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라, 이라부의 말이 떠올랐다. 분명 세이지의 인생은 고슴도치 그 자체였다. 열두 살 때부터 어깨에 힘을 넣고 다니기 시작했고, 이날 이때까지 상대를 위협하며 살아왔다. 고등학교 시절, 정학을 먹어 더 이상 나팔바지를 입고 활개 칠 수 없게 되었을 때는 마치 발가벗겨진 것처럼 마음이 허전했다. 지금도 기성복 양복에 카롤러(도요타의 인기 차종)를 타면 똑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하기야, 야쿠자는 모두 그렇다. 자기뿐만이 아니다. -31쪽
"중요한 건 훈련입니다. 지상 5센티미터 높이에서 건너는 평균대를 지상 10미터에서도 건널 수 있느냐, 그게 일반 사람과 서커스 단원의 차이니까 넘어서야 할 건 기술이라기보다 오히려 공포감이라고 해야겠죠."-79쪽
뻔뻔스러운 인간은 그 뻔뻔스러움을 주위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게 만듦으로써, 점점 더 뻔뻔스럽게 변해간다. -151쪽
자유라는 건 분명 자기 손으로 붙잡는 것이다. -162쪽
"선생님, 자꾸 삼천포로 빠지지 말고 강박증 치료도 생각 좀 해보세요." "맞다, 그렇지." 머리를 긁적거린다. "구토증하고 근본 원인은 같으니까, 다른 걸로 분출해버리면 좋을 거 같은데." "다른 거요?" "정작 토해내야 할 감정들을 쌓아두고 있으니까, 위 속에 든 음식이 대신 나와버리는 거잖아. 강박증도 그 연장선상이지. 한밤중에 베란다에 서서 허공에 대고 다른 사람 욕이라도 실컷 떠들어보면 어떨까?"-273-274쪽
인간의 보물은 말이다. 한순간에 사람을 다시 일으켜주는 게 말이다. 그런 말을 다루는 일을 하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신에게 감사하자.-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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