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짐승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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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지 4년밖에 안 된 동네 도서관인 터라, 주커먼 시리즈 같은 대작은 한 권도 없고, 필립 로스가 노년에 그러니까 그의 나이 60대 이후에 쓴 책으로 보이는 책들만 있었다. 에브리맨이나 울분 죽어가는 짐승 같은 책들. 200쪽이 안 되는 얇은 분량의 하드커버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하는 궁금증이 추진력이 되기도 했기 때문에 순식간에 읽기는 했지만. 늙은 자는 그저 지질한 물건일 뿐, 막대기에 걸린 누더기 코트일 뿐, 누더기가 될수록 그만큼 더 크게 노래하지 않는다면 허나 영혼 자신의 장엄한 기념비를 공부하지 않고서는 노래하는 법을 배울 길이 없어 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성스러운 도시 비잔티움에 왔다. 라는 본문에 수록되어 있지도 않고, 시의 일부만 주인공이 언급하는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 가는 배에 올라, 라는 역자 수록 시만 남았다. 내 머릿속에.

 

어떻게 된 거지. 뭘 읽은 거지. 덮어두었다가 빌려온 그의 다른 책들(휴먼스테인 외)을 읽는 도락에 빠져 있다가 다시 죽어가는 짐승의 책장을 뒤적뒤적하면서 문득 생각한다.

 

소설이니까, 어떤 인생이든 그려낼 수 있긴 하겠지만, 20살 전후의 여제자들을 줄줄이 애인으로 삼는 스토리의 구조의 골자가 있다는 점에서는. 아무리 캐페시가 멋들어지게 피아노 곡조를 뽑아 연주를 해대고, 예술을 찰흙처럼 주무르는 솜씨가 천의무공이더라도.  독자들을, 몰입은 시켰으나 감동은 덜한 것??  

 

"그래서 캐페시 교수가 기저귀를 찬 걸로 나왔던가 아니던가?" 기저귀는 안 찬 걸로. 아 그 분은 주커먼이다.

 

유방암에 걸려 돌아온 콘수엘라를 받아 주는 장면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시간은 늘 지나간 것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제 콘수엘라에게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미래가 남았느냐 하는 것이고, 이 아이에게는 자신에게 남은 게 없다고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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