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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우동 한 그릇 - 추운 겨울날 밤, 우동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눈물과 웃음의 감동 스토리
구리 료헤이.다케모도 고노스케 지음, 최영혁 옮김, 이가혜 그림 / 청조사 / 2015년 3월
평점 :
실제로 읽지는 않았지만 마치 읽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책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아이와 함께 이 짧은 소설을 읽었는데 우동 가게에서 작문 시간에 쓴 글을 읽는 장면이 찡했다. 아래 사진처럼 내마음도 뭉클...가난했거나 고난에 처했던 적이 있는 사람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내 부모의 힘듦과 내 자식의 안쓰러움을, 우동 가게 주인 내외의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12월 31일일 밤 10시 30분 우동 가게가 문 닫을 시간에 들어온 세모자는 엄마의 코트는 낡고 허름했고 두 아이는 새로 산 듯한 옷을 입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우동 한 그릇을 시켜도 될 지 묻는다. 가게 주인 두 내외는 친절하고 반갑게 맞이하면서 끓는 우동 국물에 한덩어리와 반 덩어리를 넣어 삶는다. 1년 후 같은 날 같은 시각에도 두 아이를 데리고 들어온 어머니는 작년과 같은 낡은 코트를 입었고 또 작년처럼 우동 한 그릇을 시켜도 괜찮을지 묻는다.
반갑게 테이블로 안내를 하던 주인 여자는 주방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저 여보, 그냥 공짜로 3인분 우동을 만들어 줍시다.˝ 라고 작은 소리로 말한다. 그 말에 남편은 ˝안돼요. 그렇게 하면 도리어 부담스러워서 다신 우리 집에 오지 못할 거요.˝ 라며 지난 해처럼 우동 하나 반을 넣어 삶았다.
그 다음해에도 10시 반이 되자 어머니와 두 아들 세 사람이 들어왔다. 웃는 얼굴로 맞이하는 주인 여자에게 어머니는 조심스럽고 예의바르게 우동 2인분을 주문한다. 이번에는 주방 안에서 남편은 우동 세 덩어리를 넣고 끓인다.
세 사람에게는 사연이 있었다. 학교에서 둘째 아들이 작문 시간에 ‘우동 한 그릇‘이라는 제목으로 써낸 글인데 작문 대회에 출품하게 되었고 그 내용을 우동 가게에서 어머니에게 작지만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내린다.
˝우리 아빠는 운전을 하다 교통 사고를 내서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그런데 피해자들 모두에게 보상을 해주기 위해선 보험금으로도 부족해서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그 때부터 우리 가족의 고생은 시작되었다.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셨고, 형은 날마다 조간과 석간 신문을 배달해서 돈을 벌었다. 아직 어린 나는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없었고, 엄마와 형은 나에게 아무 일도 못하게 했다. 대신 나는 저녁이면 시장을 봐서 밥을 해놓는 일을 했다. 내가 해놓은 밥을 엄마와 형이 맛있게 먹는 걸 볼 때 나는 행복하다. 나도 우리 식구를 위해 작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빚을 하루라도 빨리 갚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것을 절약하는 생활을 했다. 엄마의 겨울 코트는 아주 오래 되어 낡고 해어졌지만 해마다 꿰매어 입으셔야 했다. 그러던 중에 재작년 12월 31일 밤에 우리 가족은 우연히 한 우동 가게를 지나치게 되었다. 안에서 흘러나오는 우동 국물의 냄새가 그렇게 맛있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우리 형제의 마음을 알았는지 엄마는 우리에게 우동을 사 주시겟다고 했다. 우리는 그 말이 반갑고 고마웠지만 우리 형편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뜻 가게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형과 나는 망설이다가 딱 한 그릇만 시켜서 셋이서 같이 먹자고 엄마한테 말했다. 한 그릇이라도 우리에게 우동을 먹이고 싶었던 엄마와 우동 국물 냄새에 마음이 끌린 우리 형제는 가게안으로 들어섰다. 문닫을 시간에 들어와 우동 한 그릇 밖에 시키지 않은 우리가 귀찮을 텐데도 주인 내외는 친절하고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주인 내외는 양도 많고 따뜻한 우동을 우리에게 내 놓았다. 그리고나서는 문을 나서는 우리에게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며 큰소리로 말해 주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우리에게, ‘지지 말아라! 힘내! 살아갈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은 그 후 일 년이 지난 작년 섣달 그믐날에 그 우동 가게를 찾아갔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우동은 한 그릇밖에 시킬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날도 마찬가지로 주인 내외는 친절하고 따뜻하게 우리에게 우동을 대접해 주었다.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인사도 여전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힘들어 보이는 손님에게 ‘힘내세요! 행복하세요!˝하는 말 대신 그 마음을 진심으로 담고 있는 ‘고맙습니다!˝하고 말해줄 수 있는 최고의 우동 가게 주인이 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