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원제는 The sense of an ending. 우리말 제목과 통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전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끝일것 같은 예감' 이렇게 해석해야하나?

극반전의 결말이 꼭 아니더라도 읽는 동안 화자인 토니라는 인물에 대해 캐릭터를 참 잘 그려놓았다고 생각해오던 참이었다. 이 소설에서만 존재하는, 어디에도 없을 개성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보다도 등장하는 독특한 인물에 더 몰입하는 편이기 때문에 그것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결말이 이게 뭔가 하는 생각. 마치 모 방송국의 인기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을 보고났을 때의 기분이랄까. 작가의 의도가 금방 와닿지 않았다. 왜 이런 결말을? 무슨 얘기가 하고 싶었던 것일까?

대화가 무척 드문, 나레이션 식의 소설이라는 점도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주인공의 심리를 주인공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상을 보는 이 남자의 시선은 얼마나 참신하던지. 역사 선생과의 문답, 친구 에이드리언을 바라보는 시각, 무심한듯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세상에 관심 없는 분야가 없는 듯하고, 주위의 다른 사람을 묘사하는 것에서도 그의 특이한 성향, 아니 솔직한 성향은 어김없이 드러난다.

변호회사로부터 포드 여사의 재산 처분 문제에 관한 편지를 받는 것을 경계로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2부도 나쁘지 않았지만 1부만으로도 좋았다. 그리고 결말 역시 없어도 좋았다. 안그래도 인생 참 나이들면서 재미없어진다는 생각에 푹 빠져 읽어오는데, 결말을 그렇게까지 더 허무하고 무상하게 만들게 무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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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ne_Hebuterne 2013-03-29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읽었을 때엔 우유를 쏟고 우는 아이의 마음이었는데 지금 hnine님의 리뷰를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손목시계의 앞면과 뒷면을 돌려 차는 일이 사는 것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야 할 일은 해야겠지요. 그러나 반추하고 싶지는 않은 시간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제는 거대한 바람이 되는 나이에 접어들어 이 책을 읽으면 또 다른 생각이 들 듯 합니다. 리뷰 잘 읽었어요.(허무함은 저역시!!! 아니,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hnine 2013-03-29 19:33   좋아요 0 | URL
예전에 '에브리맨'을 읽었을 때에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나이들면서 돌아볼때, 이렇게 허무하고 무상하지 않고, 포근하고 따뜻할 수는 없는걸까요? 그래서 자꾸 반추하고 싶어지는, 그런 자취를 남기고 살 수는 없는걸까요?
다 읽은 후 앞부분을 다시 훑어보았는데 이 작가 처음부터 복선을 단단히 깔았더군요 ㅠㅠ

Jeanne_Hebuterne 2013-05-30 09:40   좋아요 0 | URL
hnine님, 이 책을 최근 다시 읽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은 완성과는 거리가 먼 존재이고 이해하기에도 어렵다고. 저는 늘 될지도 모른다. 안될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더 해보자. 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소설을 다시 읽다 보니 한 사람의 역사 속에서 원인과 결과는 맞아떨어지지도 않았고 더더욱 불완전한 존재였어요. 불완전성을 완전성이라고 착각하는 오기를 그만 부려야 할텐데, 사람들은 참 편리하구나. 어디서든 이유를 찾아내면 그만이니까. 라는 생각에 갈팡질팡합니다.


덧-한글판 제목은 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hnine 2013-05-30 19:15   좋아요 0 | URL
에뷔테른님, 다시 읽으셨군요. 그럴만한 책이었어요. 전 다 읽고난 후 곧바로 앞 페이지로 돌아가 몇 페이지 더 읽고는 말았는데요.
'사람은 완성과는 거리가 먼 존재이고 이해하기에도 어렵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거죠? 정말이지요? 저도 완전 공감하거든요. 그러면서도 남들에게는 쉽게 그런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원인과 결과가 맞아떨어지지도 않고, 계획한대로 꼭 되는 것도 아니고요. 완전하다고 생각하고, 이유를 끌어다대고, 그것이 옳다고 믿고, 저도 그 속에서 살고 있더라고요.
갈팡질팡은 저도 특기입니다 ^^

한글판 제목은 원제에서 'sense'라는 단어의 의미를 살리되 좀 더 구매자를 의식해서 만든 것 같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