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대장 솔뫼 아저씨의 생물학교 - 씨앗 속 생명 이야기 산대장 솔뫼 아저씨 시리즈
솔뫼 지음, 김정선 그림, 권오길 감수 / 삼성출판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이론만 가지고 쓰여진 책이 아니다. 본명도 드러내지 않고 '솔뫼'라는 이름으로, 25년 동안 산에 묻혀 식물 생태를 연구하며 사는 사람이 책을 썼다. 솔뫼 아저씨의 '생물 학교'라는.
정말 잘 썼다. 우리가 과일을 먹고 마지막으로 남기는 씨앗, 그 씨앗을 보며 하나의 생명을 떠올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일반적으로 제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꽃으로 시작해서, 열매를 맺고, 그 안의 씨앗이 식물 속에서 나와 새로운 장소로 가서 새로운 생명을 시작하기 까지의 과정을 120여 쪽에 걸쳐,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길이로 아름답고 사실적인 그림과 함께 펼쳐 놓았다. 읽다 보면 씨앗 속에 담긴 의미가 자연스럽게 경외로움으로 마음에 새겨진다. 관심 두지 않던 것들, 무관심하게 보아오던 것들의 바탕에는  다 생존하고자 하는 처절한 이유가 있음을 알고 놀라워하는, 그 순간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닐까. 생물에 대한 관심과 흥미 말이다. 그래, 나를 처음 이 분야를 전공하도록 이끈 것은 바로 이런 호기심과 놀라움이었어. 얼마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초심인지.
자주 인용하는 말 중에, 어떤 것에 대해 정확히 잘 알고 있다면 다섯 살 어린 아이에게도 그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이테는 나무의 몸이 자랄 때 옆으로 뚱뚱해지면서 생기는 자국이라는 설명은 얼마나 멋진가. 속씨 식물과 겉씨식물이 있고, 헛열매와 참열매로 나뉘어 지고, 통꽃과 갈래꽃, 갖춘 꽃과 안갖춘꽃, 이것이 암기의 대상으로 보여진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인가. 예쁜 그림과 함께 거부감없는 재미있는 설명. 이 책은 굳이 어린이를 위한 책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책이다. 사실적이면서도 예쁜 그림들. 생물에 관한 책의 생명은 그림이 그 반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나뭇 가지와 잎, 꽃, 열매로 꾸민 책 표제부터 감동이다.
두고 두고 보고 싶은 책. 식물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에게 대답대신 내밀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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