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녘 백합의 뼈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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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편의 보리의 바다의 끝부분이 그닥 마음에 들진 않았다. 주인공의 변화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고. 하지만 앞부분은 분명 매력있는 얘기였고, 또, 그렇다. 재미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뒷편이 나오면 웬지 모르게 사고싶다. 궁금한것이다. 후회하면서도 꼭 산단 말이다. 휴우~사실 이 책이 아주 재미없다거나 수준이하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다. 근데 말이다. 좀 너무 아니다 싶은 부분이 많다. 전편의 고관대작들의 자식들만 모아놓고 사육하는 수준의 그 학교도 너무 불쾌했다. 현실적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불쾌했다. 이번권에도 그런 얘기가 너무 많다. 차라리 온 가족이 아쿠자집안이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그것도 아닌 집안이 할머니에, 딸에 아들, 손자, 손녀까지 범죄자고 심지어 손녀는 이탈리아 마피아 집안이랑 정략결혼? 거기다 어머니가 저지른 범죄의 흔적을 보면서 기뻐하는 아들이라...

아무리 소설이라도 그 바탕에는 어느 정도의 현실성이 있다. 영 현실에서 일어날것같지 않은 판타지소설도 아닌데 이제 겨우 고등학생인 여자애가 악이 뭔지 선이 뭔지 인간의 어둠의 뭔지 어떻게 그렇게 깊이 알수있단 말인가. 그런것은 비록 자기가 그 세계에 몸담고 있다해도 세월과 함께 연륜에서 알게 되는것이 아닌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꼭 어른인것이 아니고 어리다고 꼭 철없는 것도 아니지만 겨우 16살짜린데...요즘 들어 소설의 주인공이 너무 어려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해도 선이란 악의 윗물의 한방울이라는 둥, 악의 매력에 비하면 이른 아침의 덧없는 안개 같다는 소리를 할려면 고등학교는 졸업해야지? 싶은 생각을 금할수가 없다.

덧붙여 나는 악의 매력이 선보다 위라는것을 믿지 않는다. 추리소설이 인기를 끄는것은 아무리 엽기적인 사건이라도 결국은 범인이 잡혀서 죄의 판결을 받기때문이다. 우리가 비록 타인의 불행에 솔깃해하며 귀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하여도 악인을 선인보다 사랑하지는 않는다. 히틀러가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있지만 그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마더 테레사를 더 사랑한다. 악이 가진 매력이란 결국 그정도라고 생각한다. 엽기적인 사진을 보며 으웩~하면서 시선 한번 더 주는 정도. 그 정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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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
윌리엄 알렉산더 지음, 황정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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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집앞에 있는 정원을 한번 멋지게 가꾸어보자고 시작했다가 고군분투, 좌충우돌하는 한 아마추어 정원사의 체험담(?) 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갖가지 해충의 공격에 좌절하고, 절대 제시간에 와주지 않는 일꾼에게 분노하며, 유기농을 꿈꾸었으나 결국은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차라리 슈퍼에서 사먹었으면 시간도 돈도 훨씬 절약되었을것을 너무나도 힘들게 거둔 토마토 하나가 토마토 한 박스 가격인것을 알고 허탈해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고소를 참을수 없었고, 정원에 너무나 집착하여 한겨울 칼바람속에서 부추를 수확하는 자기를 이상하게 보는 아들에게 뭐가? 우리 정상아냐? 라고 외치는 순간에는 폭소가 터졌다.

이 책이 내게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는것은 내 경험과 비교해서이다. 울 엄마도 옥상에 조금만 텃밭을 만들어 가꾸신다. 1. 오이를 심었으나 해충을 막을수 없어 결국 뽑아야 했고(주인공도 해충때문에 유기농의 꿈을 접는다) 2. 방울토마토라고 심었는데 알고보니 큰 토마토였으며 그마저도 장마에 썩어버렸고(그도 토마토에 집착한다) 3. 상추밭에 날마다 도둑고양이가 와서 똥을 누고 간다(미국이다보니 야생동물과의 싸움은 처절하다) 4. 고추는 비료가 부족한지 새끼손가락 반만하다. 옥상에 있는 조금만 텃밭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우리집 텃밭에서 그나마 성공한건 상추뿐인데 얘들은 씨 뿌리고 물만 주면 걍 자란다. 벌레도 안생기고.

팍팍한 현대 생활탓인지 신문마다 베란다에 정원만드는 법, 집에서 새싹키우는법들이 넘친다. 좁은 땅에서 가꿀 정원이 없어 저마다 베란다에 상추심고 옥상에서 고추키우는 우리들로써는 넓은 정원을 가꾸며 사는 작가의 고군분투가 너무나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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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힘이 세다 - 앙성댁 강분석이 흙에서 일군 삶의 이야기
강분석 지음 / 푸르메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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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니어링이나 데이빗 소로, 귀농에 대한 방송등을 보며 나는 도시 말이 안되는 얘기라 생각했다. 농사란 내가 알기에 세상에서 제일 힘든 직업이다. 중노동도 그런 중노동이 없다. 어릴적 우리 시골의 두 삼촌은 농사를 지었었다. 어릴때는 자세한 사정을 몰랐었다. 원두막에서 노는 재미에 그 수박 키우느라 삼촌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도 몰랐고 그 고생끝에 키운 수박을 가뭄에 장마에 헐값이다시피 넘기신것도 몰랐다. 좀 더 커서야 그 고단함을 알게 된것이다. 요즘 삼촌은 농사를 접으시고 골프장이니 온천이니 하는 곳에서 일을 하신다. 숙모는 식당일을 하시고. 그러면서 말씀하시길 농사지을때랑은 비교도 안되게 편하고 돈이 된다고 하신다. 농사지을때 푸세식 화장실에 옛집에서 사시던 삼촌은 이제 새로 지은 양옥집에서 사신다. 농사일이란 그런것이다. 죽도록 힘들고 돈은 안되는것. 저들이 저토록 유유자적히 살수있던건 땅 넓은 미국이라서 그런건지 지금보다 옛날이라 정말 씨만 뿌리면 가지가 휘도록 열매가 났던건지..정말 궁금하다.

그런 고생에 대한 말은 없이 마치 귀농을 하면 자연을 벗삼아 하루 몇시간만 일하면 되는듯이 얘기하는 책들이나 방송에 비해 이 책은 참으로 정직하다. 밭매기를 하다 너무 지쳐 밭고랑에서 그냥 자는 얘기, 이웃들의 텃세(시골사람 정 많다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텃세 장난아니다), 기껏한 농사 다 망쳐 1년 공친 일, 한달에 30만원을 못버는 곤궁함, 직거래의 어려움등등 시골생활의 어려운점까지 참으로 정직하게 이야기 한다. 농사? 정말 죽도록 힘든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골이 주는 매력에 끌린다. 시골이 주는 풍요로움과 힘듬. 그 모두를 경험해본 아직은 반쪽이 농부의 좌충우돌 농꾼일기. 책을 덮으며 웬지 모를 훈훈함이 느껴진다. 이 세상에 농부가 없다면 어떤 세상일지..그들이야말로 세상의 소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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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와 빵의 문화사 - 고소하고 쫄깃한 분식의 유혹
오카다 데쓰 지음, 이윤정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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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만큼 재미있지가 않았다. 글이 너무 산만한것이다. 첫째로 범위가 너무 넓다. 밀가루의 경우는 저 먼 선사시대부터 존재해온데다 세계 각국에 퍼져있던 중요한 곡물인지라 너무나도 광범위한 이야기를 한권에 압축하려다보니 책이 약간 산만하다. 빵이 가진 역사도 만만치 않고 국수가 가진 역사또한 유구한데 이 두가지를 한권에 넣으려다보니 여기저기로 얘기가 튀는것이 정리가 안된 느낌이다. 거기다 일본에서의 밀 한가지에 집중해도 모자랄판에 서양에서의 밀의 의미까지...너무 많이 집어넣었다.

둘째로 표가 너무 많다. 얘가 그래도 교과서가 아닌데 웬 표와 정리와 번호붙이기가 이리 많은지. 교과서라고해도 믿겠다. 앞에서 이미 한 얘기를 정리한다면서 뒤에 다시 한번 더 하는 경우도 너무 많다.

셋째로 한자와 낯선 이름들도 너무 많이 등장한다. 일본의 책이니 음식명이나 지명에 일본어가 들어가는건 당연지사지만 중국어에 그 한자에 히라가나음까지 해서 낯선 이름들이 너무 많아서 아무래도 집중해서 보기가 힘들다. 우리 나라에 있는 음이라면 그냥 한국어 발음을 넣어도 무방할것같은데.. 일반인들이 읽기위해 만든 책이라면 읽기 쉽게 그런 정도의 배려는 했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지나치게 원 발음에 충실한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의 또다른 저서로 돈까스의 역사란 책이 있다. 돈까스를 무척 좋아하는지라 그 책을 먼저 읽었는데 돈까스에 함축된 일본 육식의 역사, 개화기의 모습, 양식을 일본식으로 받아들이는 모습까지 너무나도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 책에 대한 호감으로 이 책을 선택했는데 너무 기대가 커서인가 전작만 못하다는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도 한가지 확실하게 배운것은 분식집이란게 도대체 무슨뜻인지 확실히 배웠다는것. 나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무언가 부족한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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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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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별난 취향이 하나 있는데 바로 직접 여행을 가는것보다 여행지를 보며 상상하는게 더 즐겁고 직접 요리를 먹는것보다 음식책을 보며 즐기는게 더 좋다는 점이다. 남들은 이상하다고 보지만 나는 항상 속으로(만) 생각했다. 꼭 먹어야 맛이고 가봐야 즐거운건 아니라구~~라고. 사실 실제로 여행을 가면 나는 항상 실망을 하고 돌아온다. 기대만큼 좋지 않고 상상만큼 즐겁지 않다. 기차는 너무 춥거나 덥고, 옆사람은 불쾌하고 동행은 투덜대기 일쑤고 음식은 맛이 없고 잠자리는 불편하다. 음식도 그런데 나는 비린내를 싫어한다. 하지만 사진속의 비린내따위는 하나도 없을것 같은 생선들을 보면서 생각하는 상상속의 식사는 너무나도 멋지고 달콤하다.

알랭 드 보통은 이런 재미를 아는 사람이 틀림없다. 때로 현실은 상상을 따라갈 수 없다는것을...이 책에 나오는 갖가지 여행의 기술들. 시간이 없고 돈이 없어도 때로는 낯선것에 대한 공포없이 원하는 어느곳이든 갈수 있는 여행을 상상해 본 적 없는가. 이런 멋진 여행의 기술을 가르쳐 주다니. 그대 정녕 대단한 사람이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작가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사랑하는 작가가 되어가고 있다. 올 여름 꼭 머나만 지중해의 남쪽 섬으로 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한 권의 책과 한 잔의 맥주로 시원한 에어컨 아래의 내방 탐험은 어떤가?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우리집 옥상 탐험 또한 구미 당기지 않는가? 여행의 방법도 가지가지, 여행을 즐기는 기술도 사람마다 가지가지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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