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꽃으로 - 유안진 산문집
유안진 지음, 김수강 사진 / 문예중앙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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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의 책은 나에게 다른 책과는 좀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시집은 물론이고 이런 에세이 류도 빼놓지 않고 읽어왔다.

시만 쓰고 싶은 시인, 그러면서 시인이라는 이름 말고 다른 자기 분야의 일도 빈틈없이 잘 해오고 있는 사람. 자식을 비롯해서 가족에게 무한의 애정과 희생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너그러이 모든 걸 참아내고 받아내는 경지에 이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각이 있어서 이 세상 사소한 것에서도 배우고 깨우치는데 게으르지 않는 사람. 내가 아는 저자이다.

그런데 찾아서 다 읽다보니 이미 어디서 읽은 글을 또 보게 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소월의 시 '갈 봄 여름 없이'에서 가을을 '갈'이라고 쓴 이유, 역시 소월의 시 '산새도 오리나무'에서 더 늠름하고 멋진 나무를 두고 하필 '오리나무'를 쓴 이유에 대해서는 벌써 몇 번째 접하는 내용인지 모른다. 시 '다보탑을 줍다'에 대한 해설 역시 두번 이상 본 것 같은데 이 책에 또 실려 있었다.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고독을 받아들임,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없는 것에 대한 스스로 다독임,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는 위안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인지 종교와 시, 자연에서 문제의 힌트를 찾으려는 태도, 스스로는 숙맥이라고 하지만 한편 꼬장꼬장해보이기까지 하는 소신, 우리 것, 우리 말에 대한 깊은 애정, 상처에 대한 조곡이 아니라, 나의 상처에 대한 감상적 탄식이 아니라, 상처를 꽃으로 보고 싶은, 꽃으로 승화시키고 싶은 '자존심'.

난 저자처럼 인간 이상의 대상에서 답을 찾는데 서툴러 이렇게 그녀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다독인다. 설사 읽은 글을 또 읽게 되면서도 큰 군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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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3-22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저자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중복되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ㅎ
인기 많았던 지란지교를 꿈꾸며....저녁을 먹고 나면~~
친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었죠.

hnine 2013-03-22 12:20   좋아요 0 | URL
훨씬 일찍 시로 등단했지만 이름이 알려지기는 바로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별로 기대하지 않고 청탁에 의해 썼던 글 때문이라지요. 저도 그때문에 저자 이름을 알게 되었고요.
제가 이 분 책을 많이 읽긴 읽어나봐요. 이렇게 눈에 익은 부분이 갈수록 많아지는걸 보면요.

2013-03-25 0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6 0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