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걷고 싶은, 누군가의 버킷 리스트에 들어 있는 산티아고 순례에 대한 환상을 깼다면, 나는 그저 걷기만 하면 될 거라는, 그 먼 길을 아주 단순하게 여긴다면 한참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야말로 순례길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순례의 길에서, 자신을 온전하게 통찰하면서 영혼을 찾아가는 시간들이 가지런히 들어있다. 살면서 한 번도 곱씹지 않았던 육체의 소소한 부분까지, 꿰뚫고 지나가는 시간들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하지만 이러한 자발적인 시련에도 불구하고 머지않아 다시 그 길을 걷고 있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순례가 미치는 영향과 의미를 꼭 집어 줄 수 없어서, 여행 전체를 들려줬다는 저자이다. 글을 읽다보면 왜 그 먼길을 걷는 거야, 왜 이것을 해야하지 등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무언가를 하는 이유와 목적을 알려준다. 순례길이 거기에 있어 그 곳에 간다는 말과 같지 않을까. 그 곳에 가보면 그 곳에 가야하는 이유와 해야하는 목적이 들어 있기에. 정답은 그 곳이 있기에 그 곳에 갈 수 밖에 없다로...

대부분 여행에 관한 글들은 좋은 말만 들어 있어 환상에 부풀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인간적인 고통, 고독, 비우기, 영혼, 역설, 사유, 종교와 역사, 정치까지 아우르는 '불멸의 산책'을 읽다 보면 저자와 순례길을 함께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죽을 때까지의 삶을 잘 살 수 있을 거 같은, 그런 뿌듯함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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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의 화첩기행이 기억 나서 집어든 책이다. 김병종이 특히, 뉴욕에 관하여 자신이 쓴 시와 그림을 곁들인 소회이다. 덧붙여 샌프란시스코, 쿠바, 위대한 작가들, 장소, 음악, 그림, 음식 등을 자신이 걷고 있는 그 곳과 버무려 쓴 시화기행이다. 

시인이 되었어야 하는데, 요즘 자주 하는 말로 '다음 생에 시인이 꼭 되시길' 빌어본다.

화첩기행이 더 좋다. 김병종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나보다. 가볍다는 느낌이다. 암튼, 생일 자축으로 그랜드캐니언을 가려고 예약했다. 글 속에 그랜드캐니언이 없었다면 화가 날뻔했다.

나이에 걸맞고, 자신의 교양에 맞는 책을 선택하고 읽어야 한다는 것을 한번 더 확인한다.

연초부터 계속 엇나가고 있는 독서다. 한편으로는 이런들 저런들, 남는 게 시간인데... 

아울러 도서관에 간 김에, 뜨개 강사들이 말했던 M1R, M1L, KFB, K2TOG, SSK 등이 떠올라,  '손뜨개 영문패턴 핸드북', '오늘부터 영문도안 손뜨개'를 빌려서 봤다. make one right, skip skip knit. 이렇게 말해주면 쉬운데..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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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는 글을 이렇게 쓰고 있구나... 칼은 연결보다는 단절과 해체의 의미가 더 크다. 그녀가 속해 있었던 세계, 자신의 출신계급, 사회, 가족, 종교, 특별함을 잘라내고 평범하고 현실에서 있는 그대로 정말 팩트로만 글을 쓰고 있다. 단절을 하기 위해서는 경계를 잘 살펴야 한다. 경계를 문제 삼아 해체하고 허물며 글을 쓰는 것, 거리두기를 통해 글을 쓰는 것,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글로 쓴다는 것, 자신의 글쓰기는 사치이며, 문학적 포장은 거부하고 출신계급을 변절한 처지이기에 더 치열하게 글을 쓴다는 것. 그 속에서 독자인 우리가 길을 찾아 가도록 하며, 그녀의 기억들과 경험과 지식들은 우리에게 투사되면서 전달되며 증여된다.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그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그녀에 대한 글을 몇 편 읽었다. 이제 다른 이를 만날 때가 되었다.

*설날이 내일이다. 몇 시간 운전하기를 모두 꺼리기에 부모님 댁은 기차타고 가기로 했다. 90이 넘은 아빠는 언제 오냐고 계속 묻는다. 가족 사진 보고 기다리라고 하면, 당신은 내일 없을 수도 있다는 귀여운 협박으로...

*특히, 명절이 되면 부모님에 대하여 깊이 깊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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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추천하여 구입하여 읽은 책이다. 빌려 읽어도 충분하거나 아님 안 읽어도 된다. 그저 웃음이 나왔다. 일일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드라마를 폄하하는 마음이 있다. 어쩌면 삶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라마에 녹아 있는데, 그래도 그건 아니잖아, 그래도 다른 삶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띠끌 같은 나 일 수도 있고, 수많은 티끌이 모여 나를 이루기도 한다. 티끌은 삶의 조각조각일 수도 있고, 현재의 나의 형편일 수도 있다. 너무 비관적일 수 있지만, 주인공 안젤라는 그게 아니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자신이 주관하여 살려 한다. 

수많은 선택지에서 또는 선택의 종류도, 그러한 선택지에서 선택조차 당함을 못한 이까지 살고 있다. 누구는 부모를 잘 만나서, 누구는 능력이 있어서, 누구는 환경이 좋아서, 등등은 핑계댈 수는 없다.

이왕 태어났으니,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는 온전히 본인 몫이다.  

어쨌든, 지금 자족하며 살고 있다. 후회와 아쉬움과 욕심이 여전히 밀려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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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은 보부아르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암에 걸린 엄마의 병상을 지키며, 엄마와의 소원했던 관계를 돌아본다. 죽어 가는 엄마를 지켜보면서, 엄마와 연대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려고 한다. 오랫동안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와 딸이 죽음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넓혀지면서 이해하게 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있다. 

해설자가 밝힌 '아주 편안한 죽음'은 '타인에 대한 애도를 통해 자기 자신과 화해하기'이다. 딸이 대변하는 나-정신-삶의 영역과 어머니가 대변하는 타인-육체-죽음의 영역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두 영역이 서로 조화롭게 혼합되는(182쪽) 과정을 볼 수 있다.

확장되어 가는 자문자답이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죽음의 의미, 호상이라는 말은 어불성설, 살아남은 자를 위한 화해, 아주 편안한 죽음은 남은 자의 몫, 죽은 자는 말이 없음, 언젠가는 죽기에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인간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 고통과 슬픔을 공감하고 연대하기이다.


추가로 쇼미더머니에서는 문자 투표 보낸 이영지(Hug/Dejavu)가 우승했다.  내가 기뻤다.    


시간은 나이별로 다르게 흐른다. 올해는 그렇게도 화가 많은 줄 몰랐던 나와 정말로 화해하는 한해였다. 벌써 내년이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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