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건축으로 걷다, 스페인 - Spain Art Road
길정현 지음 / 제이앤제이제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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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초에 다녀온 스페인은 오랫동안 꿈꿔왔고 계획했던 3주의 여행이었다. 허락된 시간은 정해져있고 되도록 많은 곳, 봐야할 곳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획하느라 보낸 시간은 3주보다 훨씬 길었다. 그렇게 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에도 어디서 스페인 에 관한 영상이나 책을 만나게 되면 그냥 못지나치고 눈길을 준다. 내가 갔던 곳이 나오면 반갑고, 들르지 못한 곳이 나오면 거긴 어떤 곳인지 눈여겨 보게 된다.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찾던 중 서가에서 발견한 이 책은 제목의 '스페인' 뿐 아니라 '미술과 건축으로 걷다' 라는 말 떄문에 더 눈에 들어왔다. 여행을 할때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 같지 않다. 어떤 이는 종교나 역사의 현장을, 어떤 이는 트레킹이나 등산 등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어떤 이는 그 지역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어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요즘은 공연 관람을 목적으로 여행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주로 미술관, 박물관, 그리고 건축물 위주로 보러 다니는 편이라서 이 책의 제목에서 금방 공감을 느꼈나보다.

목차를 보니 동부의 카탈루냐, 중부의 카스티야, 남부의 안달루시아, 이렇게 세 지역으로 큰 챕터를 잡아 놓고 카탈루냐 아래 바르셀로나, 지로나, 몬세랏, 피게레스를, 카스티야 지역 아래 마드리드, 톨레도, 세고비아, 쿠엥카를, 안달루시아 아래 그라나다아와 세비야를 넣었다. 이 중에 지로나와 피게레스, 쿠엥카는 내가 여행할 때 가보지 못한 곳이고, 내가 간 곳 중에 이 책에 소개되지 않은 곳이 있기도 하다. 

어떤 지역을 여행할때 그 지역에서 구경포인트를 미리 정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톨레도에서는

1. 그 자체 그대로의 골목 누비기

2. 톨레도 대성당에서 종교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기

3. 엘 그레코가 없었다면 이 동네 사람들은 과연 뭘로 먹고 살았을지를 고민해보기

4. 파라도르에서 멋진 전경 즐기기

우리는 주로 방문할 곳 위주로 리스트를 만드는 것에 반해 무엇 생각해보기, 고민해보기 등을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다.

마드리드에서는 마드리드 3대 미술관을 모두 들리는 열성을 보였는데, 나의 경우 프라도 미술관과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은 갔었지만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을 못들른 것이 기억나 또한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각 미술관에 가면 꼭 봐야할 그림들에 대한 소개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꼭 보고 싶었던 그림, 인상적인 그림에 대한 소감을 적어놓은 것도 좋았다. 

바르셀로나는 워낙 가우디의 건축물로 유명한 곳이라서, 나 역시 가우디 건축물 위주로 찾아다녔는데 저자가 '가우디가 아닌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장 누벨, 조셉 푸치 이 카다파르스, 루이스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 이토 오요, 프랭크 게리 같은 유명한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소개한 것을 보니, 바르셀로나에 이런 곳이 있었는지 조차 모르고 다녀온 것이 아쉬웠다. 

책의 마지막으로 스페인의 음식에 관한 장을 두었다. 스페인 하면 워낙 특색있고 맛있는 요리들의 나라이기 때문이겠다.

책 앞에 저자 소개란에 이름외엔 별다른 소개 내용 없이 간단하기만 한데 이 책 외에도 몇권의 책을 이미 낸 바 있었다. 여행 외에도 독서 덕후, 그릇 덕후인듯. <이탈리아, 고작 5일> 이라는 책도 낸 것을 보니, 여행책은 꼭 오래 동안 많은 것을 보아야 쓸 수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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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9-23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페인 여행 다녀오셨다니 넘 부럽습니다.만일 스페인 여행을 가게 된다면 전 아직까지도 짓고 있다는 가우디 성당을 꼭 보러가고 싶어요^^

hnine 2025-09-23 07:57   좋아요 0 | URL
내년에 완공이래요. 저도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랍니다.

딸기홀릭 2025-09-24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젠가...^^

hnine 2025-09-25 02:49   좋아요 0 | URL
반드시 꼭~ ^^
 
등대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6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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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버지니아 울프는 그런 작가였다. 제대로 읽어보기 전에 얻어들은 것들로 이미 선입견과 편견이 자리잡고 있는 작가.

자살로 마감한 작가가 어디 버지니아 울프뿐이냐마는 그녀의 명특하면서도 우울한 성향은 내게 '이런 소설 피해야돼.'라는 자기 방어 본능까지 발동시켜 지금까지 그녀를 제대로 알아볼 기회를 안주고 있던 어느 날, 친구가 이 작품 <등대로> 을 읽어볼 것을 강력 추천하였다. 이제까지 읽던 소설이 동네 맛집이라면, 버지니아 울프의 이 작품은 파인 다이닝이라는 것이다.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1882년 런던 출생 (음, 우리 나라에선 고종 임금때. 임오군란이 일어난 해로구나. )

<등대로>는 그녀가 44세때 집필하기 시작하였다. 자전적 내용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을 누구로 봐야하는지는 읽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고, 주제 또한 한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고 보여진다.

우선 등장인물들을 보면, 램지씨와 램지 부인, 그리고 여덟명의 자녀가 영국 스코틀랜드 해안의 한 별장에서 지내고 있다. 그리고 이 집에는 램지 가족 외에도 화가 지망생인 릴리 브리스코, 시를 쓰는 카마이클, 시니컬한 성격의 주인공이며 학문을 연구 중인 찰스 탠슬리, 점잖은 뱅크스씨 등이 함께 지내고 있다. 램지는 철학자로서 분별력 있고 공정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램지 부인은 아름답고 기품있으며 고적하고 초연한 성격으로, 가족들을 매우 신경써서 돌보고 가족들 외에 집에 함께 머무는 친구들까지, 잘 어울리고 편히 지내도록 조율하려고 애쓴다. 이런 램지 부인을 관찰하며 흠모하는 릴리 브리스코는 33살의 노처녀로, 주위의 인물이나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며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에 관해, 자기의 그림에 관해 생각한다.


줄거리 속에는 별 사건이 없다. 어느 날 큰 아들 제임스가 별장에서 내려다 보이는 등대에 가보고 싶다고 하고, 아버지인 램지 씨는 내일 날씨가 안 좋아 불가능하다고 단번에 거절한다. 그 자리에서 램지 부인은 가만히 있었지만 제임스가 상심했을까봐 마음을 쓰며 남편에게 불쾌해한다. 

이 별장에 머무는 이들은 함께 식사를 하고 사회, 문화, 책, 예술, 철학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혼자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런 일상적인 시간들을 기술하며 작가는 실로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녀만의 방식으로, 더 이상 섬세할 수 없게, 버니지아 울프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 쓸 수 있으랴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겨우 몇개 예문을 인용하는게 의미 없을 정도로.

작가는 어느 한 사람이 아니라 각 등장인물들의 마음 속을 들어갔다 나갔다 하며 그들의 마음 속에 무엇이 들어있고 그것이 어떻게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설명해주고 있는데, 특히 한 등장인물에 더 많이 할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인물은 바로 별장의 안주인 램지 부인이 아니고 여기 손님으로 와 있는 릴리라고 생각된다. 릴리가 보기에 거의 완벽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는 램지 부인을 주의깊게 관찰하는데 램지 부인의 말, 행동, 다른 사람과의 관계 등 거의 모든 구석구석을 분석하고 그녀가 자기에게 해준 말들을 다시 생각해본다. 릴리가 그리는 그림의 의미, 어떻게 진행시킬까, 무엇을 그리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생각하며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해설에 보면 램지 부인은 버지니아 울프의 엄마를, 램지는 아버지를 반영하였다고 하고, 버지니아 울프 자신은 릴리라는 인물 속에 가장 많이 투영되어 있는 것 같다고 나와있었다.

아마 그래서 10년 후에 폐허가 된 별장에 다시 돌아오는 것도 램지 부인이 아닌 릴리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릴리가 고민하던 그림의 마지막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발견하게 되는 것이 이 소설의 마지막이 되었는지도.

알아주는 철학자로서 공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이지만 자신이 인정받고 존경받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하는 램지, 그리고 그런 욕구를 존경심을 가지고 채워주는 램지 부인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보다 주위 사람의 만족을 살피고 그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소모하는 것을 본분으로 안다. 결혼한 여자의 본분이 그랬었던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가끔은 그녀도 자기의 삶을 뒤돌아 보며 회의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소모되기만 하는 것인가 라고. 


그녀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면 작은 시간 조각들이 그녀가 살아온 오십 년 세월을 눈앞에 드러냈다. 삶이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다. 삶. 삶이라. 그녀는 생각했지만, 생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그녀는 삶을 바라보았다. 아이들과도, 남편과도 나누지 않은 실재하는 어떤 것, 은밀한 어떤 것이 있음을 분명히 느꼈으니까. 한쪽 편에 놓인 그녀와 다른 쪽에 있는 삶 사이에서 일종의 거래가 진행되었고, 삶이 그녀를 이기려고 했듯이 그녀도 늘 삶을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써 왔다. 이따금 그녀는 (혼자 앉아 있을 때) 삶과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98)


여길 보면 마치 삶이 그녀 자신과 별개로 존재하는 것 처럼 보인다.


말없이 있는 것, 홀로 있는 것. 모든 존재와 행위가 팽창하면서 반짝이고 시끌벅적하다가 흩어져 버린다. 그러면 사람은 엄숙함을 느끼며 오그라들어 본연의 자신이,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쐐기 모양 어둠의 응어리가 된다. 

밀착되어 있던 것들이 떨어져 나간 이 자아는 더없이 자유롭게 기이한 모험을 떠날 수 있었다. 삶이 잠시 침잠할 때, 경험의 영역은 무한히 넓어 보였다. 

모두들 제각기 자신의 환영, 자신을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겉모습들이 유치할 따름이라고 느끼기 마련이다. 그 환영의 밑바닥은 온통 어둡고, 사방으로 퍼져 있으며, 포착할 수 없이 깊다. 그러나 이따금 표면으로 솟구치는 것이 남들에게 보이는 우리의 모습이다. (103)


램지 부인이 삶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이다. 문학적으로도 아름답지만 버지니아 울프 특유의 사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보다 이렇게 혼자 앉아 있을 때 삶을 생각하고 극복하려하고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남들이 보는 나의 모습과 나의 삶은 확실히 같지 않음을, 램지 부인의 이 말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남이 보는 나의 모습으로 나를 규정하려는 행위는 얼마나 우스운가.


여덟이나 되는 아이들은 권위적이고 수용하지 않는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고, 그 사이에서 램지 부인은 이들의 사이가 서로 이해 가능 하도록 교섭해주는 것을 자기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로 여긴다.


10년 후. 램지 가족 내에도 변화가 생겼고, 램지 가족 일부와 릴리, 카마이클 등이 별장에 돌아오고, 10년 전 그 날과 달리 배를 타고 등대에 가보자고 램지가 제안하고 제임스 (아들)과 켐 (딸)은 아버지의 제안이 내키지 않지만 할 수없이 동행한다. 날씨가 좋지 않음에도 그들은 등대로 향한다. 

그들이 잘 도착했는지, 별장에 남아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던 릴리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그림의 마지막을 어떻게 해야할지 발견한다.

이 책의 큰 줄거리는 이뿐이다. 


이 책 <등대로>는 소설이긴 하지만 작가의 생각이 많이 들어가있는 중수필의 느낌도 난다. 

그녀는 왜 이 작품을 썼을까. 무슨 얘기를 꼭 하고 싶어 단순한 서사 속에 이렇게 섬세하고 아슬아슬하기까지한 심리를, 보통 사람의 다섯 배쯤 되는 민감도와 구체성을 가지고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등대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읽는 사람 대부분 한번씩 생각하고 넘어갔을 것 같다.

그 의미라는게 있기는 한 것인가. 있다 해도 사람마다 다를것이고, 같은 사람이라도 시간을 두고 달라졌다.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는 것.

릴리가 이제 이세상에 없는 램지 부인을 생각하며 세상 사람들을 붙잡고 묻고 싶었지만 눈물로 대신하고 혼잣말로 삼킨, 다음의 말처럼 그녀의 심정이 되어 본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암기할 순 없을까요? 안내자도, 피난처도 없고, 그저 모든 것이 불가사의하고, 높은 뾰족탑에서 허공으로 뛰어드는 것에 불과할까요? (292)


버지니아 울프는 사람의 마음 속, 아주 깊은 곳까지 알고 싶었나 보다.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작가의 어머니, 아버지일 수도 있다. 그렇게 자기의 심연을, 이렇게 느끼고 말하고 살도록 만든 근원을, 바닥에서 부터 헤쳐 올려보고 싶었나보다. 존재 자체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을 헤쳐 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그녀의 화법은 어둡고, 모호하고, 독백과 같을 수 밖에.

그녀는 아마도 스스로 자기 자신의 정신분석 주치의로서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녀만의 독특한 처방전을 써내려 갔고, 우리는 그것을 즐겁게, 아니 괴롭게 읽어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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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9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20 0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19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20 0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Falstaff 2025-09-20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아주 어렵게 읽었습니다. 별로 기억에 남아 있지도 않습니다. 제게는 제일 곤란한 울프. 마침 저도 어제 새벽에 단편집 독후감 썼는데, 좋게 말하지는 못했군요.

hnine 2025-09-20 05:38   좋아요 0 | URL
이 책, 쉽게 책장 넘겨가며 읽는 분 계실까요? 더구나 Falstaff님까지 어렵게 읽으셨다면 말 다했지요.
저도 이런 저런 이유로 버지니아 울프에 쉽게 접근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친구가 저에게 강력 추천을 하기에 끝까지 붙들고 읽어보게 되었어요. 역시 쉽지는 않았는데 여러 사람의 해설을 찾아 중간 중간 참고해가며 읽으니 그래도 덜 헤매며 읽겠더라고요.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호르몬이 만든다 - 호르몬으로 시작하는 저속노화 건강법
안철우 지음 / FIKALIFE(피카라이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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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생물 시간에 호르몬의 정의에 대해 배울 때 대충 이런 내용이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1. 혈액으로 분비된다

2, 분비되는 곳과 작용하는 곳이 다르다

3. 소량으로 기능한다.

다른 내용이 더 있었겠지만 호르몬이라는 용어만 겨우 알고 있다가 얼마나 많은 종류의 호르몬이 있고 작용하는 방식, 작용하는 대상이 광범위하여, 시험 공부할때 외울게 너무 많았던 기억까지.

나중에 더 공부하면서 호르몬이 그냥 단순 생체조절물질이 아니라 생애 전주기에 걸려 얼마나 중요한 조절 작용을 하고 인체가 그것의 지배하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흔히 마음과 몸은 연결되어 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이것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 식으로 호르몬을 정의한다면 '마음과 몸을 연결해주는 연결자'라고나 할까. 기분, 마음 상태, 긴장 정도, 어떤 것도 호르몬의 조절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상태에 따라 즉각 다른 호르몬을 다른 양으로 분비하여 표적 기관으로 보내고 몸은 그에 대한 반응을 하여 대처한다. 


요즘 건강에 대한 키워드라면 혈당 스파이크, 저속 노화 등이라고 할까? 사람의 건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닐텐데, 키워드는 항상 같지 않고 트렌드 처럼 유행을 타는 것 같다. 이 책은 Slow aging, 즉 저속 노화를 얘기하고 있되 제목에 호르몬을 앞세워 얘기를 하고 있기에 뭐가 좀 다른가 관심이 가서 읽어보게 되었다. 

2025년 6월에 초판이 나왔는데 알고 보니 2017년에 같은 제목으로 출판되었던 책의 개정판이었다. 제목은 구판과 개정판이 같지만 구판에는 제목 아래 '20대처럼 보이는 40대의 비밀'이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는 반면 개정판에는 표지 제목 아래 Slow Aging 이라는 글자가 배경으로 나와있다. 구판에서 주로 세개의 주요 호르몬 세개를 중심으로 한 내용인데 반해 개정판은 여기에 하나를 더해서 네개의 호르몬을 주요 호르몬으로 선정하고 있다.

수십 종류의 호르몬 중에서 저자가 뽑은 4대 호르몬은 

-인슐린

-성장호르몬

-멜라토닌

-옥시토신

이다. (이 중에 구판에 없다가 개정판에서 첨가된 호르몬은 옥시토신)

지나친 당으로 혈액이 끈끈해지지 않도록 해주는 혈관청소부 인슐린,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살아있어서 대사가 일어나는 동안 계속 필요한 성장 호르몬, 수면 호르몬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만병을 이기는 면역 지킴이라고 불러야 할 '멜라토닌', 사회적 정신적 건강 지킴이로서 사랑과 배려의 호르몬인 '옥시토신' 이들 호르몬의 기능이 제대로 잘 일어나서 생체 기능이 원활할때 우리 몸은 보다 오래 젊음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게 이 호르몬은 저속 노화에 관여하고 있고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호르몬은 우리 몸의 실세이자 저속 노화의 비밀병기라고 부르고 있다.

저속노화 프로그램으로서 이들 호르몬의 기능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그것을 좀 더 풀어 설명한 것이 이 책의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좀 더 풀어 설명했다고 했는데 읽어보면 특별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좀 실망하긴 했다. 지극히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이라서, 결국 이 책이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점이라면 4대 호르몬을 선정해놓았다는 것 정도랄까. 구판과의 차이점은 저속 노화의 관점을 한번 강조하였고, 옥시토신을 첨가하였다는 점 정도이다.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텐데 이것때문에 책을 구입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옥시토신을 첨가시킨 것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보고 넘어간다. 몸의 건강과 젊음에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옥시토신 만큼 부각시키는 물질이 있을까. 옥시토신은 흔히 자궁수축 호르몬이라고 (수업시간에 외워서) 알고 있는데 옥시토신의 다른 이름은 '사랑 호르몬'이라고 할 정도로 모성애, 끈끈한 부부애, 공동체 의식, 신뢰, 애책, 공감능력 등과 관련 있는 호르몬이다. 사랑하는 감정을 일깨우며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40대가 넘어가면 옥시토신 분비가 줄어드는데 그 결과 외로와지고, 사람들 만나는 의욕이 떨어지며, 공감능력도 떨어진다. 당연히 치매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자가 4대 호르몬으로서 옥시토신을 첨가시킨 의도를 알겠다. 사회적 정신적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사소한 일상에 기적이 있다고 했다. 건강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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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9-02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요즘은 호르몬이 화두인가 보네요.그래선지 무슨 테토녀,에게남이란 단어가 계속 귀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hnine 2025-09-03 04:32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호르몬은 오래전부터 제 맘속의 키워드였기 때문에 요즘 들어 대중적으로도 그런지 모르고 있었네요. 몸과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저는 그저 마음먹기가 중요하고 의지력을 강조하는 말로 알고 있었는데, 호르몬의 구체적인 역할을 알고부터 그게 괜한 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단어 옆에 서기 - 평범한 단어로 우아한 문장의 경로를 개척하는 글쓰기
조 모란 지음, 성원 옮김 / 위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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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모호한 제목이다. '단어 옆에 서기'라니. 원제는 First we write a sentence 이고 저자는 영국 출신의 조 모란 (Joe Moran) 으로, 영어 및 문화사 교수이며 여러 매체를 통해 글쓰기 교육에 힘쓰고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이 어떤 내용인가하면,

우리는 명쾌하면서도 지나치게 명백하지 않고, 

이상하지만 거부하고 싶지 않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예기치 못하게 되새겨주는

문장을 원한다.

책의 띠지에 있는 소개글이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되새겨 주는 문장'

우리는 나를 잘 가꾸는 일 만큼이나 잘 가꾸어진 문장을 쓰고 싶어한다. 나의 외모만큼이나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내가 쓴 문장이 세상에 나가게 하고 싶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인데 사실 읽다 보면 이 책의 문장들 자체가 그런 예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감탄을 쉴새 없이 하게 된다.

문장은 우리 노력의 진정한 무대라고 했다. 어떤 노력을 어디에 기울여야 할까.

전체적인 글쓰기의 방법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내용도 있다.

명사가 문장을 지배하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내용이다.

명사 위주의 글은 무엇이든 주장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X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는 대신 'X의 기능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한다.

진부하고 자기변호적이고 몽유병 환자처럼 명사에서 다음 명사로 넘어가는 언어는 현대 매너리즘의 대명사가 되었다. 

문장의 진부함을 측정하려면 그 안에 있는 명사를 세어보면 된다.

명사 위주의 문장은 산문의 사르가소 바다다. (94)


명사로 숨통이 막힌 문장에 생기를 불어 넣는 방법으로 동사를 쓸 것을 권한다. 영어의 경우이겠지만 put emphasis on (강조를 두다) 를 emphasize (강조하다)로, give the impression (암시를 주다)를 suggest (암시하다)로.


문장의 온도를 높여야 할때와 낮춰야 할때가 있는데 연결동사는 문장의 온도를 낮추고 차분하게 만드는 반면 타동사는 열을 끌어 올린다. 

"젊은이가 냉장고에 맨발로 조용히 다가가서 우유 한 통을 꺼내고 조심스럽게 킁킁 냄새를 맡더니 이 정도는 괜찮다는 듯 감탄사를 내뱉고는 통에 입을 대고 그대로 들이켰다."

이런 글은 안정된 정체성으로 세상 속에 우리의 좌표를 이해하게 해주는 한편으로, 그 정체성에 열기를 불어넣어 변화를 만들어낸다. (112)


이제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자는 종속 문장보다는 병렬 문장을 권장한다. 

병렬은 읽기만 쉬운게 아니라 실제로 절 사이를 튼튼하게 연결한다. 종속은 차이를 곱게 걸러 절을 분리시키고 병렬은 단어를 따뜻하게 보듬어 절을 한자리에 모은다.

병렬은 하나의 스타일이자 내면의 상태다. 

세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눈에 보이는 것을 병렬의 형태로 조합할 자신이 있을 때 최악의 서툰 글은 사라진다. 진부하게 들릴까봐 겁을 먹은 작가가 쓴 혼탁한 글은 혼탁하고 진부한 글이 된다. 꼬인 생각의 실타래를 풀거나 기형이 된 논리를 매만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본 것을 그대로 말하고 독자가 그것들을 알아서 연결하게 두는 것이다. (138)

다시 말해서 저자는 병렬로 쓰는 것이 독자에게 좀 덜 똑똑해보일 수는 있지만 그것을 개의치 않을 정도로 단순 명료한 문장에 진심일 수 있다는 것이 병렬 문장의 묘미라는 것이다.

단어수를 보태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것 역시 글쓰기라고 했다. 단어를 덜어내면서도 의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단어를 덜어내는 일에도 창조성이 있다.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어의 유명한 말 'Less is more', '적을수록 풍부하다'고 한 코코 샤넬은 '우아함은 거부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문장은 외로운 장소'라는 제목의 강연을 열었던 단편소설작가 게리 러츠는 작가로써 쓰고 싶은 글은 '완벽한 문장, 손에 쥘 수 있는 고독, 완성된 언어의 찰나 같은 즉각성'을 담은 이야기라고 했다는데 매우 추상적인 이야기이지만 어떤 뜻인지 알 것 같다. 여기서 저자가 주는 조언은, 문장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만들라는 것, 마냥 제자리를 걷거나 다음 문장으로 건너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문장들을 줄이는 것, 문장 하나하나를 읽을 만한 가치가 있게 쓰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글쓰기에 매달리는 이유는 문장을 통해 다른 버전의 내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268)

글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없을 때에도 우리를 대신할 목소리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마무리도 인상적이다.

종교가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 글쓰기는 신앙에 가까운 기분을 안긴다. 글은 이 세상에 존재함에 대해 신에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자체에 감사함으로써 경의를 표한다. 감사는 예배가 아니라 알아차림에 의해 생겨난다. 

인간에게는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다. 삶에 어떤 목적이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만일 그런 게 있다면 우리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알아차리고 그 알아차림을 단어로 감싸는 것이리라. 이를 위해 우리는 문장이라는 완벽한 용기를 만들었다. (271)

우리 각자 자신의 삶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각자 자신의 문장을 써야 한다는 말이라는 것은 심오하기까지 하다. 


단어를 그물망 삼아, 문장을 의미 생성의 그물망으로 삼아, 글을 쓰는 것은 혼란과 외로움을 물리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한 방법이라는 저자의 말은 오래 동안 기억하고 싶은 말이기도 다. 작가이든 아니든.


책 내용 자체도 유익하지만 덤으로 이 사람이 문장을 쓰는 방식,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조용하고 세련된 방법으로 전달하는 방식도 배우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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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14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잘 쓰려면 이런 글을 읽고 연습도 하거 해야 할거같네요. 게으른 저는 쓰는것만 해도 늘 급급해서 따라해보지는 못할거 같아요.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글을 더 잘 쓸수 있다고 말하는건 참 신선하네요

hnine 2025-08-14 16:25   좋아요 1 | URL
이런 책을 읽고 그대로 연습한다기 보다, 나의 글쓰기와 내가 쓰는 방식을 한번 되돌아보는 기회는 되는 것 같아요. 더 좋은 문장, 더 맑고 또렷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살아있는 동안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것과 같은 마음이라는 말이 참 좋더라고요. 이건 글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마찬가지인것 같지요.

카스피 2025-08-14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맨 처음에 작가 이름만 보고 한국분인줄 알았어요.성을 조씨에 이름은 모란...ㅋㅋㅋ

hnine 2025-08-14 16:26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저도요 ^^ 심지어 남자분이어요. youtube 찾아보았지요.
 
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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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말을 부수는 말'이지만 나는 리뷰 제목을 조금 바꿔 마음을 부수는 말이라고 해본다. 인간을 부수는 말, 인간의 존엄성을 부수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유명한 말들이 생각났다. 언어는 실제 세계를 담아내는 그림이고, 언어를 명료하게 함으로써 언어의 오해때문에 생긴 여러 잘못을 바로 잡는 것이 철학이라고 하였다.

예술사회학 연구자라고 소개되어 있는 저자 이라영의 이 책은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수술대 위에 올려놓은 말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통, 노동, 시간, 나이 듦, 색깔, 억울함, 망언, 증언, 광주/여성/증언, 세대, 인권, 퀴어, 혐오, 여성, 여성 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아름다움이 그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서 제일 처음 밑줄을 그는 부분은 '고통'에 대해 얘기한 다음 대목인데, 흔히 말하는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이 가진 모순에 대한 것이다.

"예술가들이 너무나 성공적으로 괴로움을 표현한 탓에 예술가 집단이 가장 진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로 여겨지고, 그래서 도움이 절박하게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서 의도치 않게 관심을 빼앗을 위험"이 항상 도사린다. 

창작을 통해 고통을 다루기보다 창작을 하는 나의 고통에 대해 더욱 열심히 말하는 창작자들이 실로 많다. (13)

창작이라는 활동을 하는 동안의 정신적 고통을 고통의 범주에 포함시켜 얘기하는 동안 출산이나 질병의 고통 같은 육체적 고통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거나 하급 고통으로 제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문학과 미술 등 예술에서 질병, 출산, 육체노동처럼 몸이 겪는 고통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뤄왔다는 점을 20세기의 작가들은 꾸준히 지적해왔다. (13)


'수족부리듯이' 라고 말할때 그것은 상대를 깔보면서 부려먹는 상황을 일컫는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 말 속에는 우리의 손과 발이 하는 노동은 머리가 하는 노동보다 못하다는 멸시가 들어가있다. 수족이 왜? 이것은 손과 머리를 분리시켜 손이 하는 노동은 값싼 노동으로 취급하는 의식을 반영한다. 

"예전에 엄마가 그랬는데, 여자가 더러운 걸 많이 만져야 집이 깨끗하대." (48)


십년 단위가 짧다고 할 정도로 세대를 구분하여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유행은 언제부터 다수를 한꺼번에 특징지워 우스개거리로 만들었을까. 학번으로 나이를 대신하여 불러서 학번 없는 자들을 제외시켰으며, 70년대 세대를 x세대라는 말로 부름으로써 대학 안 나와도 x세대 할 수 있냐는, 계층의 언어를 만들어내었다. 88만원 세대라고 할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MZ 세대, Z세대 (젠지), 앞으로는 또 어떤 이름의 세대를 만들어 획일화, 단순화시켜 버릴까. 무엇보다도 과연 그런 말들은 그 세대를 진정으로 대표할 만 한가.


'국민의 시녀', '엄마의 마음으로', '국민 맏며느리', 이런 말 속에 들어가있는 여성과, '효자 상품'이라는 말 속에 들어가있는 남성성. 전자는 보조 역할, 포용과 희생을 담고 있고 후자는 대표성, 주도성을 담고 있다.


훔치지도 않았는데 죽어야 한다

죽이지도 않았는데 죽어야 한다

재판도 없이

매질도 없이

구덩이로 파묻혀 들어가야 한다.


김혜순 시인의 <피어라 돼지>의 첫 번째 연이다. 동물은 그 몸 자체가 노동과 출산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존재한다. 동물뿐 아니라 여성도 마찬가지. 생명의 잉태와 양육이 고귀하다면 여성은 그만큼 존중되고 대우받아야 한다. 애국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검색과 SNS 사용만으로도 공부한다는 착각을 하기 쉬운 시대를 살아가면서 쉬운 언어, '인싸'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지식인인체 하는 시대, 영어로 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지배의 언어, 권력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착각, 쓸모 없는 것은 아름다운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점점 창조적 능력을 잃어가는 대신 물건을 구입해서 소유하는 사람이 아름다움과 권력을 가진다고 생각하는 것.


우리가 쓰는 말 속에는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하던 진실이 들어가 있다. 이 책은 '왜곡'되고 '둔갑'되어 있는 말을 칮아내고 분석하여 왜곡하고 둔갑시킨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반성할 기회를 갖게 한다. 우리 인간들의 가식과 이기주의가 여차 없이 들어가 있다. 마치 얼마 전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볼때처럼 그런 시대를 살아오거나 살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부끄럽고 치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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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25-07-15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짓기로 다수를 한꺼번에 특정짓는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단어로 고정되면 그것에 대해 안다는 착각이 일어나고, 그 착각이 삶의 다양성을 수용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하지요. 반가워요 나인님^^

hnine 2025-07-15 09:51   좋아요 0 | URL
혜덕화님, 잘 지내시지요? 오랜만에 글 올리신 것 보고 많이 반가웠어요.
사람 하나가 곧 하나의 우주라고도 하는데, 하나의 단어로 규정짓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게 아니라 이해를 막는 결과를 낳을 것 같아요.
우리가 쓰는 언어 속에 우리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편견과 관습과 억압이 고스란히 들어가있다는 걸 저자가 얼마나 날카롭게 파헤쳐놓았던지, 인상깊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