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목가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8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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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한달또 엄청난 대작(미국의 목가)을 읽었는데, 기록을 하지 못한 것이... 숙제를 미루기 바쁜 게으른 학생 모양새였다. 읽는 내내 마음 저 깊숙한 곳을 툭툭 건드리는 것이뭐라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체념적이 되어버리기도 하고(아무래도 부모 입장에서 시모어의 딸을 보게 되므로) 답답하기도 하고(미국 주류에 완전하게 속하지 않았다는 유대인으로서의 상대적 피로감, 대체 주류에 편입되는 것이 무엇이길래 저토록,,,) 그랬다.  

 

형한테 자신에 대한 의문이 다가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지. 만일 자신에 대한 의문이 인생에서 너무 일찍 찾아오는 것보다 나쁜 게 있다면 그건 너무 늦게 찾아오는 거야. 형의 인생은 폭탄에 의해 박살나버렸어.”

“1968년 일이야. 난폭한 행동이 아직 새롭던 시절이지. 사람들은 갑자기 광기를 이해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어. 공적 과시가 난무하고 심리적 억제가 사라지고, 권위는 힘을 잃고, 아이들은 미쳐버리고, 모두가 위협을 느꼈지. 어른들은 그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 이게 연극인가? ‘혁명이 진짜인가? 게임인가? 경찰과 도둑 놀이인가? 아이들이 이 나라를 뒤집어놓으니까 어른들도 미치기 시작했어. 하지만 시모어()는 그렇지 않았어. 시모어는 자기 길을 아는 축에 속했지.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건 인정했지만, 사랑하는 뚱뚱한 딸과는 달리 호찌민파는 아니었어. 그냥 자유주의적이고 마음씨 고운 아버지였지. 보통 사람의 인생을 사는 철학자 왕이었어. 자식들을 합리적으로 대하라는 근대적인 관념을 교육받은 사람이었지. 모든 걸 허락할 수 있고,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그애는 그걸 싫어했어. 사람들은 보통 자기들이 다른 사람 자식들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지. 하지만 이 아이는 그런 면에서는 일을 편하게 해줬어. 이 아이는 야비하고 독선적이었어. 그 작은 똥덩어리 같은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착하지가 않았어. 이봐, 나도 애들이 있어. 잔뜩 있지. 그래서 애들이 자랄 때 어떤지 알아. 자기도취의 블랙홀은 바닥이 없지. 하지만 살이 찌는 거나 머리를 길게 기르는 거나 로큰롤 음악을 아주 시끄럽게 듣는 거하고 뛰쳐나가 폭탄을 터뜨리는 건 다른 일이야. 그런 범죄는 절대 바로잡을 수 없어. 형은 그 폭탄으로부터 되돌아갈 방법이 없었지. ”

제리가 몰두하며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것은 그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특별한 재능, 그리고 뒤돌아보지 않는 또하나의 특별한 재능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는 기억 때문에 시들고 마르는 일이 없었다. 제리에게 뒤돌아보는 것은 모두 헛지랄이고 노스탤지어일 뿐이다. 삶에서 정당한 분노보다 사람을 더 의기양양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다는 말에는 이의를 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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