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실점
김희재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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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클어진 머리의 한 여인. 옷 없이 누워 있는 그 여인. 그리고 그녀를 감싸는 빨간 물결. 제 시선을 끌어요. 신비롭고, 강렬해요. 제가 만난 책, '소실점' 얼굴의 첫인상이에요. 그리고 그 책이 이야기해요.


 '그녀의 몸을 가린 옷은 없었다' -9쪽.


 이 책의 첫 목소리예요. 제게 송곳 같이 들어오네요. 대한민국의 대표 아나운서, 최선우. 그녀가 나체로 발견돼요. 시체로요. 장소는 교외에 있는 한 남자 집. 그 집의 주인은 미술 교사 서인하예요. 강력한 용의자가 되지요. 재벌가의 며느리, 외교관의 아내, 지성과 미모를 갖춘 인기 아나운서인 최선우의 죽음. 대한민국에 큰 파란을 일으키지요.


 '인간에 대한, 특히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궁금증이 없다면 노동 강도가 세기로 손꼽히는 검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 주희 역시 이 같은 궁금증을 갖고 있는 검사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독특한 범죄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았다.' -53쪽.


 인간 내면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사건을 맡은 강주희 검사. 서인하는 최선우가 섹스 파트너라고 해요. 그리고 그녀가 SM 성향이라고 하고요. 그런데, 최선우의 남편인 박무현은 그녀가 완벽한 여자라고 해요. 가지런하고, 우아한 여인. 그 자체라고 해요. 극과 극의 두 얼굴. 그 안의 진실이 하나하나 드러나요. 강간이냐 화간이냐, 살인이냐 자살이냐, 조작이냐 증거냐의 참모습을 알게 되지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최후의 만찬'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최후의 만찬'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사랑해요."

 "네가 인식한 나는 나 자체가 아니라 너의 시각을 통과한 나이고, 그것은 나의 실존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 -154쪽.


 '"소실점, 을 아세요?"


 2차원의 평면에 원근법과 입체감이 살아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기준이 되는 선을 연결하는 방법.' -287쪽.


 '"저는 최선우를 똑바로 보기 위해 매 순간 새로운 소실점을 찍고, 제 위치를 바꿔가며 그녀를 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있는 자리에서 결코 움직이지 않고, 자신이 한 번 찍은 소실점에 변동 없이, 그 구도 안에 선우를 밀어 넣은 사람들은 보지 못했던 모습을, 저는 그래서 볼 수 있었고, 저는 그래서……." -288쪽.


 서인하의 증언이에요. 그는 최선우의 다른 얼굴을 보았다고 해요. 즉, 그녀의 가면 안의 얼굴을 봤다고 해요. 매 순간 새로운 소실점을 찍고, 위치를 바꿔가며 봤다고 해요. 그런데, 최선우의 가면은 너무 무거웠어요. '숨을 쉴 수 없다면서 왔습니다. 숨을 쉬고 싶다고.(280쪽)' 서인하에게 그녀가 숨을 쉬고 싶어 왔었다고 해요.


 '"제게는 선우를, 세상에 남은 선우의 이름을 살던 모습만큼 아름답게 지키는 일만 남았습니다." -286쪽.


  이것도 서인하의 증언이에요. 최선우의 이름을 지키기 위한 사랑! 숭고한 사랑! 그녀의 어두운 얼굴도 사랑했다고 하는 서인하! 또, 주기만 하는 사랑! 그럼에도 '"저는 행복했습니다. 제가 선우를 그렇게 볼 수 있는 사람이어서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288쪽)'라고 말하는 서인하! 


 이 소설에서 제가 본 인간 내면에 대한 물음은요. 가면과 사랑이에요. 그것도 무거운 가면과 주기만 하는 사랑이에요. 이 두 가지를 생각하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그려졌어요. 예수를 판 가룟 유다의 무거운 가면. 그리고 그 무거운 가면 안의 어두운 얼굴마저도 사랑한 예수! 역시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마태복음 22장 39절).'고 하신 예수지요. 그 사랑으로 빛이 되셨어요. 그 예수에 있는 소실점으로 살아 있는 그림이 되고요. 이 소설에서도 최선우의 무거운 가면이 있어요. 그 최선우의 어두운 얼굴도 자신 같이 사랑한 서인하가 있고요. 그 사랑으로 최선우에게 빛이 돼요. 그 서인하에 있는 소실점으로 이 소설도 살게 되고요.


 이 소설의 지은이는요. '실미도', '공공의 적2' 등의 각본을 쓴 작가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이 소설, 한 편의 영화 같아요.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대화가 살아 있고요. 또, 마지막까지 제동 장치 없이 달려요. 그 속도! 힘 있네요. 살아 숨쉬는 속도 여행! 긴 여운도 남겨요. 그 여운 안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두 소설이 생각나네요. 바로, '용의자 X의 헌신'과 '백야행'이에요. 오랫동안 음미했어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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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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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의 무협 소설 '신조협려'의 여주인공 소용녀. 그녀는 감정을 절제해요. 고묘파인 그녀는 그렇게 배웠지요. 그리고 손원평의 소설 '아몬드'에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 있네요. 그 소년은 감정을 배우게 돼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고, 감정의 이름을 헷갈린다. 의사들은 선천적으로 내 머릿속의 아몬드, 그러니까 편도체의 크기가 작은 데다 뇌 변연계와 전두엽 사이의 접촉이 원활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입을 모았다.' -가제본 20쪽.


 이렇게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고 진단 받은 선윤재. 평범하게 살기 위해, 할멈과 엄마에게 사랑의 '주입식' 감정 교육을 받아요. 그런데, 윤재의 열여섯 번째 생일인 12월 24일. 할멈은 희생되고, 엄마는 혼수 상태가 돼요. 그리고 새로운 인연이 맺게 되고요. 할멈과 엄마, 윤재가 함께 키운 헌책방. 그 위층에 있는 빵집의 심 박사. 그가 윤재에게 도움을 주고자 해요. 또, 부모님과 헤어졌다가 다시 아빠를 만났지만, 분노의 상처가 있는 '곤이'를 만나고요. 그리고 맑고 밝은 달리기 소녀 '도라'도 만나지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괴물인 내가 또 다른 괴물을 만나는 이야기이다.(가제본 2쪽)'라고 소설은 말해요. 할멈이 '예쁜 괴물'이라고 한 윤재. 그는 감정을 나타내지 못하는 예쁜 괴물이지요. 그리고 다른 한 괴물은 분노의 감정이 넘치는 착한 괴물 '곤이'예요. 그 둘은 친구로서 서로를 이해하게 돼요. 우정을 느끼게 되지요.


 '나는 너를 사랑하겠노라.

 그것이 죄가 될지 독이 될지 혹은 꿀이 될지 영원히 알 수 없더라도

 나는 이 항해를 멈추지 않으리.' -가제본 38쪽.


 윤재가 읽은 책 속의 글이에요. 그래요. 윤재는 사랑받는 소년이에요. 할멈과 엄마, 그리고 심 박사, 도라에게 사랑을 받아요. 그리고 결국에는 '곤이'에게 친구로서 사랑을 받지요. 그 여럿의 사랑으로 윤재도 사랑을 줄 수 있게 되고요. 할멈이 말한 사랑인 '예쁨의 발견'을 윤재도 하게 된 거예요. 이웃에게서요. '신조협려'의 소용녀도 양과를 사랑하게 되어 감정을 보여주게 된 것처럼요.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가제본 210쪽.


 영화 '에이 아이'에서 감정을 가진 로봇 데이빗은 어머니의 사랑을 찾지요. 소설 '아몬드'의 윤재는 모두의 사랑으로 감정을 갖게 돼요. 그 감정으로 공감하게 되고요. 진짜 공감을 하게 돼요. 드라마 '다모'의 명대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처럼요.


 독특한 인물 설정이 돋보인 이 소설! 깔끔한 문장으로 눈에 쉽게 들어오고, 매끄러운 이야기의 흐름으로 눈에서 멀어지지 않게 해요.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진 특별한 인물의 악전고투! 그리고 그의 성장! 독자들도 그를 사랑하며, 그의 사랑을 받고 함께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과연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에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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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영의 News English - 월드뉴스를 만나는 가장 쉽고 빠른 길!
윤희영 지음 / 샘터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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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영자 신문을 본 적이 있어요. 힘겨웠지요. 영문 표현을 잘 몰라서 하나하나 찾으며 읽었어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렀지만, 하나의 기사를 읽고 이해했을 때는 만족감이 컸었지요. 비록 실력이 미천하여 오랫동안 영자 신문을 읽지는 않았지만, 그 경험은 깊이 남아 있네요. 그리고 이번에 제가 만난 책은 '조선일보'에 2008년 3월부터 2011년까지 '윤희영의 News English'에 연재된 글에서 엄선된 글이라고 해요. 영자 신문을 읽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게 됐지요.

 

 

 이 책은 1. 'Funny Funny World 웃음은 세계 공통어', 2. 'Our Heart-warming World 언어는 달라도 마음은 하나', 3. 'Mysterious Science World 신비로운 과학의 세계', 4. 'We are the Global Village 지구촌 이모저모 신기한 세상'의 묶음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또, 이 책에 수록된 원문 뉴스는 《Daily Mail》, 《The Observer》, 《The Mirror》, 《The Sun》, 《ABC News》, 《AFP》, 《The Guardian》, 《BBC News》, 《Reuters》 등 다양한 해외 언론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해요. 각 뉴스의 한글 번역은 저자에 의해 정리, 요약, 재구성되었다고 하고요.

 먼저, 한글 번역된 뉴스가 있고, 다음에는 원문 뉴스가 소개되어 있는데요. '기억하면 좋은 구절'과 '내 인생의 명언'도 알려주고 있어요.


 '영문 기사에 직접 나온 표현이 아니면 절대 인용하지 않는다. 어설프게 아는 것을 임의로 쓰거나 영작을 해서 넣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오류를 지적받은 적이 거의 없었다. 인용 부분은 모두 영문 기사 원문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통역대학원 졸업시험을 겪어봤기 때문에 독자들이나 수험생들이 어떤 수준의 어떤 표현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 더 절실히 공감할 수 있다. 그래서 나 스스로 같이 시험을 준비하며 함께 공부한다는 자세로 기사들을 선별하고, 유용한 영어 표현들을 골라봤다.
부디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읽으며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수험생들에겐 잠시 머리를 식혀주면서 자연스레 공부도 되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에필로그〉에서(478~479쪽.)


 지은이의 정성이 느껴지네요. 신문 기사는 정확성을 요구해요. 내용과 표현 모두가 틀리지 않아야 하지요. 그리고 정중하고 세련된 표현을 쓸 때가 많고요. 육하원칙에 의해 잘 정리된 글이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그 나라의 글을 알기에는 그 나라의 신문 기사가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이 책이 그 도움이 되기에 맞는 책이고요. 지은이의 바람이 정말 이루어질 수 있는 책이에요.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URL http://post.naver.com/isamtoh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1> 책 미리보기 > http://goo.gl/P4E52W

 

 

 



물방울 9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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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 말해 스토리콜렉터 52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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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출처: 북로드 페이스북)


 예전에 유괴를 다룬 책은 읽기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분을 뵌 적이 있었어요. 아이를 키우시는 분 같았어요. 아무래도 부모의 마음으로 유괴 이야기를 보게 되니, 마음이 아플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그런데, 며칠 동안 제가 만난 소설은 두 소녀의 실종 이야기예요. 납치되어 감금되고 학대를 당해요. 친한 친구인 두 소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저도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축제가 끝나고 두 소녀가 사라졌어요. 그 소녀들을 찾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지만 찾지 못하고요. 경찰도 수색을 하지만, 찾지 못해요. '빙엄 소녀들'이 된 두 소녀. 그렇게 두 소녀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엷어져요. 그리고 3년 후, 한 농가에서 부부가 살해되는 사건이 생겨요. 그리고 근처 호수에서 한 소녀의 시체가 떠올라요. 상처가 많고, 마른 소녀. 어디에서 도망치는 듯한 맨발의 소녀. 경찰은 그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체포하지만, 정신이 이상한 용의자는 알 수 없는 말만 하고요. 결국, 경찰은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에게 도움을 청해요. 그리고 조는 호수에서 나온 시체가 3년 전 실종된 두 소녀 중 하나라는 걸 밝혀내요. 다른 소녀 하나는 살아 있고, 여전히 위험에 처했다는 생각에 그 소녀를 찾아 나서고요.

     

 '내 이름은 파이퍼 해들리다. 그리고


 나는 3년 전 여름방학의 마지막 토요일에 행방불명되었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고, 도망친 것도 아니었다.' -9쪽.


 사라진 두 소녀 가운데 하나인 파이퍼 해들리의 독백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해요. 저는 이 처음이 좋아요. 그의 문장이 독자의 시선을 힘차게 끌어당겨요.  

 이 소설은 한 소녀의 독백과 조 올로클린의 이야기로 되어 있어요. 그 둘의 이야기가 얽히며 긴장감을 끝까지 늦추지 않고 있고요.


 '"미안하다고 말해."

 "미안해요, 미안해요."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울먹인다.

 미안하다, 가엾은 사디스트 자식아. 정말 미안해. 그때 눈을 제대로 찌르지 못해서. 미안해. 벽돌로 네 놈의 머리를 완전히 박살내지 못해서. 미안해. 네 눈알을 뽑아내지 못해서. 나는 이렇게 외쳐대고 싶지만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나는 공처럼 몸을 웅크린다.' -548쪽.


 등장인물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는 이 소설. 개성 있는 인물들이 잘 어울리며, 이 이야기가 숨을 쉬게 하고 있어요. 즉, 파킨슨 병을 가진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 그리고 사라진 두 사춘기 소녀, 엄청난 기억력을 소유한 전직 형사 빈센트 루이츠, 정체를 숨기며 태연히 악행을 하는 범인, 매력적인 정신과 의사 빅토리아 나파르스텍 등이 이야기를 잘 이끌고 있어요. 한편, 조 올로클린의 가족도 소설에 힘을 더하고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마침 2017년 3월 23일에 바다 위로 다시 얼굴을 보인 세월호가 생각났어요. 실종된 지 3년 만에 호수에서 떠오른 한 소녀. 바다에 가라앉은 지 3년 만에 다시 떠오른 세월호. 둘 다 아픔이 떠오른 거예요. 범인에게 감금되었다가 나와, 쫓기게 되어 호수에 잠든 소녀. 나쁜 어른들의 욕심에 세월호에 갇혀, 나오지 못해 바다에 잠든 생명들. 두 소녀도, 세월호의 생명들도 삶과 죽음으로 나뉘게 되네요. 위험에 맞서 서로를 의지했지만, 생사의 길에서 헤어져 살아온 이들에게 아픔이 스며들었을 거예요. 그리고 돌아올 수 없이 멀리 떠난 이들의 가족들! 여전히 아플 거예요. 단장(斷腸)의 아픔일 거예요. '부모가 죽으면 산에다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다 묻는다'고 하잖아요. 많은 부모님들의 가슴에 묻힌 소중한 생명들. 범인이 소녀에게 억지로 말하게 한 '미안해'를 저는 진심으로 말하고 싶네요. 욕심에 희생되어 모두에게 아픔이 된 분들, 그리고 그 아픔을 간직한 분들께요.


 이 소설의 힘은 긴장감과 개성, 그리고 아픔에 대한 공감이에요. 그 힘이 사람들을 사로잡네요. 역시 로보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 저는 로보텀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그리고 앞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하게 될 것 같아요. 진심으로요.      





 덧붙이는 말.

 

 '미안하다고 말해' 띠지 날개에 깜짝 퀴즈 이벤트가 있네요. 참여해보세요.  







스토리콜렉터스 2017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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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 할 본질적인 숙제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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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4월, 아버지께서는 췌장암, 직장암 수술을 하셨어요. 작년 6월에는 어머니께서 건강 검진을 하시고, 대장의 제자리암을 제거하셨고요. 언제나 젊으시고, 건강하실 거라고 생각했던 부모님. 그런데, 이제는 연세가 많으시고, 아프시기도 해요. 부모님께 해드린 게 없는 저. 한없이 부끄럽더라고요.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이자 아들러 심리학의 깊은 이해를 가진 기시미 이치로의 글을 만났어요.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라는 책이에요.


 실제로 지은이는 20대에 마흔아홉의 어머니께서 뇌경색으로 쓰러져 3개월 동안 병실에서 어머니를 간병했다고 하고요. 지은이의 50대부터는 알츠하이머에 걸리신 아버지를 오랜 기간 간병했다고 해요. 지은이 자신도 50대 초반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관생동맥 우회술을 받고 아버지의 간병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고요. 특히 알츠하이머에 걸리신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좋지 않았던 관계를 회복했다고 하네요. 지은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들러 심리학으로 밑그림을 그렸어요. 우리는 그가 그려준 밑그림에 색을 입혀야겠지요. 부모님과 함께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부모님. 지금은 함께 계시지만, 언젠가는 헤어지게 될 부모님. 그러니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함께 사이 좋게 살아가라고 해요. 그렇게 부모님과 함께 '지금, 여기'를 살아가게 될 거라고 해요.


 '자식이란 가면을 쓰지 않으면 인간으로서 부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저만 해도 아버지가 틀린 말씀을 하시더라도 고쳐주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아버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가면을 벗으라' 중에서 (가제본 193~194쪽.)


 가면을 벗고 인간으로서 부모님과 마주하라는 기시미 이치로.


 '부모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부모님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가족에게 힘이 되는 존재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가족끼리 어딘가 어색함을 느꼈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깨닫게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부모님이 사실은 가족들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상징이었다는 것을요. 그렇게 가족에게 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우리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중에서 (가제본 214~215쪽.)


 부모님께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족에게 힘이 된다는 기시미 이치로.


 기시미 이치로의 이야기에 감응했어요. 저도 아버지께서 암 수술을 하시고, 항암치료를 받으시면서 함께 다닐 때가 많아졌어요. 또 어머니의 건강 검진으로 여러 진료를 받으실 때 동행하게 됐고요. 부모님의 건강이 큰 관심사가 됐지요. 특히 아버지는 암 수술 후 재발, 전이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지내고 있어요. 부모님께 부족하기만 한 저. 부모님께서 저와 함께 계신 시간이 소중한데, 잊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꽃이 피면, 언젠가는 지겠지요. 부모님도 언젠가는 지실 거예요. 오랫동안 사르신 삶의 아름다움으로 존중받으셔야겠지요. 이제 꺼져가는 촛불을 살리려는 저! 부모님과 함께 있는 이 때! 소중하고 소중하네요.


 '지금도 가끔 아버지와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부모님이 생전에 하셨던 말씀이 제 마음에 새겨 있고, 그 말씀이 지금도 제 안에서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맺음말' 중에서 (가제본 259쪽.)


 꽃이 지면 열매를 맺지요. 부모님께서 남기신 열매인 가르침의 말씀! 감사하게 될 거예요. 지은이인 기시미 이치로에게 지금도 힘이 되어주고 있는 부모님의 말씀! 이 책은 제게 힘이 되어줄 부모님의 말씀을 담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어요. 부모님과 저의 관계, 부모님을 보살필 때 새겨야 할 것, 더 나아가 그것들을 바탕으로 인생의 여정까지 생각하게 됐고요. 저와 부모님께서 함께하는 여행의 좋은 안내서인 이 책! 이제 그 아름다운 여행의 발자국을 여기저기 남기게 될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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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7-03-22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은 하나로 연결해주는 상징‘이란 글귀가 마음에 와닿습니다. 저도 얼마전 책으로 받은 위로가 상당 했었는데 사과나비님 글 읽으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어요. 이런 말씀 도움이 될까싶지만 (긁적긁적) 곁에 계시는 사과나비님 마음이 부모님께 잘 전해지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사과나비🍎 2017-03-23 22:56   좋아요 0 | URL
아, 댓글이 너무 늦었네요...^^; 제가 서재를 잘 관리를 안 하다가 보니, 이렇네요...^^;
아, 해피북님의 말씀이 당연히 많은 도움이 되지요~^^* 이 사막 같은 제 서재에 오아시스 같은 댓글이에요~^^* 정말 감사해요~^^* 좋은 밤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