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타임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작가가, 훨씬 초기인 1991년에 발표한 작품이 우리 나라에서는 작가의 인기에 더불어 지금 번역되어 나왔다.
부서질듯 가볍고, 아직 어딘가 불안정하고, 그래서 더 애틋하고 순수할 수도 있는 시기를 가리키는 제목때문에 성장 소설로 소개되기도 하는 것 같다.
대학교 1학년 생인 가오루는 먹는 것에 끊임없이 의존하는 증세를 가지고 있는데, 당연히 식욕과는 상관없이 심리 상태에 따라, 어떤 마음의 빈 곳이 충만될 때까지 무언가를 계속 먹음으로써 해소한다. 그녀의 남동생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희귀병을 가지고 있고, 그녀의 애인은 그녀와의 육체적 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증세를 가지고 있다. 이런 등장 인물들이 엮어가는 이야기는 의외로 담담하고 풋풋하다. 만남과 헤어짐,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부담없는 마무리. 감정 묘사가 지나친 표현에 실리는 법도 없고, 그저 오늘 같은 날씨에 가볍게 살랑이는 나뭇잎처럼, 좋은 감정도 슬픈 감정도, 딱 그 정도를 넘지 않으며 펼쳐진다. 이런 배경으로 누군가는 아주 심각한 소설을 써낼수도 있었으리라.
등장 인물들의 이상 증세의 종류는 어찌 보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들 대부분,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나만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증세들을 하나 정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어떤 때는 대수롭지 않아보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크게 보이기도 하는 그런 자신만의 증세말이다. 작가는, 그런 것들이 누구나에게 있을 수 있다고, 그런 것들 역시 소소한 인생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입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새 스르르 녹아드는, '설탕같은 소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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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9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4-30 00:08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하루만에 읽었어요. 부담없이 금방 읽히더군요. 그런데도 다른 일본 소설과는 어딘가 다르게 여겨지는...이 작가의 책은 묘한 데가 있는 것 같아요.
여유 있는 차 한잔, 그 말씀으로도 벌써 여유가 느껴져서 좋습니다.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