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몬스터 - 대학교수가 된 ADHD 소년
Robert Jergen 지음, 조아라 옮김 / 학지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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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에서는 이를 '자기 충족적 예연(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어떻다고 들은 바 대로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 가족이나 선생님들이 나보고 늘 참하기도 하고 똑똑하기도 하고 멋지다고 했다면, 아마 나의 괴상한 행동들이 나타나지 않았거나 혹은 그 정도가 덜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모나 선생님은 내가 잘했던 것은 제쳐두고 내가 잘못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결국 말이 씨가 되어, 내가 잘못했을 뿐인 것들이 나라는 존재 자체가 되어버렸다. 나는 형편없는 녀석이었고, 아직도 내 마음에는 그렇게 느껴지는 구석이 남아 있다.
-24쪽

'피검자'는 '과잉행동, 충동성, 부주의와 관련된 문제를 현저히 보이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중증'의 ADHD를 가졌다는 것이다. -175쪽

하지만 지금까지는 ADHD를 가진 아이들을 ADHD가 아닌 아이들처럼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왔다. 나는 그보다는 생산성과 정서적인 안녕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32쪽

모든 사람들은 에너지를 방출할 생리적인 욕구가 있음을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 ADHD를 가진 사람들은 단지 방출해야 할 에너지가 더 많은 것뿐이다. 따라서 정말 중요한 질문은 '내가 이 아이를 어떻게 얌전히 앉아 있게 할 수 있나?'가 아니다. 나는 내 인생 내내 그런 상황과 싸워왔고, 주로 졌다. 따라서 이제부터 질문은 다음의 두 가지로 나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이 아동의 에너지를 좀더 적절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까?'와 '이 아이의 에너지로 인해 야기되는 주변의 방해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을까?'이다. -256쪽

하지만 우리 생각들을 부정적이게 하고, 우리 행동을 파괴적이게 하는 것은 ADHD 그 자체가 아니다. 대부분의 문제들은 우리와 우리의 ADHD를 대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했느냐에 따라 일어난다. 우리 부모님들, 선생님들, 또래 친구들이 나를 비웃고, 조롱했고, 그들의 비난이 그때부터 내 머릿속에서 반향을 일으켜왔다. 만약 그들이 좀더 지지적인 태도로, '얘, 넌 괜찮다. 넌 좋은 아이야'라고 말해 주었더라면, 나는 내 인생에서 좀더 일찍 행복해지는 법을 배웠을 텐데 말이다. -284쪽

만약 이 책을 읽는 독자 중에서 부모나 교사가 있다면, 당신이 맡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꼭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렇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똑똑하지만 자살 위험이 있는 불행한 아이와, 학업 능력은 좀 떨어져도 잘 적응하고 행복한 아이 중 어떤 쪽을 택할 것인가? 이 질문은 '어떻게 하면 부모와 교사들이 아동의 자존감을 키워줄 수 있는가?'로 이어진다. 이 주제에 관해서라면 이미 몇 톤이 넘는 책들이 있고,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지만, 내 생각에는 무엇보다 지지적인 태도로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부디 인내심을 가지고 대해 주시길. 그리고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것에 훨씬 더 많이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라는 바다. 나는 ADHD를 가진 사람들이 '정상'인들을 성가시게 하고 정말 귀찮게 한다는 걸 익히 알지만, 그래도 ADHD를 가진 아동들 대부분은 자신들도 좋은 아이가 되려고 애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랑받고 받아들여지길 원하낟. 우리도 놀림을 받거나 벌 받지 않으려고 무지 노력하지만, 단지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자주 실패할 뿐이다. 그러니까-312쪽

여러분이 좀더 긍정적인 측면, 우리가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본다면, 우리 행동은 훨씬 더 참을 만하게 생각될 것이다. 또, 여러분이 무심코 내뱉은 모든 부정적인 말들이 아주 오랫동안 우리 머리에서 메아리칠 것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숙제를 잊고, 다른 사람의 이름을 잊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것은 잊지만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던진 상처가 되는 말은 잊지 않는다. 결국, 그 말은 우리 머릿속에 남겨져 영원히 우리 의식을 지배하게 된다. 그러므로 만약 여러분이 우리보고 바보 같다거나 재수 없다고 했다면, 우리는 결국 바보 같거나 재수 없어질 것이다. -312-3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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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구판절판


공부 가운데 최상의 공부는 무지를 참을 수 없는 자발적인 욕구와 앎의 필요를 느껴서 하는 공부다. -6쪽

서양 고전음악이란 뭔가? 그것은 대중음악과 어떻게 다른가? 고급 문화는 무엇이고 저급 문화란 무엇인가? 고전이란, 고급 문화란 한마디로 '귀'의 세계를 향해 있다. '나는 대중음악이 싫어!'라고 말할 때, 진정한 음악 애호가들은 대중음악이 '소음'이기 때문에 거부하는 게 아니라, 소음에도 미치지 못하며, 소음조차도 거부하는 '눈'의 세계를 지향하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이다. 10대 댄스 가수들이 역겨우며, '홈시어터'가 같잖게 여겨지고, 눈을 감고 되뇔 권리를 빼앗아 가는 화보 가득한 책들이 싫은 것은, 고급과 저급의 차원이 아니라, 귀와 눈이 지향하는 세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150쪽

우리가 목도하듯이, 비행기의 1등석에 탈 수 있는 사람에게는 국경이 없지만 3등석밖에 탈 수 없는 사람들에게 국경의 벽은 높다. 서울에서 뉴욕의 증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사람에게 세계화는 복이지만, 내가 다니는 공장이 중국으로 이동하지나 않을까를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에게 세계화는 재난이다. 한마디로 말해 돈은 이윤을 찾아 자유롭게 세계를 주유할 수 있지만, 몸뚱어리는 그럴 수 없다. 세계화는 부자와 빈자를 양극화시킬 뿐 아니라, 권력과 부를 쥔 자들의 과두정을 불러온다. -179쪽

오인석의 [바이마르공화국의 역사]와 데틀레프 포이케르트의 [나치 시대의 일상사]는 나치 시대의 독일 국민들이 나치라는 전체주의에 일방적으로 굴복한 것이 아니라, 안정과 질서를 위해 스스로 권위주의를 희구했다는 분석 또한 담고 있다. 다시 말해 박정희가 용인된 것은 박정희 정권의 억압 때문이기도 했지만, 안정과 질서를 원했던 우리 스스로가 박정희 독재에 협력했다는 뜻이다. -196쪽

"공상주의의 공(共)자도 모르고 또는 정반대로 공산당에 반대하는 사람까지도 자기네 반대파인 경우에는 공산당으로 몰아서 얼마나 많은 공산주의자 아닌 공산주의자를 만들고 또 혹은 공산당 아닌 공산당이 생겼으며, 또 그로 말미암아 얼마나 많은 민심으로 하여금 대한민국 정부를 이반케 하며 대량으로 공산당을 제조하고 있는가 하는 것도 천하가 다 하는 사실입니다."라고 조봉암이 말할 때, 피해 대중의 가해자였던 이승만 세력은 자신들의 존재 근거가 허물어지는 듯이 느꼈을 것이다. 조봉암이 말하는 피해 대중은 전쟁으로 인한 남과 북의 희생자를 가리키기보다는, 극우반공체제에 의해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고 집단 학살된 희생자를 엄밀하게 좁혀 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283-284쪽

촘스키는 인간의 권리를 넘어서 국가의 권리까지 누리고 있는 이런 다국적기업을 향해 "20세기를 피로 물들인 두 가지 형태의 독재 체제, 즉 볼셰비키와 파시즘도 이런 원칙으로 운영"되었다면서 볼셰비키.파시즘.다국적기업은 "개인에게 절대적인 권리를 인정한 전통 자유주의에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사상"이라고 맹비난한다.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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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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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바로 너야. 스탠리. 네가 여기 있게 된 이유는 바로 너라고. 너는 네 자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해. 네가 네 인생을 엉망으로 만든 거야. 그리고 그걸 바로잡을 사람도 바로 너야. 다른 사람들이 그 일을 대신 할 수는 없어. 너희들 모두 마찬가지야."-87쪽

스탠리는 제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어떻게 하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 제로는 엄지손가락 산에 올라갔든가, 아니면...... 하지만 스탠리의 마음을 정말로 괴롭히는 것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아니었다. 스탠리의 마음을 정말 괴롭히는 것, 진짜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너무 늦은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었다.-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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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초콜릿 - 나를 위한 달콤한 위로
김진세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9월
품절


문제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과 '사랑을 하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감정의 문제입니다. 감정으로 이루어진 사랑을 뜨겁고 쾌락적입니다. 누구나 사랑에 빠지는 것이 너무나 좋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사랑은 결국 차갑게 식게 마련입니다. 뜨겁게 사랑해서 결혼을 하지만, 신혼이 끝나지마자 또는 한 해 두해가 지나면 남남이 되는 것을 너무나 흔히 보았습니다. 우리에에는 '사랑을 하는 것'또는 '사랑을 함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33쪽

노년기가 되면 남녀의 성역할이 바뀝니다. 남녀 모두 50세 전후에 갱년기를 겪으면서 남자는 남성 호르몬이 적어지고, 여자는 여성 호르몬이 적어집니다. 성역할이 바뀌는 생물학적 이유입니다. 양육과 가사노동이라는 책임을 벗어던진 여자에게도, 직장에서 은퇴를 한 남자에게도 새로운 시기입니다. 시간은 남아돌고, 더구나 성역할이 바뀌는 생물학적인 변화 때문에 혼란을 겪습니다. 당연히 서로의 관계도 변화합니다. 생존의 법칙으로 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의식주의 해결은 여자가 주도적이었습니다. 당연히 기본적인 생활에 서툰 남자는 여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전까지 큰소리 떵떵 치던 모습은 사라지고, 구부정한 할어버지는 할머니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시기에는 사랑보다 우정으로 사는 부부가 오히려 이상적인 부부라 할 수 있습니다. -159쪽

사랑받기만 하면 존중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 양가감정에 머물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 낳고 사랑 낳지, 사랑 낳고 사람 낳은 것 아닙니다. 사랑하니까 막 대해도 된다고요? 존중 없는 사랑은 그저 그가 아끼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아무리 자동차가 힘들어해도, 그가 달리고 싶다면 달려야 하는 것이 자동차의 운명입니다.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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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현대문학 테마 소설집 1
하성란.권여선.윤성희.편혜영.김애란 외 지음 / 강 / 2009년 3월
품절


어느날 갑자기, 유리 문을 에워싸며 들어찬 축대. 아래쪽은 화강암이고 위쪽은 검정 벽돌로 다섯 층을 쌓아서, 이 동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담장과 비슷한 모양새가 된 그 축대 귀퉁이에,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만한 문이 나 있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하나하나 뜯어보면 가치 있어 보이지만 함께 모임으로써 조악해진 물건들 틈에, 그리움에 절어 미라가 된 무엇이 있을 것만 같았다. -32-33쪽

강은...... 아니 강이라고 생각되는 검고 길쭉한 공간은 전혀 흐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흘러가는 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둬, 라고 연선배는 오래전 그녀에게 충고했다. 감정이 흐르는 대로 그냥 흘러가게 놓아두라고, 부질없음을 부질없음으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라고,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들에 대해서는 따져 묻지 말라고도 했다. -91쪽

햇빛과 바람과 구름과 신록이 실내악처럼 부드럽게 연주되는 날씨. 사치스럽게까지 느껴지는 화창함. 봄이다. 검고 거친 외피를 가졌지만 아카시아는 새로 돋아난 연녹색 둥근 잎들을 무수히 매달고 있다. -167쪽

그는 지사에 근무하면서 자신의 세계가 거대한 선박의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노동자들이 제작하는 부품과도 같다는 걸 쉽게 받아들였다. 그러자 더 이상 젊지 않은 게 다행으로 여겨졌다. 젊음이라는 것은 지나온 과거 속에나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한때 그런 시간이 있었을 테지만 발령을 기다리며 인사를 치르고 상사들의 온갖 대소사를 찾아다니는 동안 조금씩 소진되어갔다.-223-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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