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11시도 안되어 일찍 잠에 들었더니,
안그래도 일찍 일어나는 편인데 오늘은 무자비하게도 새벽 3시도 안되어 눈이 떠졌다.
엊그제 다운 받아놓은 영화를 보기로 하고 앉았다.
제목 Fish Tank, 2009년도 영국 영화이다.
전형적인 서민식 영국 영어 억양을 만끽할 수 있다.
알아듣기도 힘들고, 그 꺽꺽거리는 말투가 어딘지 격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의미보다 먼저 피부에 와닿아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던 그 영어.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은 그만큼 배우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냥 옆집 사람의 일상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의도된 것 같지 않은 행동, 의도된 것 같지 않은 풍경, 대사, 따분하고 너저분해보이는 동네, 집안, 배우들의 의상.
청소년관람불가의 영화이다. 혼자 딸 둘을 키우는 젊은 엄마는 남자 친구를 집으로 불러들여 거리낌없이 애정행각을 벌이고, 그런 엄마가 몸이 안좋아 그냥 잠든날 그 남자는 열 다섯살 된 딸과 관계를 가진다. 엄마와 딸 사이의 대화라고 보기 힘든 저주의 말들이 오가는건 그 이전부터 그랬지만 엄마는 딸에게 "그때 내가 너를 지웠어야 했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며 집을 떠나기 전에 인사를 하려는 딸에게 어서 가라고 한다.
열 다섯 살 미아(Mia)에게 그나마 희망이었던 춤 오디션에 가서는 결국 돌아나오고 겨우 시동 걸리는 자동차에 올라타 시동이 걸림과 동시에 화면은 갑자기 끝이 난다.

미아가 춤 오디션에 사용하려던 곡은 California Dreaming.
이 노래도 참 여러 가수들에게 불리는데 그때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
이 영화에서는 Bobby Womack이라는 가수가 부르는데, 이게 그 노래인가? 할 정도로 다른 느낌을 준다.
'꿈'이라고 말할 때의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느낌보다, 그 반대의 뒷면을 보여주는 것 같은, 이 노래를 들을때마다 공통적으로 느끼는 이것은 나만의 경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