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고 말해 스토리콜렉터 52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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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출처: 북로드 페이스북)


 예전에 유괴를 다룬 책은 읽기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분을 뵌 적이 있었어요. 아이를 키우시는 분 같았어요. 아무래도 부모의 마음으로 유괴 이야기를 보게 되니, 마음이 아플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그런데, 며칠 동안 제가 만난 소설은 두 소녀의 실종 이야기예요. 납치되어 감금되고 학대를 당해요. 친한 친구인 두 소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저도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축제가 끝나고 두 소녀가 사라졌어요. 그 소녀들을 찾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지만 찾지 못하고요. 경찰도 수색을 하지만, 찾지 못해요. '빙엄 소녀들'이 된 두 소녀. 그렇게 두 소녀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엷어져요. 그리고 3년 후, 한 농가에서 부부가 살해되는 사건이 생겨요. 그리고 근처 호수에서 한 소녀의 시체가 떠올라요. 상처가 많고, 마른 소녀. 어디에서 도망치는 듯한 맨발의 소녀. 경찰은 그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체포하지만, 정신이 이상한 용의자는 알 수 없는 말만 하고요. 결국, 경찰은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에게 도움을 청해요. 그리고 조는 호수에서 나온 시체가 3년 전 실종된 두 소녀 중 하나라는 걸 밝혀내요. 다른 소녀 하나는 살아 있고, 여전히 위험에 처했다는 생각에 그 소녀를 찾아 나서고요.

     

 '내 이름은 파이퍼 해들리다. 그리고


 나는 3년 전 여름방학의 마지막 토요일에 행방불명되었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고, 도망친 것도 아니었다.' -9쪽.


 사라진 두 소녀 가운데 하나인 파이퍼 해들리의 독백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해요. 저는 이 처음이 좋아요. 그의 문장이 독자의 시선을 힘차게 끌어당겨요.  

 이 소설은 한 소녀의 독백과 조 올로클린의 이야기로 되어 있어요. 그 둘의 이야기가 얽히며 긴장감을 끝까지 늦추지 않고 있고요.


 '"미안하다고 말해."

 "미안해요, 미안해요."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울먹인다.

 미안하다, 가엾은 사디스트 자식아. 정말 미안해. 그때 눈을 제대로 찌르지 못해서. 미안해. 벽돌로 네 놈의 머리를 완전히 박살내지 못해서. 미안해. 네 눈알을 뽑아내지 못해서. 나는 이렇게 외쳐대고 싶지만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나는 공처럼 몸을 웅크린다.' -548쪽.


 등장인물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는 이 소설. 개성 있는 인물들이 잘 어울리며, 이 이야기가 숨을 쉬게 하고 있어요. 즉, 파킨슨 병을 가진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 그리고 사라진 두 사춘기 소녀, 엄청난 기억력을 소유한 전직 형사 빈센트 루이츠, 정체를 숨기며 태연히 악행을 하는 범인, 매력적인 정신과 의사 빅토리아 나파르스텍 등이 이야기를 잘 이끌고 있어요. 한편, 조 올로클린의 가족도 소설에 힘을 더하고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마침 2017년 3월 23일에 바다 위로 다시 얼굴을 보인 세월호가 생각났어요. 실종된 지 3년 만에 호수에서 떠오른 한 소녀. 바다에 가라앉은 지 3년 만에 다시 떠오른 세월호. 둘 다 아픔이 떠오른 거예요. 범인에게 감금되었다가 나와, 쫓기게 되어 호수에 잠든 소녀. 나쁜 어른들의 욕심에 세월호에 갇혀, 나오지 못해 바다에 잠든 생명들. 두 소녀도, 세월호의 생명들도 삶과 죽음으로 나뉘게 되네요. 위험에 맞서 서로를 의지했지만, 생사의 길에서 헤어져 살아온 이들에게 아픔이 스며들었을 거예요. 그리고 돌아올 수 없이 멀리 떠난 이들의 가족들! 여전히 아플 거예요. 단장(斷腸)의 아픔일 거예요. '부모가 죽으면 산에다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다 묻는다'고 하잖아요. 많은 부모님들의 가슴에 묻힌 소중한 생명들. 범인이 소녀에게 억지로 말하게 한 '미안해'를 저는 진심으로 말하고 싶네요. 욕심에 희생되어 모두에게 아픔이 된 분들, 그리고 그 아픔을 간직한 분들께요.


 이 소설의 힘은 긴장감과 개성, 그리고 아픔에 대한 공감이에요. 그 힘이 사람들을 사로잡네요. 역시 로보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 저는 로보텀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그리고 앞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하게 될 것 같아요. 진심으로요.      





 덧붙이는 말.

 

 '미안하다고 말해' 띠지 날개에 깜짝 퀴즈 이벤트가 있네요. 참여해보세요.  







스토리콜렉터스 2017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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