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치즈는 내가 옮긴다!
리처드 템플러 지음, 황정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선택해서 들어간 직장, 내가 선택해서 들어관 학과.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한다. 이 일이, 이 공부가 나에게 맞는 것일까.
주어진 현실에서 내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주어지는 보상 ('치즈')에 만족하며 살수 있으면 그것도 좋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번쯤 하는 생각이 아니라 아주 자주 여기를 뛰쳐 나가고 싶다는 생각과 아무런 미래가 그려지 않는 상황이라면 탈출을 계획해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할수 있는지 그것이 문제이다. 그래야 출구가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그리고 있는 꿈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의 결정에 의해 같이 영향을 받게 될 사람들 (예, 가족)의 의견도 들어보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보고, 그만한 용기가 있다면 지금의 자리를 박차고 나올수 있는 것이다.
직장을 내 손으로 그만 두고 나와본 사람들이 읽어보면 더 실감날 내용들이다. 현실이 답답하다는 이유만으로 뛰쳐 나오는 행동은 가장 경계해야할 일. 충분히 분석적이고, 계획적이어야 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그만큼 변화에 대한 나의 솔직한 욕구가 크냐 하는 것이다. 그럴때 분석하고 계획적일 수 있는 의지와 용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을 내 손으로 그만 두고 나와 본 사람이기 때문에, 더 관심있게 읽었다. 불만을 가슴에 꽉 채우고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마저 저당 잡힌 것 같은 삶이기 보다는, 하루를 살아도 나에게 꼭 맞는 치즈를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는 기본 생각이 나와 같아 구구절절 동의하며 읽은 책이다.

꿈은 실패할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때 끝나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일인지 놀이인지 모르게 된다면 비로소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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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4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5-04 21:31   좋아요 0 | URL
이런 책을 가끔 읽는 이유중의 하나가 그런 기회를 가져보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저는 자신에게 솔직해진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한참을 살았답니다.
 
슈거타임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작가가, 훨씬 초기인 1991년에 발표한 작품이 우리 나라에서는 작가의 인기에 더불어 지금 번역되어 나왔다.
부서질듯 가볍고, 아직 어딘가 불안정하고, 그래서 더 애틋하고 순수할 수도 있는 시기를 가리키는 제목때문에 성장 소설로 소개되기도 하는 것 같다.
대학교 1학년 생인 가오루는 먹는 것에 끊임없이 의존하는 증세를 가지고 있는데, 당연히 식욕과는 상관없이 심리 상태에 따라, 어떤 마음의 빈 곳이 충만될 때까지 무언가를 계속 먹음으로써 해소한다. 그녀의 남동생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희귀병을 가지고 있고, 그녀의 애인은 그녀와의 육체적 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증세를 가지고 있다. 이런 등장 인물들이 엮어가는 이야기는 의외로 담담하고 풋풋하다. 만남과 헤어짐,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부담없는 마무리. 감정 묘사가 지나친 표현에 실리는 법도 없고, 그저 오늘 같은 날씨에 가볍게 살랑이는 나뭇잎처럼, 좋은 감정도 슬픈 감정도, 딱 그 정도를 넘지 않으며 펼쳐진다. 이런 배경으로 누군가는 아주 심각한 소설을 써낼수도 있었으리라.
등장 인물들의 이상 증세의 종류는 어찌 보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들 대부분,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나만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증세들을 하나 정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어떤 때는 대수롭지 않아보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크게 보이기도 하는 그런 자신만의 증세말이다. 작가는, 그런 것들이 누구나에게 있을 수 있다고, 그런 것들 역시 소소한 인생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입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새 스르르 녹아드는, '설탕같은 소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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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9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4-30 00:08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하루만에 읽었어요. 부담없이 금방 읽히더군요. 그런데도 다른 일본 소설과는 어딘가 다르게 여겨지는...이 작가의 책은 묘한 데가 있는 것 같아요.
여유 있는 차 한잔, 그 말씀으로도 벌써 여유가 느껴져서 좋습니다. 감사드려요.
 
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품절


'한때 그렇게 빛나던 광채가 지금 내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진들 어떠랴, 풀의 광휘의 시간, 꽃의 영광의 시간을 다시 불러오지 못한들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며 영원불멸의 시를 읊던 방식을 곧이곧대로 이해하는 것이 나의 여행 방식이다.-57쪽

모든 대상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에 따라 좋거나 나쁜 것으로 인식될 뿐이라는 것도 여행 덕에 알게 되었다.-58쪽

잔말 말고 딱 네 방식으로 단순 명료해져라. 너 이상의 존재가 되려고 하지 마라. 너 아닌 존재가 되려 하지 마라.-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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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책과 관련된 가벼운 사유의 흐름으로 역어진 책일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나도 모르게 저자가 잘 나가는 여성 라디오 PD라는 것에서 선입관을 가졌나. 정말 나도 모르게 말이다. 그런데 읽어보니, 소개된 책들을 봐도 그렇고 저자의 그 사유의 흐름이라는 것이 누구든지 쉽게 따라갈만 한 수준의 것이 아니더라는 것.
책 속에서 수백 종류의 인생을 살아본다는 것은 이 정도 경지에 올라야 가능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삶 자체가 마치 책 속에서 영위되는 듯한 느낌. 책으로 묻고 책으로 답하고, 책으로 생각을 이어나가는 듯한 삶의 방식.
그녀가 책 만큼 좋아하는 '여행' 역시 하나의 삶이 아닌 수백 개의 인생을 꿈꾸는 것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라고 하니, 소원대로 여행과 관련된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기대되기도 한다.
그녀의 독서 편력은 문학적인 책 읽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시사다큐 전문 프로듀서로서의 경력때문일까. 사회 문제에 대해서 날카롭게 뻗고 있는 촉수가 여기 저기서 드러난다.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에서 '사람들은 왜 전쟁의 참사를 기록한 끔찍한 사진을 보는가?'라고 던진 질문을 소개하며,
오로지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 두어야 하는 이유, 그것은 내가 세계를 대하는 방식이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과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우리라는 말을 쓸 때 가슴에 손을 얹고 조심하게 되었다. 뭔가 행동할 수 있을 때에만 '우리'라는 말을 쓸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우리'라는 말을 하는 관계를 늘리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사회에서 할 일이다. (81쪽)
라고 말하고 있다. 한동안 가슴에 남을 것 같은 구절.
책 속에 파묻혀 지내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키려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그녀는 그 반대로 대답한다. 책이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이유는, 책은 고독 속에 있으면서도 끝없이 세상과 연결하고 대면할 기회를 갖게 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그녀가 이 책에서 소개하거나 언급한 여러 권의 책들 중 따라서 읽어봐야 겠다고 메모해 놓은 책은 한 권도 없다. 어쩌면 한 권도. 리뷰 제목을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고 붙인 이유가 될까.
마지막으로 제대로 멋진 인간을 이렇게 표현해 놓은 것이 재미있어서 옮겨 본다.
'시니컬한 줄 알았더니 뜨거운, 안 할 줄로 알았는데 하는, 관심 없는 줄 알았지만 관심 있는, 쿨한 척하지만 찐득찐득한, 무정한 줄 알았더니 껴안아주는, 다른 줄 알았는데 닮은, 혼자인 줄 알았는데 옆에 있어주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하고, 호통지면서도 존중하고, 경멸하면서도 끌어안고...' (225쪽)

아, 이 책 읽고 따라해보고 싶은 것은 있다. 무더운 여름 밤에 스메타나의 <몰다우> 들어보기, 52쪽에 소개된,  지명 이름을 따라서ㄱ,ㄴ,ㄷ 순서로 내 인생의 이야기를 풀어보기가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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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 김갑수의 음악과 사랑 이야기
김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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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이 음악책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마 전문적인 음악 서적까지는 안 될거라는 겸손의 표현이 아닌가 한다. 전문성의 여부를 떠나서, 음악 이야기는 음악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인 감정이입이 무척 많이 들어가 있는 글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한시도 사람에 대한 생각을 안 하는 적이 없다는 말에서도 보이듯이, 사람과의 관계, 그 사이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하는 듯한, 굉장한 자의식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아닐까. 이런 사람에게 음악은 정말 숨통일 수 있다. 혼자서 빠져들수 있는, 무한한 감정의 세계, 카타르시스의 세계로의 입구 같은 것일테니.
아주 지긋지긋한 젊은 시절을 보내며, 지긋지긋한 사랑도 해보고, 그 정도의 가난도 겪어보았다는 이 사람은, 그래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더 깊어졌다는 말은 결코 하지 않는다.

봄 햇살이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말은 부디 하지 마시기를. 시간의 바깥에 나가 우두커니 서 있는 저 공원의 노인, 저 상심한 청년, 저 매 맞은 아이에게 봄날의 햇살은 희망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시기를. (54쪽)

이런 시선으로 그가 한시도 생각하지 않는 적 없다는 사람을, 주변을,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오랜 경륜을 여실히 보여주는 그의 딱 떨어지는 글솜씨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부부란 비적대적 모순관계의 전형적인 것.(75쪽)
음악은 언어와 사고로는 번역되지 않는 순수 추상의 세계 (117쪽)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제일 뚫어져라 읽은 부분은 피아니스트 김 용배를 언급한 대목이다. 오랜 만에 들어보는 그 이름을 뜻밖에 대하고는 잠시 가슴이 멍 해졌다. 불편한 다리로 무대에 오르던, 조용하지만 다부진 인상의 그가 보여준 연주는 얼마나 격정적이었던가. 같은 말을 저자도 하고 있었다. 또, 영화 <조지아>를 각별히 여기는 그의 감상문 하나로도 저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 평을 이렇게 분석적으로, 잘 썼다니. 이 사람 자체가 그런건가, 글을 쓰는 솜씨라고 해야하나.
부분 부분, 조금만 절제하며 썼으면 하는 곳도 많이 눈에 띄어 거북한 마음이 살짝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솔직했으니, 좀 과장스럽게 느껴짐은 그의 감상적인 성향때문이지 의도적인 부풀림은 아닌 것 같다. 음악과 삶이 구분되지 않는 그의 일상에도 불구하고 클래식은 이제 사양길이라고 하지 않는가. 첨단의 음악은 아니라고.
본문중에 나오는 그 많은 음악들중 읽으며 메모해 놓은 곡은 딱 한 곡. 바흐의 <악투스 트라지쿠스, BWV 106>. 칸타타 제 106번이라고 불리는 곡이다. 되도록이면 칼 리히터 본을 들으란다.
이 책의 리뷰는 이런 시간이 아닌, 새벽에 쓰고 싶었는데, 그만큼 미루고 있기 싫은 마음에 지금 후다닥 올린다.
마지막으로 그가 영화 <조지아>감상문 끝에 붙여 놓은 그의 자작시.

이제 천국은

죄에 의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진창에 뒹굴어 가벼운 육신
이제 천국은 살아갈 나날을 기다리지 못하여
천사들만 살기로 모의한 나라
천국의 천사들의 유쾌한 합창
벌떼처럼 달려들어 꿀 먹는 나라
꿀처럼 단잠에 취하는 거기
죄에 의해서 편안해지고
진창에 뒹굴어 가볍고 가벼운
아, 아프지 않은 천국

참 별스럽다.

그의 당부대로, 이 책은 음악책으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저자가 무엇에 대해 쓰든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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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04-19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아서, 이사람 책을 다 샀더랬어요. 가장 최근에 나온 나는 왜 나인가 뭐인가 하는 책은 비슷한 어조였지만 실망스러웠고, 그런고로 또 다른책 나의 레종데트르는 보류중이에요. ^^ 이 책,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는 참 좋지요. 그지요?

hnine 2008-04-20 00:16   좋아요 0 | URL
예, 좋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