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걷고 싶은, 누군가의 버킷 리스트에 들어 있는 산티아고 순례에 대한 환상을 깼다면, 나는 그저 걷기만 하면 될 거라는, 그 먼 길을 아주 단순하게 여긴다면 한참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야말로 순례길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순례의 길에서, 자신을 온전하게 통찰하면서 영혼을 찾아가는 시간들이 가지런히 들어있다. 살면서 한 번도 곱씹지 않았던 육체의 소소한 부분까지, 꿰뚫고 지나가는 시간들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하지만 이러한 자발적인 시련에도 불구하고 머지않아 다시 그 길을 걷고 있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순례가 미치는 영향과 의미를 꼭 집어 줄 수 없어서, 여행 전체를 들려줬다는 저자이다. 글을 읽다보면 왜 그 먼길을 걷는 거야, 왜 이것을 해야하지 등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무언가를 하는 이유와 목적을 알려준다. 순례길이 거기에 있어 그 곳에 간다는 말과 같지 않을까. 그 곳에 가보면 그 곳에 가야하는 이유와 해야하는 목적이 들어 있기에. 정답은 그 곳이 있기에 그 곳에 갈 수 밖에 없다로...

대부분 여행에 관한 글들은 좋은 말만 들어 있어 환상에 부풀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인간적인 고통, 고독, 비우기, 영혼, 역설, 사유, 종교와 역사, 정치까지 아우르는 '불멸의 산책'을 읽다 보면 저자와 순례길을 함께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죽을 때까지의 삶을 잘 살 수 있을 거 같은, 그런 뿌듯함이 밀려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