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을 위한 우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5
빌헬름 게나치노 지음, 박교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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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쪽이 채 안되는 분량이지만 111쪽에서 다음 문장을 만나기 전까지 책장은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이런저런 요구를 할 것이라고 예감하면서도 그 사람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이상 들지 않는다면, 그게 사랑입니다.

그러니까 111쪽까지 읽어내려오도록 딱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 없었다는 뜻이다.

연애에 대해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상대나 시기 등을 묻는 질문은 그야말로 질문을 위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계획대로 만나지는게 아닐 뿐 아니라 계획대로 진행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면 혹시 모른다. 이런 사람은 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나마나.

바로 뒷 장에 이어서 나오는 문장은,

현재의 사랑을 통해 그 이전에 갖고 있던 사랑에 대한 견해가 모두 쓸모없는 것으로 느껴진다면, 그때 그 사람은 사랑을 하고 있는 겁니다. (112쪽)

그때까지 확실하게 파악이 되지 않던 소설 속 남자에 대해 겨우 실마리를 잡은 느낌이랄까.

 

이런 소설들이 있다. 사건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소설. 그래서 소설 속 인물에 공감하는 정도에 따라 누구에게는 좋았을 수 있지만 누구에게는 좋지 않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그런 소설말이다.

중학교 겨울방학때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을 때의 느낌 비슷하기도 하고, 대학교 1학년 국어 교재속에서 읽은 이상의 '권태'의 느낌도 일었지만 같지는 않았다. 마흔 여섯살, 가족없이 혼자 사는 남자. 적극적이지도 않고 낙천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기만의 세계를 사랑하는 것도 아닌, 이런 남자는 필히 가족과 함께 살 일이다. 젊었을 때 사귀었던 여자들을 떠올리고, 후회하고, 자책하고, 허무해하고, 모든 삶은 진부하다며 관목덤불에 비유했다가 자갈더미에 비유했다가, 자기는 미쳐가는 중이라고 여기게 되는 그런 날들. 제목에서처럼 비오는 날도 자기의 삶을 비유한 말 중의 하나이다.

이 관목덤불같고 자갈더미 같은 남자가 어느 날은 지나가는 젊은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젊다는 사실을 다섯 가지 형태로 표현한다고 (참고로 이 소설이 출간된 것은 2001년). 첫째, 그들의 몸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못하고 흔들어대는 것, 둘째, 그들의 손에 들려있는 물건들 (콜라, 팝콘, 만화책, CD), 세째, 그들의 옷차림새를 통해서, 넷째, 그들의 귀에 꽂혀 있는 이상한 마개와 연결되어 목 주위로 늘어져 있는 줄을 통해 표현되는 그들의 음악을 통해서, 다섯째, 그들의 은어를 통해서. 그리고 바로 이어서 '하이퍼리얼리티'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건 무슨 뜻인지? 위에 말한 젊은이들에 대한 것과 무슨 관련성이 있는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삶에 대한 회의와 우울을 경쾌하게 그려낸다'는 평에 대해서는 '경쾌하게'라는 말에 동의를 못하겠고, '삶에 대한 깊은 이해가 녹아 있고 반어적이며 탁월한 언어의 기교를 보여준다'는 평에 대해서는 '언어의 기교'라는 점에 동의한다.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쳐나왔음에도 드러나는 언어의 기교 -기교라는 말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는 보통 사람은 한줄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한장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읽는 내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이 끝나갈 무렵, 유명한 사진작가의 꿈을 안고 이리 저리 뛰던 옛날 동료 남자가 길에서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남자는 그의 실패한 삶에 눈물을 흘리다가 나중엔 자기 자신때문에 운다. 이 남자는 쉽게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정리하지 못하게 하는구나.

밑줄친 문장 중 이런 것도 있었다.

어쨌든 저는사람들이 아무 죄도 짓지 않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쌓여가는 그런 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113쪽)

 

내키지 않지만 일 때문에 가게 된 마을 축제 현장에서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를 소년의 모습을 보면서 책은 끝이 나는데 그 소년은 남자가 모르는 소년일 수도 있고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축제가 끝나고 흔적만 남은 풍경은 그가 바라보는 그의 현재 삶의 모습일지도.

 

아무리 봐도 어디가 유머러스하다는 것인지 참. 내가 보기엔 우리나라 작가 이상의 '권태'. 독일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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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1-2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러운 이가 하는 말은 아름다운 꿈이 될 테고,
안 사랑스러운 이가 하는 말은 터무니없거나 뚱딴지 같은 소리가 될 테지요.

참말 그렇겠네요.

hnine 2013-11-25 12:13   좋아요 0 | URL
터무니없거나 뚱딴지 같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이 소설에 대한 평에 제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 혹은 제가 이 소설에서 놓치고 지난 부분이 있을지 모른다는거죠.
아무튼 특이한 소설이었어요.
 

 

 

 

 

 

해리의 창 (Harry's window)

 

 

 

 

 

 

 

저음의 나날들

 

낮고 조용한

 

아예 땅 속으로 들어가라지만

 

저음일지언정

 

울음은 아니라고

 

믿으며

 

버티며

 

 

 

 

 

 

 

 

 

 

유자청을 만들려고

유자를 주문하다

내일은 유자를 씻고 썰겠네

노란 유자를

 

 

 

 

 

 

사철 푸른 사철 나무, 꽃도 연초록이던 사철 나무에 이런 열매가 달릴줄이야. 이렇게 예쁜 빨강 열매가.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불던지 한 손으로 가지를 살짝 쥐고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흔들렸네 ^^

이 열매가 더 활짝 벌어지면 위의 사진처럼 되는 것.

 

 

 

 

이렇게 열매로 모습을 바꾸고 나니 이게 무슨 나무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꽃사과였나?

 

 

아파트 뒤 흙길을 걸었는데 흙이 안보일 정도로 소나무잎과 낙엽이 다 덮고 있었다. 요며칠 비와 바람이 세게 불더니.

 

 

 

 

 

가마솥이 깨끗한 아침

 

 

김 해민

 

 

솥전 솥뚜껑 솥운두

잔 먼지 하나 없이 반질하게 닦여있다

컴컴한 정지에서

밤새 부뚜막에 앉아 엄마가

젖은 행주 마른 행주 번갈아 쥐고

앓는 외할머니 대신 가마솥 끌어안고

눈물 없이 울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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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1-23 0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빛 담은 유자를 즐겁게 만지면서 맛난 유자청 빚으셔요~

hnine 2013-11-23 10:21   좋아요 0 | URL
지금 막 품절이라 배송불가라고 연락이 왔어요 ㅠㅠ
 

 

법륜 스님의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왜 사는가, 왜 태어났는가 등의 답을 구하려 하지 말라.

사유 이전에 존재가 있는데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사유를 통해 얻으려고 한다는게 앞뒤가 맞겠는가.

 

 

잘 살려는 의욕, 후회없이 성공적으로 살려는 의지 자체가 욕심이 되어 생을 괴롭게 만든다.

10년 뒤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현재는 괴로와도 된다는 생각은 2, 30대까지면 충분한듯.

4, 50대 들어서는 생각이 좀 달라졌으면 한다.

 

사는거?

그거 별거 아니다. 이유가 있어 사는 것도 아니고 목적이 있어 사는것도 아니다.

그냥 사는거.

물이 흐르고, 식물이 자라고, 해가 뜨고 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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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11-26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건 위대한 통찰이네요. 감동받았습니다ㅜ.ㅜ

hnine 2013-11-26 04:54   좋아요 0 | URL
그러신가요? 그 느낌, 저도 압니다~~ ^^
 
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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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자신에게 만족하고 행복한 사람은 굳이 안읽어도 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 책에서 배워가는게 있을 것이다. 100%는 아니라 할지라도.

제일 좋은 것은 자기가 살아온 경험속에서 스스로 배우는 것인데 막상 우리는 경험을 되새겨 이렇게 배움의 기회로 삼기보다는 앞으로 한발짝 더 빨리 내딛는데 신경을 모으느라 중요하고 지나간 일을 되돌이키는건 후회할때 뿐이다. 그러니 가끔 이런 책을 읽으며 각성의 기회로 삼는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앞서 읽은 <방황해도 괜찮아>보다 확실히 나이가 더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내용들이 많았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행한 일도 아닙니다. 다만 열심히 할 뿐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면 그 과정에서 이미 행복합니다. 그런데 자기중심 없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의 평가에 매달려 성공이라는 거품을 부풀리면, 그 거품이 꺼질 때 허무해집니다. (23쪽)

겉으로 내색은 잘 안해도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하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무척 마음을 쓰는 편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주는 선물인가, 아니면 저자의 말처럼 경험에서 배운 것인가. 언제부터인지 생각하기를, 다른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수 없다는 것, 그건 그대로 그 사람들의 의견일뿐이지 진짜 나 라는 사람을 규정지을 수 없으니 마음 쓸 것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부터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어릴 때는 앞으로 할 일들을 꿈꾸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그런 시간보다는 지난 일을 떠올리고 추억하는 시간이 늘어가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이 현재의 삶에 보탬이 되는 생각이면 좋겠지만 대부분 '그땐 내가 왜 그랬을까', '그러지 말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등, 아무 소용없는 생각들을 할 때가 대부분이다. 저자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지난 일에 대해 곱씹고 후회하지 말고, 일어난 일은 언제나 잘된 일이라 생각하라고. 좋은 일, 나쁜 일이란 없는 것이고 그것은 사는 동안 '경험한 일'이며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사흘 슬퍼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집착에 대한 경고이다. 집착이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가.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집착, 사람에 대한 집착. 미움에 대한 집착, 애정에 대한 집착.

낚시하러 가서 큰 물고기가 걸렸는데 힘이 부족해서 도저히 끌어올릴 수가 없어 물고기에 끌려들어가 물에 빠져 죽을 정도가 되면 낚싯대를 놓아야 하는데 물고기가 아까워 끝까지 안 놓는 것이 집착입니다. 그러고는 끌려가면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빨리 놓으라고 하면 '죽어도 못 놓겠다. 이런 기회가 어디 있느냐'고 합니다. 집착에 이끌려 고통에 빠지는 겁니다. (164쪽)

모든 집착에는 욕심이 자리잡고 있다. 떠나보내는 과정을 잘 해야 나도 행복하고 떠나는 사람도 편히 간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끊임없는 관심도 일종의 집착이라고 했다. 스무살이 되면 독립을 시켜야 하고 하물며 자기 가정을 꾸린 자식에 대해 계속 뭔가 더 해주려고 하고 달라는 대로 주려고 하는 것은 부모도 자식도 모두 망치는 길이라고.

그럼 외면이란?

내 뜻대로 하고 싶은데 내 뜻대로 안 되면 집어치워버리는게 바로 외면입니다. 고기가 안 잡히니까 낚싯대를 집어던져 버리는 것과 같아요. 이것은 낚싯대를 놓는 것과는 다릅니다. 내 뜻대로 안 되니까 던져버렸다가 며칠 후에 다시 낚싯대를 잡습니다.(164쪽)

많은 부모가 자식에 대해 집착과 외면을 되풀이 한다고 한다. 자식에 대해 잔소리하는 것은 집착이고, 그러다가 자식이 안따라주면 '집어치워라, 네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하는 것이 외면이라고. 나도 받아봤으면서 내 자식에게도 지금 하고 있는 것 같아 정신이 든다.

더 사랑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더 기대해서 외로운 것, 결혼으로 외로움을 해소할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도 공감. 다른 사람에 의해 외롭고, 그 외로움이 다른 사람에 의해 해소된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 의해 내가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의 행복은 내 손에 있는 것인데.

연세드신 분들에게 다시 몇 살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1위는 10대, 20대, 30대도 아닌 50대였다고 한다. 제일 안정되면서 아직 몸도 움직일만한 나이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50대에 들어갈 때 웃으며 당당히 들어갈 것.

수양에서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조급함'. 뭐든 빨리 결과를 보려 하고 바로 단정내리는 것. 노력 안하고 공짜로 얻으려 하는 것. 남에게 큰 아픔을 줘놓고 미안하다라는 사과 한 마디에 다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 

삶과 죽음에 대한 큰 주제부터 손녀를 봐주는 할머니의 고충 같은 자잘한 일들까지, 뜬금없는 조언보다는 오히려 '돌직구'에 가까운 답변을 내놓는다. 그렇게 꼭 하라는것 보다는 저자의 생각이 그러하니 받아들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듣고 읽는 사람의 몫이라는 말도 함께 한다. 책의 마지막도 그렇게 맺고 있지 않는가? 행복도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행복은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하는거라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

가끔 아침에 눈을 떠서 아무데도 아프지 않고 오늘 하루 내 손으로 일을 하고 내 발로 돌아다닐 수 있고 맘 먹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안심하면서 누구에겐지 몰라도 그냥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가 있다. 물론 그렇지 않고 그 반대인 날도 많지만, 언제 특히 그런 생각이 드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요며칠,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나의 능력을 의심하며 '난 그래도 하느라고 했는데 (사실 이렇게 억울함을 깔고 하는 생각들이 문제이다)', '보수는 적으면서 너무 전문적인데까지 요구하는거 아닌가. 이러면 내가 다 다시 공부하고 말지' 이런 생각들로 마음이 좀 무거워있었는데 이럴 때 이 책을 읽게 되어 다행이다. 그래서 더 마음에 쏙쏙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자기 삶에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 충분히 마음의 수양이 되어 있는 사람은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나처럼 이런 책으로 정신 차리고 마음 추스리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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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1-15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하루 즐겁게 웃으며 누리시기를 빌어요.
이 책에서 법륜 스님이 말씀하기도 했다는 이야기처럼,
hnine 님 삶을 언제나 hnine 님 스스로 아름답게 일구시리라 생각해요~

가을비 지나간 하늘과 숲은
더 파랗고 더 노랗습니다.

hnine 2013-11-15 08:14   좋아요 0 | URL
예, 요즘 며칠 마음이 무거웠더랍니다. 이제 가볍게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날이 맑으면 며칠 전에 보고 지나친 사철나무 열매 모습을 사진에 담아봐야겠어요. 빨간 열매가 달려있더라고요.

페크pek0501 2013-11-15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어난 일은 언제나 잘된 일이라 생각하라고. 좋은 일, 나쁜 일이란 없는 것이고 그것은 사는 동안 '경험한 일'이며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사흘 슬퍼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그렇군요. 경험한 자체에 가치가 있군요. 사흘만 슬퍼하면 되는 거군요.
그런데 그게 어려울 때가 있어요. 후회되는 일은 사흘이 아니라 석달이나 갈 때가 있는 걸요.
마음의 인생수업을, 저는 꾸준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알았다가도 잊어버리니, 이런 책은 사는 날까지 가끔씩 읽어 줘야 할 것 같아요. ^^
많이 배워 갑니다. ^^

hnine 2013-11-15 13:39   좋아요 0 | URL
저는 석달로도 안끝나서 이제 괜찮아졌거니 생각하면 몇 달 후에 또 생각나고, 또 생각나고, 업을 짓는거죠 ㅠㅠ
이런 책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기에 저는 아직도 이런 책 읽습니다 미리 얘기해놓은거랍니다 ^^ 읽은 시기도 이번엔 제가 필요할때 잘 맞았던것 같아요.
(pek님 닉네임 볼때마다 이름이 같은 이니셜이었던 고등학교때 친구 생각이 나요. 그애 이름은 ㅂ ㅇ ㄱ 이었는데...)

2013-11-15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15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방황해도 괜찮아 - 법륜 스님의 청춘 멘토링
법륜 지음, 박승순 그림 / 지식채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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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가장 공감한 내용을 내 식으로 바꿔 한 줄로 써보자면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책 가운데 이전에 읽은 <쟁점을 파하다> 보다 훨씬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쟁점을 파하다>는 한국 사회와 정치에 대한 의견 제시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면 이 책은 '청춘멘토링'이라는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개인적인 고민과 그에 대한 저자의 도움말을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고민, 즉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일반적인 고민들이기 때문에 청춘을 지났건 지나지 않았건, 종교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나는 대체로 공감하고 동의하며 읽었다. 사람이 무언가 누리고 있다면 그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누리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대신 감수해야 하는 것은 억울해하며 손해라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은 나도 내 모습을 돌아보며, 그리고 주위의 경우를 보며 깨달아 가고 있는 것 중 하나이다.

결혼하고 싶은 상대를 부모가 반대하여 괴로와 하는 사람에게, 내가 꼭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고 그 의지가 굳건하다면 부모가 반대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괴로와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신의 마음을 한번 잘 들여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도 하고 싶고, 지금까지 받아온 부모로부터의 혜택, 지지, 지원도 계속 받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 아니냐고. 결혼은 내가 하는 것이니, 이후로 부모로부터의 어떤 지원 없이도 둘이 힘을 합쳐 살아나가겠다는 굳건한 의지와 소신이 있다면 부모와 당장은 끈을 놓더라도  당당하게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놓을 수 있어야 한다. 공짜는 없다.

몇년을 매달려서 했는데도 떨어지기만 하는 시험, 계속 해야하는거냐고 고민하는 사람에게, 언젠가 된다는 각오로 열심히 계속 하라는 식의 답은 저자의 방식이 아니었다. 한번 도전할때 온힘을 기울이고, 결과가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한다면 두번까지는 도전해보되 그 이상의 무모한 도전은 낭비라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었다. 안되면 될때까지 하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무한정 세월을 잡아먹게 하는 경우가 있다. 차라리 이번에 해보고 안되면 접는다는 각오가 더 그 일에 집중하게 할때가 있으니까. 마감이 있어야 일에 더 집중하게 되듯이.

몰입해서 하고, 그만두어야 할 때가 되면 그동안의 경험만으로도 많이 누렸다 생각하고 가볍고 기쁘게 '탁' 놓아버리라는 이 방법은 시험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연애, 결혼등 인간관계에도 마찬가지여서 가령 3년을 사귀다 헤어졌다면, 헤어졌다는 결과만 보고 실패했다 생각하여 이후의 인생까지 패배감으로 몰고가지 말고, 내 좋은 사람과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으니 그것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하고 접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실패도 성공도 아니라고.

사랑, 헤어짐, 만남, 내가 겪는 이런 일들을 '내가' 주도를 해야지 이것들이 나를 주도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 중심적으로 산다는 것은 이기적으로 살라는 것과 다르다. 내 만족을 위해 상대방이 바뀌길 바라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고민하고 상담하러 올 것이 아니가, 내가 그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으면 '내가' 바뀌려는 노력을 하던가, 그게 정 안될 것 같으면 그 관계를 정리하는 편이 낫지, 그 사람도 계속 내 옆에 두고 싶으면서 나는 그대로인채 그 사람을 내 맘에 맞게 고치려드는 것은 '욕심'이고, 결혼할 때도 지금 눈에 보이는 그 사람의 결점이 결혼하고 달라지겠지, 또는 결혼하고 차차 고쳐놓아야지 생각하면 그 결혼 생활은 순탄할 수 없다.

살면서 느끼는 외로움은 인간 본연의 외로움이기 때문에 누구를 만남으로써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동의한다. 옆에 누가 있든 없든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누가 옆에 없어서 외로운게 아니다.

자기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고치고 싶은데 잘 안된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남자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그냥 생긴대로 사세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이 세상에 좋은 성격, 나쁜 성격이 어디 있겠는가. 나만 해도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때로 집착이 강한 (이건 이제 안그렇지만) 내 성격을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 살면서 더욱 문제가 커질거라는 생각에, 알게 모르게 얼마나 노력했었던가. 30대 중반 쯤 이르러 나의 결론이 그것이었다, "억지로 바꾸려 들지 말고 타고난대로 받아들이고 살자". 성격을 바꾸어 얼마나 더 나은 사람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바꾸려 애쓰는 동안 나는 결코 즐거울 수 없었다.

욕심에서 비롯된 걱정을 내려놓고, 과거에 얽매여 상처만 들여다 보며 살지 말고, 대신 하나의 경험, 배움있었다 받아들이고 그 경험을 통해 나에 대해 더 알게 된 계기로 삼는다.

될까? 해볼만 하다.

저자의 말처럼 때에 따라서 찐득찐득하기 보다는 쌀과자처럼 바삭하고 가볍게 털고 일어날 줄 알아야 한다니까.

 

계속 읽으면 다 읽는데 하루도 채 안걸린다. 하루 정도 투자해서 읽어볼만한 책이다. 나처럼 청춘이 지난 사람도 물론.

내친 김에 저자의 <인생 수업>도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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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1-12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를 얻으려고 하나를 놓고 보면
나중에 돌아볼 적에
하나를 놓았다지만
그 하나마저 다 나한테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구나 싶어요.

얽매이거나 붙잡지 않으며
흐르는 결로 삶을 누리면
무엇이든 스스로 하고픈 대로 하면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느껴요.

hnine 2013-11-12 18:52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은 이미 잘 실천하며 살고 계신 듯...

2013-11-13 0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13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