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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들의 반란 - 인류 공공의 적 암에 대한 최신 연구 보고서 과학전람회 8
만프레트 라이츠 지음, 정수정 옮김 / 프로네시스(웅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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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는 독일의 의학박사이자 과학칼럼니스트인 만프레트 라이츠이다. 암에 대한 최신 연구 보고서라고 표지에 소개되었듯이, 이 책에는 암에 대하여 최근까지 알려진 결과들이 여러 소제목 아래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암'이라는 인류 공공의 질병에 대해 새삼 관심이 생겨서 라기 보다는, 생명 현상 전반을 일반적으로 다룬 것이 아닌, 한가지 특정 주제에 대해 300 여쪽의 분량으로 씌여진 이런 책들은 과연 어떤 독자층을 상대로 하는 것일까, 어떻게 내용을 구성했을까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고 하는 편이 더 가깝겠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 생물학이나 관련 학문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누구나가 읽어서 쉽게 이해가 될만한 내용은 아니라는 점이다. 암이란 무엇인가, 세포는 왜 죽을까 등의 앞 부분은 그래도 평이하게 시작되었으나, 암세포와 유전자, 암의 유발 원인, 암질환의 분자유전학, 생명의 암 방어 시스템 등 중간 이후 내용들은 매우 집중이 요구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일반인을 위해 기획된 책이라면 아마 책 중간 중간에 알기 쉬운 도식이나 그림등이 더 많이 삽입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사진이나 그림이 그리 많이 삽입되어 있지 않다. '내용' 자체에 충실히 쓰여진 책이라고 해야 할까. 따라서 불특정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둘째, 번역의 문제이다. 번역하신 분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뭐라고 함부로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위에서 말했다시피 이 책이 일반인을 상대로 하여 쓰여진 책이 아니라면 이 계통을 전공한 사람이 번역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면 최소한 '털이 없는 쥐'라는 본문 중의 말이 'nude mouse' 였을 것이라고 고쳐가며 읽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말이다. 책을 읽어감에 따라 암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는 재미보다 사실 번역이 이상한 곳을 찾아내는 데에 더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으니.  RNA를 유전물질로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는 본문의 '역행성 바이러스'라는 말보다는 '역전사 바이러스'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세포 사멸에 대한 내용중 '카파제'라고 표기된 말은 '카스파제 (caspase)의 오타이겠지?
하지만 비전공인로서 이 정도의 번역을 하기까지 그 어려움이 감히 짐작이 된다.

암에 대해 한마디로 설명한 문장들 중 제일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다면, '작은 원인이 큰 결과를 가져온다.' 라는 것이다. 어떤 것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 본질에 가까워지게 되면, 설명은 장황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간단한 표현으로 충분한 것.

2008년 2월에 초판이 나온 책이니, 혹시 다음에 재판이 나올 경우를 위하여 미흡하나마 내가 읽으면서 메모해 놓은 것들을 출판사에 보내볼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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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만찬 - 공선옥 음식 산문집
공선옥 지음 / 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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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 공선옥의 글을 읽은 것은 20년도 더 전의 일인데, 이후로 한동안 그녀의 작품에 손을 대지 못했다. 그녀의 글엔 처절한 자기 경험이 있었고, 핏발이 서 있었으며, 감상의 눈물이 아니라 배고픔의 눈물, 가난의 눈물이 뚝뚝 묻어 나왔었다.
비교적 최근, 오랜만에 그녀의 여행 산문 <마흔에 길을 나서다>를 읽고는 그녀에게 한발 다가선 느낌이 들었고, 소설 <명랑한 밤길>을 읽으며 더 좋아져서는 이제 그녀가 새로운 책을 내면 안 읽고는 못 배길 것 같다.
이 책 <행복한 만찬>은 잘 차려진, 풍성한 식탁을 주제로 한 글들이 아니다 예상 되던 바이지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먹거리, 어떻게 먹어라, 어떤 음식은 먹지 마라, 어떤 특정 음식을 권장하는 책 등등 먹거리에 관한 책들이 눈에 번쩍 뜨이는 제목을 달고 쏟아져 나오는 요즘, <행복한 만찬>이라는, 트렌드와 맞지 않는 듯한 제목으로 그녀가 책을 내었다. 음식보다는 음식의 재료로 쓰이는 것들을 주로 뽑아 스물 여섯 가지의 이야기를 담아서.

   
  나는 지금도 아이들이 아프면 미역국에 쌀밥을 한다. 아무리 잡곡밥이 몸에 좋다 해도 아플 때는 미역국에 쌀밥이 최고다....쌀은 그냥 쌀이라고 안 해지고 늘 '귀한 쌀'이라고 저절로 뇌어진다. 귀한 쌀. 쌀은 정말로 한 톨도 귀했다. 언젠가 보리밥에 뉘처럼 끼어 있는 하얀 쌀 한 톨을 발견하고 나는 내 밥에 쌀 있는 거 누가 볼세라 가슴이 막 뛰기까지 했었다. (62쪽)  
   

아무리 유명한 식당의 메뉴라 할지라도 지금도 보리밥과 수제비는 안 드시는 엄마 생각이 난다. 배 곯던 시절을 상징하는 음식, 다시 떠올리기도 싫으신 것이다.
음식. 우리의 목숨을 부지시켜 주는 음식. 저자는 한밤중에 먹는 토란탕은 출출한 속을 채워줄 뿐 아니라 말할 수 없는 부드러움과 향기로 근원적 외로움까지 위로해 준다고 했다. 이런 음식이 나에게도 있던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요즘 세대에게는 코웃음으로 밖에 돌아오지 않을 감정일까. 음식에는 그것이 식탁에, (아니 밥상이라고 하련다) 밥상에 오르기까지 그 누군가의 땀과 정성이 들어가 있음을 너무 오래 잊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 음식의 재료 자체도 한때는 하나의 생명이었거늘. 자신의 몸을 바쳐 다른 생명체의 에너지가 되어 주는 것에 대해 감사할 일 아닌가.

논 한마지기 없던 저자의 어린 시절. 깨밭 농사마저 가뭄에 작살이 나자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엄마를 위로하고자 말라 비틀어진 외 (참외) 하나를 따다가 엄마에게 가져다주니, 엄마는 그것을 저자와 짜개어 나누어 먹으며 배시시 웃었다고 한다. 농사가 잘 안되면 울고, 어린 자매들은 엄마가 우는 것을 보고 따라 울었다고. 목숨 붙이고 살아나갈 일이 공포였다고. 이러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음식,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눈물과 함께 먹게 되는 음식이 바로 행복한 음식이고 행복한 밥상인 것. 감사하게 받는 밥상, 굶주리던 시절, 또는 지금도 지구의 어느 한 편에서는 굶주림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받는 밥상말이다.

요즘의 우리의 밥상. 비록 굶주림에서는 벗어났다 할지라도 그 시절보다 행복한 음식을 먹고 있는가, 행복한 만찬이 되고 있는가. 누구도 그렇다고 할수 없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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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7 0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6-07 15:32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시고 계신거죠? ^^
다시 기분이 업 되시면 예전 처럼 자주 글로 뵐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을께요.
이 책, 읽으실만 해요 ^^
 
런던 스케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2
도리스 레싱 지음, 서숙 옮김 / 민음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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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London observed : Stories and sketches.
글을 쓴 도리스 레싱 (Doris Lessing)은 영국인 부모 아래서 태어났지만 지금의 이란 땅에서 태어나 아프리카에서 성장했다. 일찌기 학교를 그만 두고 독학으로 공부했으며 열다섯에 집을 떠나 여러 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한다. 두 번의 이혼뒤 영국 런던으로 이주. <풀잎은 노래한다>를 시작으로 작품을 출간하기 시작, 영국 문학계의 중심으로 자리잡았으며 200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황금노트북>같은 장편 중의 장편에 들어가기에 앞서, 짧은 글 모음집인 이 책에 먼저 손이 갔다. 노벨문학상 작가라는 선입견은 안그래도 읽기 전의 부담을 더 실어다주는 상황에 세권짜리 <황금노트북>은 미리 버거웠다고나 할까.
제목처럼 가벼운 소묘형식의 글 열 여덟편이 실려져 있는 이 책은 형식은 가벼울지 모르나, 작가의 색깔을 여지 없이 읽어낼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런던에 사는 여러 층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통해 단지 그들이 아니라 인간 삶의 여러 가지 모습을 독자들에게 내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관적인 장황한 묘사를 피하면서도 어떤 구절에서는 단순한 하나의 상황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함으로써 작가의 심중이 무엇이었을까 집중하며 읽게 만들었다. 각 스토리들이 시작같지 않은 시작, 결말같지 않은 결말로 맺는 것은 정말 이 작가의 매력이지 않나 싶다.
<사회복지부>라는 단편은 정말 한 컷 같은 이야기이나 그 한 컷을 보여주며 전달되는 이면의 많은 이야기들은 작가의 역량이랄 밖에.
<장미밭에서>라는 단편의 한 구절.

마이러는 삶의 절반 동안 셜리가 마치 지뢰밭인 듯이, 그리고 자신은 그곳을 가로질러 달리는 듯이 행동해 왔다고 느꼈다. (175쪽)
마이러와 셜리는 모녀 관계이다. 지뢰밭, 그리고 그 지뢰밭을 가로질러 달리는 삶으로 묘사되어 있는 관계. 사람사이의 관계, 편견을 넘어서, 그 이상의 관계.
이 세상은 너무나 각양각색이라서 궁극적으로는 무색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도리스 레싱 입문이다. 서둘러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 읽을 생각은 없다. 천천히, 기회가 될 때마다 읽어가야지. 웬지 또 나를 움직일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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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치즈는 내가 옮긴다!
리처드 템플러 지음, 황정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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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선택해서 들어간 직장, 내가 선택해서 들어관 학과.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한다. 이 일이, 이 공부가 나에게 맞는 것일까.
주어진 현실에서 내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주어지는 보상 ('치즈')에 만족하며 살수 있으면 그것도 좋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번쯤 하는 생각이 아니라 아주 자주 여기를 뛰쳐 나가고 싶다는 생각과 아무런 미래가 그려지 않는 상황이라면 탈출을 계획해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할수 있는지 그것이 문제이다. 그래야 출구가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그리고 있는 꿈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의 결정에 의해 같이 영향을 받게 될 사람들 (예, 가족)의 의견도 들어보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보고, 그만한 용기가 있다면 지금의 자리를 박차고 나올수 있는 것이다.
직장을 내 손으로 그만 두고 나와본 사람들이 읽어보면 더 실감날 내용들이다. 현실이 답답하다는 이유만으로 뛰쳐 나오는 행동은 가장 경계해야할 일. 충분히 분석적이고, 계획적이어야 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그만큼 변화에 대한 나의 솔직한 욕구가 크냐 하는 것이다. 그럴때 분석하고 계획적일 수 있는 의지와 용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을 내 손으로 그만 두고 나와 본 사람이기 때문에, 더 관심있게 읽었다. 불만을 가슴에 꽉 채우고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마저 저당 잡힌 것 같은 삶이기 보다는, 하루를 살아도 나에게 꼭 맞는 치즈를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는 기본 생각이 나와 같아 구구절절 동의하며 읽은 책이다.

꿈은 실패할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때 끝나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일인지 놀이인지 모르게 된다면 비로소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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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4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5-04 21:31   좋아요 0 | URL
이런 책을 가끔 읽는 이유중의 하나가 그런 기회를 가져보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저는 자신에게 솔직해진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한참을 살았답니다.
 
슈거타임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작가가, 훨씬 초기인 1991년에 발표한 작품이 우리 나라에서는 작가의 인기에 더불어 지금 번역되어 나왔다.
부서질듯 가볍고, 아직 어딘가 불안정하고, 그래서 더 애틋하고 순수할 수도 있는 시기를 가리키는 제목때문에 성장 소설로 소개되기도 하는 것 같다.
대학교 1학년 생인 가오루는 먹는 것에 끊임없이 의존하는 증세를 가지고 있는데, 당연히 식욕과는 상관없이 심리 상태에 따라, 어떤 마음의 빈 곳이 충만될 때까지 무언가를 계속 먹음으로써 해소한다. 그녀의 남동생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희귀병을 가지고 있고, 그녀의 애인은 그녀와의 육체적 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증세를 가지고 있다. 이런 등장 인물들이 엮어가는 이야기는 의외로 담담하고 풋풋하다. 만남과 헤어짐,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부담없는 마무리. 감정 묘사가 지나친 표현에 실리는 법도 없고, 그저 오늘 같은 날씨에 가볍게 살랑이는 나뭇잎처럼, 좋은 감정도 슬픈 감정도, 딱 그 정도를 넘지 않으며 펼쳐진다. 이런 배경으로 누군가는 아주 심각한 소설을 써낼수도 있었으리라.
등장 인물들의 이상 증세의 종류는 어찌 보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들 대부분,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나만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증세들을 하나 정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어떤 때는 대수롭지 않아보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크게 보이기도 하는 그런 자신만의 증세말이다. 작가는, 그런 것들이 누구나에게 있을 수 있다고, 그런 것들 역시 소소한 인생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입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새 스르르 녹아드는, '설탕같은 소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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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9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4-30 00:08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하루만에 읽었어요. 부담없이 금방 읽히더군요. 그런데도 다른 일본 소설과는 어딘가 다르게 여겨지는...이 작가의 책은 묘한 데가 있는 것 같아요.
여유 있는 차 한잔, 그 말씀으로도 벌써 여유가 느껴져서 좋습니다.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