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 인생의 중간항로에서 만나는 융 심리학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에 동행한 지인 언니한테 꼭 읽어보라고 강추를 했더니, "마흔 지난 지가 언젠대?"라며 해당 사항 없다는 듯이 그래서 '아니 이책은 마흔 중반 이후에게 설파하는 책이다' 라고 말해 놓고, 속으로 고쳐 생각하기를 스물이든, 서른이든, 나이로 따지는 인생의 한복판에서부터 읽어도 좋지 않을까? 했다. 

 

인생을 전후반기로 나누어서 설명하자면 이렇단다. 인생 전반기에는 대부분 페르소나를 만들고 유지하느라 내면의 현실에 쉽게 소홀해진다. 그러고 나서 등장하는 것이 그림자로, 이는 인식하지 못하거나 억압된 모든 것을 가리킨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한 모든 것, 그러니까 분노와 성뿐만 아니라 즐거움, 자발성, 미개척 상태의 창조적 열정 등이 포함된다. 프로이트가 간명하게 설명한 내용을 빌리면, 문명의 대가가 바로 신경증이라고 한다.

 

인생 전반기가 지나고 중간 항로 즉 마흔에 들어서면, 결국은 자신의 내면아이가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질문해야만 한다는 것이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내용이다. 중간 항로에 들어선 많은 여성에게 지금은 자신과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할 때임을 강조한다. 오래전부터 초대는 받았지만 정작 가보지 못한 그 약속 말이다. 키워준 부모가 만들어준 외피가 떨어져 내리고 나면 여성은 자신이 누구인지,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인생이 지루하고 우울하게 느껴진다면 외면했던 재능을 꺼내 사용하면서 자신을 치유해야! 유희가 있어야 사는 데 힘도 생긴다.

 

 

우리 안에는 상처받고 두려워하며 상호의존하거나 보상 속에 웅크리고 숨어 있을 단 한명의 아이가 존재하는 게 아니다. 한 무리의 아이들로 이루어진 유치원과 같다. 한 교실 안에 익살꾼, 예술가, 반항아 등이 모두 함께 있으며, 이 아이들은 세계와 상호작용함으로써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거의 모두가 무시당하거나 억압받았다. 따라서 자신 내면에 있는 아이들의 존재를 회복하면 종종 심리치료의 효과가 증폭된다. 그리고 이는 천국에 들어가려면 아이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설파한 예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방법 중 하나다. 마흔이 되어 우리를 가장 좀먹는 경험 중 하나는 덧없다는 느낌, 사는 게 재미없다는 느낌이다. 이웃들의 눈에는 정신나간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삶의 여정이 장애물을 만날 때면 결국 내면이 나를 구해줄 것임은 융이 잘 알고 있다. "_____ 스스로의 열정을 좇으며 살자!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부모가 자신의 상처 때문에 양육과 힘을 얻길 원하는 우리의 원형적 욕구를 제대로 충족해 주지 못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중간항로 중에는 이런 개인사를 세밀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심리 치료라 해봤자 현재의 고통을 전부 부모 탓으로 돌리는 것밖에 없지 않느냐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사실은 그 반대다. 인간의 정신이 얼마나 연약한지를 이해할수록 부모가 우리에게 준 상처를 용서할 가능성이 커진다. ”

 

마흔이 된 이들에게는 경제적 현실을 굳이 일깨워주지 않아도 된다. 이때쯤이면 빈곤한 은퇴생활을 걱정하면서도 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뻔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경제적 과제와 경제적 상처가 있다. 프로이트는 건강하려면 일이 필수 요소라고 했는데 과연 어떤 종류의 일을 말하는 것일까? 가리키는 대상은 같지만 직업소명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직업은 돈을 벌어 경제적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소명은 삶의 에너지를 실현하도록 요청받는 것이다. 소명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 소명이 우리를 선택한다. 우리는 거기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천대받거나 거부당하는 소명이라도 기꺼이 하겠다고 답함으로써 자신을 지킬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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