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통볼통 화가나 아이세움 감정 시리즈 3
허은미 지음, 한상언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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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화가 나는 상태를 '올통볼통'이라고 표현한 것은 좋았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글임을 알수 있도록.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읽어갈수록 이 책이 과연 어느 연령대를 향한 책인지 혼동이 왔다.

   
  오해나 착각이 화를 부르기도 하지...어떤 화는 너의 오해나 착각, 잘못된 추측 때문에 생겨나기도 하니까. 다른 사람이나 상황은 단지 너를 자극해서 네 안에 숨어 있던 화를 터뜨린 것일 수도 있어 (17쪽)
 
   
이런 문장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 또한 책의 중간 중간 '화'에 대해 유명인들이 한 말들이 삽입되어 있다. 예를 들면,
   
  누구나 화를 낼 수는 있다. 하지만 적절한 대상에게 적절한 목적과 방법으로 적절하게 화를 내는 것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아리스토텔레스
 
   

적절한 인용이긴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있게 다가갈지. 오히려 그 책을 옆에서 넘겨다 본 부모들 눈에 더 뜨일만한 인용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동화를 어린이들만 읽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아이세움 감정시리즈' 라는 기획물 중의 한 권이며,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것, 그리고 삽화의 형식과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불쑥불쑥 섞여 있어 전체적으로 일관성있는 흐름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화를 다스리는 방법이라든지 (여기서 물론 틱낫한 스님의 말씀도 인용되어 들어가 있다.), 화를 터뜨리는 대신 잘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든지, 과연 이 책의 대상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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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상상력을 담은 동화 쓰기
조안 에이킨 지음, 이영미 옮김 / 큰나(시와시학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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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옛날이야기 해달라고 할머니를 조르던 추억은 지금도 절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늘 듣는 이야기이면서도 재미있었다.  이제는 조름을 당하는 입장이 되어, 알고 있던 이야기를 들려 줄 때도 있지만 금방 떠오르는 이야기가 없을 때에는 내 멋대로 이야기를 지어내야 할 때도 더러 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영국을 대표하는 아동문학 작가라는 조안 에이킨이라는 사람이 쓴 책인데, 왜 동화를 쓰는가, 동화 쓰기 방법, 아동문학의 여러 장르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고, 부담없이 읽을만한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다.
동화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와 어린이가 등장하지만 성인이 읽는 동화로 나뉜다는 것, 동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꾸준히 글을 써야한다는 것, 어디에서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또 동화의 처음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어떤 결말이 좋은 결말인지 등에 대해, 장황하지 않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지루함을 참아내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사건을 제시해야 하고, 독자의 관심이 식지 않도록 줄거리 속에 흥미로운 단서나 정보를 조금씩 뿌려 놓으라고 한다. 또한 글의 시작이 중요하다면 끝맺음은 더욱 더 중요하므로, 가능하면 글을 시작하기 전에 확실하면서도 분명한 결말을 정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한다. 등장인물을 묘사하는 기술에 대한 장에서는 등장인물들을 보다 폭 넓고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는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그때마다 기록해두면 편리하다면서 그 예를 들었는데 자그만치 한 페이지에 걸쳐 수십명의 인물들의 예를 줄줄이 열거해
놓았다. 평소 작가의 머리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어린이들이 읽을 것을 전제로 쓰여지는 이야기는 되도록 해피 엔딩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피해야할 내용으로는  광고, 섹스에 관한 것, 우울하거나 절망적인 내용, 폭력적인 내용 등을 들고 있다. 참으로 경험 많은 노작가 다운 충고이다.

어제 밤에만 해도 나는 아이를 재우며, 화성인의 초대를 받아 화성을 다녀온 Justia 라는 남자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시 지구로 돌아와보니 그새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더라는 것, 또 화성에 가보고 싶은 마음에, 화성에서 보고 들은  것을 그리고, 쓰면서, 다시 화성에 가 볼 날이 있을까 꿈을 꾼다는 등등.

동화를 직접 써보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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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대장 솔뫼 아저씨의 생물학교 - 씨앗 속 생명 이야기 산대장 솔뫼 아저씨 시리즈
솔뫼 지음, 김정선 그림, 권오길 감수 / 삼성출판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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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만 가지고 쓰여진 책이 아니다. 본명도 드러내지 않고 '솔뫼'라는 이름으로, 25년 동안 산에 묻혀 식물 생태를 연구하며 사는 사람이 책을 썼다. 솔뫼 아저씨의 '생물 학교'라는.
정말 잘 썼다. 우리가 과일을 먹고 마지막으로 남기는 씨앗, 그 씨앗을 보며 하나의 생명을 떠올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일반적으로 제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꽃으로 시작해서, 열매를 맺고, 그 안의 씨앗이 식물 속에서 나와 새로운 장소로 가서 새로운 생명을 시작하기 까지의 과정을 120여 쪽에 걸쳐,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길이로 아름답고 사실적인 그림과 함께 펼쳐 놓았다. 읽다 보면 씨앗 속에 담긴 의미가 자연스럽게 경외로움으로 마음에 새겨진다. 관심 두지 않던 것들, 무관심하게 보아오던 것들의 바탕에는  다 생존하고자 하는 처절한 이유가 있음을 알고 놀라워하는, 그 순간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닐까. 생물에 대한 관심과 흥미 말이다. 그래, 나를 처음 이 분야를 전공하도록 이끈 것은 바로 이런 호기심과 놀라움이었어. 얼마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초심인지.
자주 인용하는 말 중에, 어떤 것에 대해 정확히 잘 알고 있다면 다섯 살 어린 아이에게도 그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이테는 나무의 몸이 자랄 때 옆으로 뚱뚱해지면서 생기는 자국이라는 설명은 얼마나 멋진가. 속씨 식물과 겉씨식물이 있고, 헛열매와 참열매로 나뉘어 지고, 통꽃과 갈래꽃, 갖춘 꽃과 안갖춘꽃, 이것이 암기의 대상으로 보여진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인가. 예쁜 그림과 함께 거부감없는 재미있는 설명. 이 책은 굳이 어린이를 위한 책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책이다. 사실적이면서도 예쁜 그림들. 생물에 관한 책의 생명은 그림이 그 반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나뭇 가지와 잎, 꽃, 열매로 꾸민 책 표제부터 감동이다.
두고 두고 보고 싶은 책. 식물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에게 대답대신 내밀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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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 - 뜨거운 가슴을 잃어버린 당신을 위한 스물네 편의 사랑 이야기
김용택.정호승.도종환.안도현 외 지음, 하정민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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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대마음에 그물 쳤지만
그 그물 안에 내가 걸렸다

사랑은 빼앗기기
시들기
투망 속에 갇히기

- 공 광규 <사랑> 중에서 -

시를 쓰는 스물 네사람의 사랑 경험담이다.
나이를 먹어도 사랑은 여전히 지나칠 수 없는 주제.
후루룩 펼쳐보다 눈에 띈 시들이 내 마음을 붙든다.

당신 앞에서
비틀거리기 싫어서
넘어졌었죠.
넘어진 게 어이없어서
쫘악 뻗었죠.
당신의 시선의 쇳물
쏟아졌어요.
나는 로봇처럼
발딱 일어났어요.
강철 얼굴을 천천히
당신께 돌렸어요.
내 구두를 미끄러뜨린 게
무어겠어요?

- 황 인숙 <데이트> -

이런 저런 사랑의 감정, 표현하는 방식, 그래서 달라진 이후의 삶.
정 호승 시인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나누었다는 연상의 누나와의 첫키스 얘기를 읽으면서는 영화의 한 장면으로 인용되어도 멋지겠다는 생각을 했으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눈물 글썽이며 썼을 공 광규 시인의 얘기는 사랑이 '슬픔'과 어떻게 통하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서점에서 골라든 안톤 체호프의 단편집을 빼앗아 도로 진열대 위에 올려 놓으며 자기도 가지고 있는 책이라며, 한 집에 같은 책을 두 권씩이나 둘 필요 없잖냐는 프로포즈는 어떤가.

장 석주 시인의 <당신에게>는, 상대방의 사랑을 거절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쓴 글인데, 오랫동안 혼자 잠들고, 혼자 잠깨고, 혼자 술 마시는 '일인분의 고독'에 내 피가 길들여졌다는 표현을 자꾸 읽어 보았다. 일인분의 비밀과 일인분의 침묵으로 살찌워지는 사유. 어느 해 여름 바닷가에서 쏟아지는 유성우의 기억을 일깨우며, 그때 당신과 나의 거리,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그 거리를 유지한 채 남은 생을 살아가고 싶다고, 나는 왜 이런 편지를 쓸 수 없었을까.

사랑의 무담보성을 인용하며 오히려 마음 가벼워지고 싶었던 시인의 마음이 전해진다. 사랑이 예고 없이 찾아 오듯이, 저절로 끝날수도 있다는 것, 이별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고 비극이 아니라 사랑의 본질적인 한 단면이라는 말은 사랑의 '고수'로부터 들을 수 있는 팁이 아닐런지.
세클라의 말을 다시 한번 되뇌어 본다.

   
  생명력이 넘치는 사람들은 사랑에 실패해도 이내 다시 일어나서 또 다른 사랑을 갈망하기 시작한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자기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끝없이 반문하면서 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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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혜 창비아동문고 233
김소연 지음, 장호 그림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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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개를 신문에서 본 작년 어느 날부터 계속 찜해두고 있다가 오늘에야 마침내 읽게 되었다.
1910년대, 양반 가문에서 고생 모르고 자란 명혜라는 여자 아이가 그녀의 10대를 어떻게 살아나가는가 하는 이야기이다. 나라를 잃은 상황, 여자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지극히 제한되던 시절, 더구나 여자가 유학을 가는 일은 저자도 말했다시피 우주 여행만큼 처럼 여겨지던 시대였다. 남들이 이미 걸어간 길, 당연히 그 길대로 가기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현실에 부딪혀 보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새삼스런 줄거리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차분하고 단정하게 쓰여졌다고 할까. 이런 표현이 맞는다면 말이다. 그런 느낌이 드는데에는 세밀하고 정적인 삽화도 한 몫 한다고 생각된다. 펜 자국이 드러나는, 부드러운 색감의 그림들.
친구를 대신해 친구의 고향으로 가서 야학에 투신하는 글의 후반부에서는 잠시 상록수의 채영신이라는 인물도 연상이 되었다.
명혜가 아이를 업고 있는 표지의 그림은, 본문 중에서 통역 봉사를 위해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 복도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아픈 아이를 보살펴주느라 업고 있는 장면이다. 한국적인 마스크, 발그레한 볼, 하나로 땋은 머리, 흰 저고리, 검은 치마, 어디에도 자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심지있게 부모님을 설득하는 당참은 찾아 볼 수 없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로서 충실한 작품.
명혜의 이후 성장 과정을 또 다른 책으로 이어서 써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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