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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러브 - 나를 사랑하는 시간
도미니크 브라우닝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Nothing to lose라는 말이 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즉 다 잃었다는 말이다.
이 책의 출발은 이런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책 소개글에 나와있었다.
이미 한번 이혼의 경험이 있고, 다시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결혼한 사이와 다름 을 정도로 오래 사귀어 온 남자 친구와 헤어진다. 다니던 잡지사도 문을 닫는다. 저자는 갑자기 아무 것도 할일이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이 책의 내용은 여기서 출발하고 있고, 아마도 그래서 탄생하게 된 책이지 않을까 싶다.
제목 '슬로 러브', 그리고 잔잔한 표지 꾸밈새에서 예상하던 분위기는 정적이고 혼자 내면의 다스림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그런 내용이었다.
내가 제대로 읽었다면 이 책은 생각보다 유쾌하고 발랄하다. 저자의 성격 자체가 활발한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글에서 유머감각이 요기 조기서 튀어 나온다. 아들 둘은 이미 다 키워서 집을 떠나 있고 혼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감당못하여 더 생각은 우울한 쪽으로 치닫고, 바깥 출입은 더욱 더 안하게 되며, 그러다 보니 잠이 안오고, 그러다가 우연히 머핀 만드는 재미를 발견하고 밤새 머핀을 굽기도 한다. 결과는 체중이 마구 늘어나게 된다.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찾아간 주치의는 저자의 건강 상태뿐 아니라 정신적인 상태에 대해서도 간파를 하고 여러 가지 도움말과 함께 실질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차츰 마음을 다스리고, 헤어진 남자 친구에 대한 미련도 정리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된다. 책의 기획상 그렇게 구성을 짰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과정이 가을, 겨울, 봄, 여름 네 번의 계절이 지나가는 동안 일어난다.
읽지는 않았지만 한동안 많은 사람들이 읽었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도 비슷한 분위기 아닐까 추측해본다. 아마도 그 책의 배경이 되는 무대가 이 책보다 훨씬 넓을 것 같지만 (이 책은 저자가 사는 동네인 뉴저지 주, 그리고 뉴욕 정도가 고작).
기대하던 내용이 아니기도 했고, 저자가 나 자신인양 빠져들어 읽을 수 있는, 그 정도가 아니어서 아쉬웠다. 저자 자신은 매우 힘든 시기였겠지만 그 시기를 특별한 내면의 성찰이나 깨달음 없이, 과거에 대한 추억으로 시간을 보내고, 의사의 조언을 받고, 정원을 가꾸며, 네 계절 지내고나니 이미 극복한 것 처럼 결말을 맺는 것이, 나는 왜 이 책을 읽었던가 싶은 마음도 생기려고 했다.
번역이 부자연스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읽는데 꽤 질질 끌었던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