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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ㅣ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퍼레이드>는 같은 집에 사는 다섯 명의 동거인들이 차례 차례로 화자가 되어 스토리가 진행되는 구성으로, 화자가 바뀌어서 같은 시간대로 되돌아가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은 계속 흐르고 이야기도 진행된다.
이 소설 속의 동거인들과 나의 직장 인간 관계와 유사한 점.
- 싫으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있을 거라면 웃으며 생활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인간인 만큼 모두들 선의와 악의를 동시에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마 미라이도 나오키도 요스케도 여기서는 모두 선인인 척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걸 두고 '계산된 교제' 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94)
다른 사람 앞에서 그런 센티하고 심각한 면을 내보이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 타인들의 요구에 맞추어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취하는 일종의 가면 같은 것을 쓰게 되는 것은 자신이 특별히 위선적이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이 사회 생활이랄지 공동 생활은 그런 것들(진짜 얼굴, 진정한 속내)을 끌어 들이지 않아야 지속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야기 해도 괜찮은 것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이렇게 순조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도.
그러나 보여지는 '나'에만 치중하여 진정한 자기로부터 소외되면, 결국 어떻게 흘러는가를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의 뒤통수 때리는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거나 자기 짐을 다 풀어서 부려 놓지 않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가방을 한 켠에 두고 사는 것. 뭐 그런 거지.
나 떠난다고 당신들 나무라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