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
박영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모임에서 같이 읽기로 하여 읽게 된 책이다.

열세살의 여자 아이 유니스는 장래에 국제 변호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엄마의 기대로 필리핀에 유학을 온다. 아버지 없이, 엄마 혼자 동네에서 미장원을 하여 넉넉치 못한 형편임에도, 필리핀 현지 보호인의 보호아래 영어를 배우며 엄마가 보내오는 학비와 생활비로 생활을 해오던중, 갑자기 한국의 엄마로부터 생활비도 끊기고 연락도 끊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출발.

학교도 계속 다닐 수가 없게 되고 숙소에서 먹는 것, 자는 것 보호인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나 저제나 엄마로부터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마음이 착잡할때마다 아이는 두리안나무가 있는 곳으로 혼자 발길을 향한다. 누구로부터의 위안이 필요할 때, 하지만 주위에 아무도 그래줄 사람이 없을 때 사람대신 찾아가는 나무.

필리핀에서 한달 동안 체류할 기회가 있었고 그동안 보고 경험한 것들이 작가에게 작품의 소재와 동기를 주었다고 하는데, 이 책이 첫작품이고, 이후로 낸 다른 두권의 청소년소설도 검색해보니 모두 필리핀과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재미, 긴장감, 이런 것은 별로 뛰어나지 않지만 이야기는 그럭저럭, 흐름을 타고 읽힌다.

개인적으로 뭔가 눈에 거슬렸던 것은 이 책의 주인공의 성격이다. 이 책은 곧 열네살이 될 주인공 아이가 화자가 되어 1인칭 시점으로 되어 있는데, 다른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이 아이는 열네살 아이이지만, 지문 속에서는 다 큰 성인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웬만큼 다 경험해서 어느 정도 달관하고 이해하고 기다릴 줄도 알고, 내색하지 않는 법도 아는 어른. 즉, 작가의 목소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니었어야 하는데.

결말에 가서, 엄마 대신 아이가 조금씩 의지하고 싶어하던 데니슨 아줌마의 일도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던 일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던 갈등 요소들은 결국 아이가 두리안 나무 숲으로 가서 마음을 다지는 것으로 끝을 맺는 것을 보며, 그냥 여기까지라는 실망감과 함께 우리 나라에선 언제쯤 '구덩이'나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같은 감탄할 만한 작품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말은 쉽다. 작가는 어렵게 쓴 작품일텐데. 하지만 나는 작가가 아니라 독자이니까. 읽고 느낌을 말하는 것을 더 즐기는 독자이니까.

 

"아줌마는 친구 안 만나요?"

"사람들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왜요?"

"내가 사람들을 싫어하는 이유와 비슷하겠지!"

"아줌마는 왜 사람들을 싫어하는데요?"

"그야,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와 같겠지!"

"그러면 아줌마는 외로워서 마사지 받는거네요. 사라인선 언니는 외로우면 식빵을 먹고, 우리 엄마는 외로우면 맥주를 마셨어요. 아줌마는 마사지를 받고요."

"너는 외로울 때 어떻게 하니?"

"나는 두리안나무숲을 보러 가거나, 빌리지를 한 바퀴 돌거나 해요."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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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11-20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스스로 삶이 거듭나도록 하지 않으면
작품도 거듭나지 못해요.

삶이 드러나는 작품이지,
작품만 돋보이지 않으니까요..

hnine 2012-11-20 14:09   좋아요 0 | URL
된장님은 책을 내본 경험이 있으니 아시겠네요.
저는 그냥 읽고 맘대로 느낌을 말하는 즐거움을 누립니다. 작가에게는 좀 미안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