 280~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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