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를 "자본. 생산. 시장의 전지구적 통합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기업 수익성 논리에 의해 추동되는 과정"으로 보는 월든 벨로는 세계화의 전위대 노릇을 하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를 강하게 비판한다. 벨로가 이 경제기구들을 비판하는 핵심은 강대국의 입김에 따라 의사결정이 좌우되는 비민주성에 있다. 벨로는 세계화의 대안으로 탈세계화를 제안하는데 그것은 국제경제에서 발을 빼자는 뜻이 아니다. "수출을 위한 생산을 강조하는 데서 벗어나 지역시장을 위한 생산이 되도록 경제의 방향을 재설정하자"는 얘기다. 또한 "탈세계화는 시장논리 및 비용 효율성 추구를 안전. 평등. 사회연대라는 가치에 의식적으로 종속시키는 접근방식"이다.-29쪽
소설가 김성동의 말처럼 "최성각은 사상가"다. "이 기절초풍하고 혼비백산하는 정신의 대공황시대에 한 점 등불 든 생명사상가"다. 서평집에서 그의 통찰과 혜안은 빛난다. "훌륭한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나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 사람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대개 긴 무기력의 시간과 짧은 저항의 순간으로 채워져 있기 일쑤다. 아주 가끔씩 아름답고 눈부신 저항이 일어나긴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게 순치되어 불쌍하고 애처롭게 자신의 삶이 노예의 삶인지도 모르고 살다가 사라지는 게 사실이다." "사람이란 토론에 의해 자기 생각이 수정되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는 것도 아니다. 모두 자기주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TV토론이 아니라도 사람 사이에 정말 멋진 토론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문제는 인간의 한계에 속하는 일일 것이다." -58-59쪽
[범인이 진실을 자백하게 하는 방법]에 인용한 저널리스트 히가키다카시가 '가해자의 동기 운운하는 것이 피해자를 기만할 수 있다'고 논한 부분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나는 범죄의 '동기'에 관심이 없지는 않지만, 그 실재를 믿지는 않습니다. '열 받아서 죽였다. 미움을 누를 수가 없었다. 목돈이 필요해서 자식에게 보험금을 걸었다. 잠결에 똥을 쌌다.' 동기와 결과의 인과관계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는 이보다 몇십만 배나 되는 확률로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가 났지만 죽이지 않았다. 미움은 누룰 수 없었지만 범죄로 치닫지는 않았다. 돈을 위해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 똥을 싸고 잤다.' 가해자가 말하는 동기를 곧이들으면, 이미 피해자가 절명해 반론할 수 없는 유족은 크나큰 타격을 입을 뿐입니다. 그들의 말하는 동기란 대개 범죄자의 자기변호이기 때문입니다."-63쪽
[논어]에 나오는 '애인'의 다른 용례를 예로 들면서, 사람을 가리키는 두 종류의 개념과 만난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애인이라고 할 때의 '인'이고, 다른 하나는 사민이라고 할 때의 '민'이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인'과 '민'은 정치적 위계가 다른 계급을 가리키는 용어였다는 것이다." 공자의 핵심개념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지배층 내부에 한정된 특수한 형태의 사랑에 지나지 않는다. 예 또한 그러하여 "예란 지배계층 내부의 품위 있는 행동 규범 일반을 가리킨다." 강신주는 철학자답게 개념의 정립이 뛰어나다. "우선 나와는 다른 삶의 규칙을 가진 존재"라는 타자의 철학적 의미는, 내가 그간 듣고 봐온 풀이 중에서 가장 와 닿는다. -131쪽
"왜 학교는 우리에게 사고하고 의심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가. 사람이 왜 사는가. 삶은 또 어떤 가치가 있는가. 추구할 만한 가치가 무엇인가. 왜 학교는 우리에게 남보다 앞서야 하고 성공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어떻게 내재된 가치를 추구하고 어떻게 사랑하고 나눌 것인가를 가르쳐주지 않는가."-176쪽
파스칼 레네는 반어적이고 대조적이며 역설적인 표현을 곧잘 쓴다. "사실상 그녀는 그가 그녀에게 기대한 것과 너무나 가까웠지만, 그가 보고자 하는 것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모순된 상황을 우리의 요즘 세태에 적용하면 확대해석하는 것일까? -191쪽
"'배움의 공동체'를 요구하는 학교 개혁이란 학교를 아이들이 서로 배우면서 성장하는 장소로 만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교육전문가로서 서로 배우면서 성장하는 장소로 만드는 개혁"을 가리킨다. 또한 이 '배움의 공동체'에는 학생과 교사 외에 학부모, 시민, 교육 관료도 참여한다. -247쪽
"결혼 이외의 대안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는 독신 여성들이 결혼하면 여러 면에서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대답하는 반면, 기혼 여성들은 독신이 된다면 대부분의 면에서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한다."-264쪽
외국어는 못 알아들어도 외국 사람의 몸짓과 목소리의 톤은 부분적으로라도 이해할 수 있는데, 이것은 "언어는 디지털이고, 몸짓과 준언어는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인간들은 다른 사람이 관계에 관한 말로 우리의 자세와 태도를 번역하여 해석하기 시작하면 매우 불편해진다. 우리는 이런 주제에 관한 우리의 메시지들이 아날로그적이고, 무의식적이고, 불수의적으로 남아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우리는 관계에 관한 메시지를 가장할 수 있는 자들을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310-311쪽
나치즘에 대한 프롬의 동시대적 고찰(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1941년에 썼다)은 의외로 현재적인 의미가 풍부하다. 예컨대 '정보의 강조'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보라! "보다 많은 사실을 알면 알수록 실제의 지식에 보다 확실하게 도달한다는 슬픈 미신이 널리 퍼져 있다. 산발적이며 서로 상관없는 사실들이 학생들의 머릿속에 주입된다. 그들의 시간과 에너지는 사실을 보다 많이 주입받기 위해 소비되어 거의 생각할 틈조차 없다. 분명히 사실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허구적이다. 그러나 '정보'만으로는 정보가 없는 것만큼이나 사고에 장애가 된다."-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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