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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1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07년 10월
구판절판


천박한 허영심은 우둔함의 다른 형태지요. 우리의 모든 행위가 우주 전체로 봤을 때 얼마나 무의미한지 몰라야 천박한 허영심에 빠질 수 있어요. 그건 어리석음이 조야한 형태로 나타난 거예요.-246쪽

내가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이 또 하나 있다. 우리 몸과 독자적인 생각에 악마의 낙인을 찍고 우리의 경험 가운데 최고의 것들을 죄로 낙인 찍는 세상, 우리에게 독재자와 압제자와 자객을 사랑하라고 요구하는 세상. 마비시킬 듯한 그들의 잔혹한 군화 소리가 골목에서 울려도, 그들이 고양이나 비겁한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거리로 숨어들어 번쩍이는 칼날로 등 뒤에서 희생자의 가슴까지 꿰뚫어도..... 설교단에서 이런 무뢰한을 용서하고 더구나 사랑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가장 불합리한 일 가운데 하나다. (중략) 적을 사랑하라는 이 괴상하고도 비상식적인 명령은 사람들의 의지를 꺾고 용기와 자신감을 빼앗아, 필요하다면 무기까지도 들고 독재자에게 대항하여 일어나야 할 힘을 얻지 못하도록, 그들의 손아귀에서 나긋나긋해지도록 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난 신의 말씀을 경외한다. 시적인 그 힘을 사랑하므로. 난 신의 말씀을 혐오한다. 그 잔인함을 증오하므로. 이 사랑은 아주 힘든 사랑이다.-263쪽

영원히 죽지 않기를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이 과연 있으랴? 누가 영원히 살고 싶어할까? 말 그대로 끝없이 많은 날과 달과 해가 앞으로 오므로, 오늘과 이 달과 올해에 일어나는 일이 아무런 의미도 없음을 안다는 것은 얼마나 지루하고 공허한가? 정말 영원히 산다면 의미가 있는 일이 하나라도 있을까? 우리는 시간을 계산하지 않아도 되고, 놓치는 것도 없으며, 서두를 필요도 없다. 우리가 어떤 일을 오늘 하든 내일 하든 아무런 상관이, 정말 완벽하게 아무런 상관이 없다. 회복할 시간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수없이 많은 실수도 영원 앞에서는 무가 되고, 뭔가 후회한다는 것도 무의미해진다.-267쪽

무지는 축복이다. 불멸이라는 이 낙원은 바로 지옥임을. (중략) 현재에 아름다움과 두려움을 부여하는 것은 죽음이다. 시간은 죽음을 통해서만 살아 있는 시간이 된다. 모든 것을 안다는 신이 왜 이것은 모르는가? 견딜 수 없는 단조로움을 의미하는 무한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268쪽

난 언제나 이른바 '성숙'이라는 걸 거부하던 사람이오. 싫어해. 난 사람들이 말하는 성숙이란 걸 낙관주의나 완벽한 권태라고 생각하오.-355쪽

실망이라는 향유. 실망은 불행이라고 간주되지만, 이는 분별없는 선입견일 뿐이다. 실망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엇을 기대하고 원했는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으랴? 또한 이런 발견없이 자기 인식의 근본을 어떻게 알 수 있으랴? 그러니 실망이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한 명확함을 어떻게 얻을 수 있으랴? 그러므로 우리는 실망을, 없으면 우리 인생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한숨을 지으며 할 수 없이 견뎌야 하는 그 무엇이라고 취급해서는 안 된다. 우린 실망을 찾고 추적하며 수집해야 한다.-3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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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6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07-16 21:04   좋아요 0 | URL
저도 님의 서재에서 본 기억이 나요.
소설같기도 하고, 철학서 같기도 하고요. 소설 중의 아마데우 프라두는 저자의 분신이 아닐까 생각도 드네요. 아직 1권 밖에 못읽었어요. 어서 2권도 읽어야하는데.

stella.K 2009-07-17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단 말이죠? 기억하겠슴다.^^

hnine 2009-07-17 18:36   좋아요 0 | URL
stella님께도 권해드립니다. 번역된 문장이 아무래도 우리 소설 읽을 때보다는 가슴에 금방 다가오질 않아서 외국 작가의 소설을 잘 안 읽게 되는데 (제 경우에요 ^^), 이 소설은 예외네요.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 카페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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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서 먹는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정신이 어느 나이대에 머물러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십대들의 성장 소설에 아직도 끌리고 있음은 내 마음 어딘가에 십대일때 해결되지 못한 어떤 문제가 남아 있음을 말하는 것이며, 이십대 여자들을 겨냥한 책을 읽으면서도 어딘가에 밑줄을 긋고 있음은, 나의 지금의 문제가 이십대의 어떤 결단에서 비롯되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는 삼십대를 겨냥해서 쓴 이 책 역시 그 나이대를 지난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지점은, 서른이란 시기를 거쳐서 도달한 곳이므로. 그리고 현재와 미래는 결코 과거와 무관할 수 없으므로.  

저자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훨씬 이전에 <왜 나만 우울한 걸까?>라는 책을 읽으면서였다. 이후에도 간간히 책이 나오고 있었는데 이 책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만큼 큰 반응을 일으키진 않았던 것 같다. 나 역시 이 책의 유명세를 타고 저자가 어느 인터뷰 프로그램에 나와서 하는 말을 들으며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이와 관련된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다. 십대의 사춘기, 이십대 청춘, 삼사십대가 되면 안정기? 이젠 이런 것들이 말도 안되는 시대를 살고 있으면서 계속 그런 기준에 나의 상태를 끼워 맞춰 생각하고 판단하려면 무리가 왜 안생기겠는가.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천편일률적인 성공의 기준을 가지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경쟁하며 산다. 남이 정해놓은 성공 기준에 맞춰, 거기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불안해야 하는 현대의 삼십대. 또한 그런 삼십대를 보내고 나서 오는 결과는 사십대에 고스란히 나타나서 새로운 방황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안정된 사십대가 아니라, '남들은' 모두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데 혼자만 맞닥뜨린 것 같은 외로운 방황은 위기감까지 들게 하는 것이다. 나의 삶, 나의 인생이건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다른 사람 눈에 어떻게 비칠까를 더 걱정하는 현대인들.  

저자는 어떤 문제에 대해 명쾌한 답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경험, 그리고 자신을 찾아온 많은 환자들의 얘기를 통해서 알게 된 문제점을 던지고 있을 뿐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서 문제가 비롯되었는지를 알려주는 것 뿐이다. 답을 찾고 삶의 방향을 조정하는 것은 읽는 사람 각자의 몫인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문장의 의미를 나는 안다.
'당신은 언제나 옳으니까!'
내가 겪은 모든 실패, 시행착오, 그로 인해 낭비한 것 같은 시간들. 사실은 그것들 모두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하고 앞으로의 나를 이끌 나의 재산인 것이다. 다른 사람의 판단과 기준을 염려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세워놓은 성공의 기준에 맞춰 나를 끌고 다니느라 스스로 지치지 말고, 당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라. 당신의 마음은 늘 진실하니까. 당신은 언제나 옳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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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5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07-06 05:41   좋아요 0 | URL
저도 마흔을 넘어서면서 성공이나 행복, 이런 것들의 기준은 바닥에서부터 내 스스로 다시 세워야 하는 것임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전에는 사회적인 기준, 부모님의 기대, 이런 것들이 더 많이 작용한 것 같고요. 하지만 사회적인 기준, 부모님의 기대도 나 자신의 기준만큼은 아니지만 결코 무시해버릴 것도 아님을, 또 그런 시기를 거쳐보았기에 지금에 이르렀음도 알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그 어느 시기에도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고요. 저도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는지 알지만 우리 서로 (인생을)배워가는 과정중이라는 생각에 감히 말씀드립니다.
늘 공감해주시고 의견을 남겨주시니 고맙습니다. 저 또한 늘 힘을 얻어간답니다 ^^
 
Strider (Prebind)
Cleary, Beverly / Turtleback Books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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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저자의 <Dear Mr. Henshaw> 를 재미있게 읽은 후, 그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이 책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5학년에서 한 학년 올라가 6학년이 된 주인공 Leigh의 일기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고,  일 하랴 간호사 공부 하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엄마는 Leigh에게 여전히 밝고 상냥한 제일의 친구이자 가족이다. 엄마와 이혼하고 트럭 운전 일을 하는 아빠는 아주 가끔씩만 소식을 전해올 뿐이어서 Leigh로 하여금 늘 서운함을 느끼게 하는 것도 전편 Dear Mr. Henshaw 에서와 다르지 않다. 엄마가 일하고 공부하느라 집에 없는 동안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Leigh는 어느날 주인 잃은 개를 발견하고 친구 Barry와 함께 공동으로 이 개를 돌보기로 하고 이름을 Strider 라고 짓는다. 'S
trider' 란 큰 걸음으로 걷는 사람 혹은 동물이란 뜻. 이후로 Strider는 Leigh 의 제일 친한 친구이자 가족이 된다.
Leigh 스스로 'shack'이라 부를 정도의 낡고 오래된 집, 이혼 가정, 혼자 가정을 꾸려나가느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엄마,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고 대화 상대도 마땅치 않은 악조건에서도 충분치 않은 시간이나마 아들의 이야기에 늘 귀기울여주고 공감해 주며 긍정적인 성품의 엄마와, Leigh의 보살핌을 받고 따르는 Strider 가 아이의 생활을 나름대로 버틸만하도록, 희망을 잃지 않도록 지탱시켜주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전편 소설을 읽은 후, 매우 미국적인 아이들용 소설이라고 리뷰를 올렸었다. 아직도 우리에겐 이혼 가정이란 미국에서 만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질 정도는 아니라서, 이혼 가정에 따르는 문제들, 경제적인 궁핍함, 다소 외골수적인 Leigh의 성격등, 주인공 Leigh가 자신을 둘러 싼 이 모든 상황들에 굴복하거나 스스로를 비참하게 느껴 패배적인 삶을 살아가기 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꿈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소설 역시 전편과 다르지 않다. 이 마저 시니컬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어도 아이들이 주 독자 층임을 알고 쓴 소설이라면 마무리까지 비극적으로 끝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저자인 Beverly Cleary 는 미국의 대표적인 아동 소설가 중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30 권 이상의 책을 썼으며 20개여국에서 15가지 이상의 언어로 읽혀지고 있다고 한다. Leigh가 등장하는 책 외에 Ramona와 Beezus자매가 등장하는 시리즈도 무척 재미있다. 그녀의 책들을 몇 권 연달아 읽다보니 저자에게도 자연히 관심이 생겨 그녀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았더니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1916년 생이니 우리 나이로 올해 94세. 현재 미국 California에 살고 있다고 하는데 언제 그녀의 자서전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참고로, 성인들이 읽으면 하루 이틀이면 읽는 수준인데, 내가 책을 빌린 도서관에서 붙인 스티커는 미국 초등학교 5학년 정도 권장 도서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저자와 작품들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주소를 click! 
www.beverlycleary.com/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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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2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07-02 06:27   좋아요 0 | URL
어렵지요. 이건 차라리 그런 기질을 타고 나던가, 아니면 그런 성격의 부모 밑에서 늘 보고 자라며 습득되지 않으면 일부러는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적하신대로 그 말 속에 은근히 담겨 있는, 그냥 받아들이라는 사회적인 암묵적인 지시가 느껴지는 단계에 이르고 나면 말이지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현실을 바꿔보겠다는, 행동하는 용기를 지닌 소수에 속하지 못하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이면서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수단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저도 영화, 특히 좋은 영화를 보고 난 며칠은 그 느낌에서 벗어나질 못하는데 두편의 좋은 영화를 보셨으니 더 그러실 것 같아요.
 
작가가 되고 싶어! 사계절 아동문고 62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남궁선하 그림, 정현정 옮김 / 사계절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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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낸다는 것은 작가나 어떤 분야의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선입관을 버리는데 일조하는 책이다. 오히려 책을 씀으로써 작가가 되고 전문가에 가까와 지는 것이랄까.
저자인 앤드루 클레먼츠는 교사 출신의 작가로서 그 자신이 고등학생때 직접 지은 시를 본 선생님으로부터 출판해도 되겠다는 칭찬을 받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 나탈리는 저자처럼 고등학생도 아닌 초등학교 6학년. 아빠가 돌아가신 후 출판사에서 일을 하시는 엄마와 둘이 살면서 글쓰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여학생이다. 어느 날 나탈리는 자기가 쓴 '거짓말쟁이'라는 글을 친구 조 라이스먼에게 보여주게 되고, 그 글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조는 느닷없는 제안을 하게 되는데, 바로 이 글을 책으로 출판하자는 것이다. 그 날로부터 나탈리의 글이 진짜 책으로 출판되어 나오기 까지의 과정,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책이다.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할 나이.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를 때 마다 곧이어 안되는 이유를 서너가지 씩 떠올리는 대신, 안 될 것 없다, 못할 것 없다는 생각으로 추진력을 실을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을 어른들 보다 오히려 아이들인 것이다.
어릴 때 이렇게 자신이 꿈꾸는 일을 실제로 이루어 본 경험은, 성인이 되어 자기개발서 수십권을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충실한 자신감과 자존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The School Story. '학교 이야기' 혹은 '학교에서 일어난 이야기'로 풀이될 수 있겠는데, 며칠 전에 읽은 동일 저자의 책 <프린들 주세요 (Frindle)> 에서 처럼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교사상을 보여주는 인물이 나온다. 바로 나탈리와 조와 함께 비밀리에 책 출판 과정을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클레이턴 선생님이다. 어떻게 보면 무모하달지 모르는 아이들의 계획을 안되는 이유를 주루룩 들어가면서 제지부터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생님이다. 프린들에서의 그레인저 선생님이 그러했듯이.

이 책의 특이한 점 또 한가지는 이 책의 번역을 우리나라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했다는 것인데,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서 한 것이 아니라 방학 때 읽은 책중 한권을 재미있어서 번역을 해보고 그것을 출판사에 보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못할 것 없는 아이들.
대체로 초등학생이 번역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만큼 매끄러운 문장들이었는데, 딱 한군데, 이해가 안가서 원문이 궁금해진 문장이 하나 있었다. 144쪽의 "걱정 마세요, 엄마. 클레이턴 선생님이랑 조가 생각만큼 포커는 잘 몰라도 다 잘 될 거예요." 라는 부분.

초등학교 5학년 정도 이상이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특히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더욱 좋아할 것 같다. 참고로, 이 책은 주로 글이 책으로 출판되어 나오기 까지의 과정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지, 책을 쓰는 과정을 자세히 다루고 있지는 않다는 점과, 우리 나라에서는 이 책에서 처럼 책의 출판을 위해 '대리인' 이라는 사람의 역할이 그리 두드러지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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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지 않겠다 창비청소년문학 15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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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지 않겠다>라는 책의 제목이 단순히 책의 제목으로서만 보여지지 않는 시기를 살면서 읽어본 공선옥의 이 소설집은, '역시 공선옥'이라는 확인도 되었으나 전작 <명랑한 밤길>에는 좀 못미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쳐갔다.

야쿠르트 배달원 엄마가 돈이 융통이 안되어 여기 저기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통사정 하는 것을 본 주인공은, 학급 공돈을 잠시 맡아 달라는 반장의 부탁으로 보관 중이던 돈의 일부를 엄마 가방에 몰래 넣어 놓는다. 나중에 엄마가 월급을 받으면 다시 채워놓겠다는 심산으로. 하지만 남은 돈 마저 오빠에게 뺏기고, 어쩔 수 없어 반장에게 사실을 털어놓은 후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안개 속을 헤매고 다니던 중, 문득 옆에서 모르는 누군가의 음성, '난 죽지 않는다니까. 내가 누구 좋으라고 죽냐, 죽기를' 하는 소리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어선다. 이 책의 처음에 나오는 <나는 죽지 않겠다>의 내용이다.
<일가>를 읽으면서는 다소 내용의 비약이 느껴졌는데, 느닷없이 오촌 당숙이라며 중국에서 주인공의 집으로에 찾아온 아저씨가 집에 머무르는 기간이 기한없이 길어지자 식구들의 불편함이 조금씩 드러나게 되고, 사소한 일로 아빠와 다툰 후 엄마가 가출해버리는 일이 일어나자 아저씨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홀연히 주인공의 집을 떠난다. 주인공 역시 아저씨의 체류로 인해 불편해하며 아저씨가 떠나가 줄 날을 기다렸긴 하지만, 세월이 흐른 후 문득 그 아저씨 생각에 눈물이 난다는 내용이다.
이 책에서 제일 공선옥 답다고 느껴졌던 글은 <라면은 멋있다> 였다. 공선옥 특유의 자존심, 동정을 구하지 않겠다는 이 악물음이  잘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슴 아프다는 말 대신 '가슴에서 버저가 울린다'라고 말하면, 굳이 가슴 아프다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는 주인공은, 웬만큼의 배짱도 있고 자신의 상황을 비극적으로만 몰고 가지 않는 당당함이 있었고, 마음의 여유와 감성을 잃지 않아 남자 친구인 주인공으로 하여금 같이 있으면 자꾸 자신이 착해지는 느낌이 들게 한다는 여자 친구 '연주'는 어쩌면 주인공보다도 더 맘에 드는 캐릭터였다.
<라면은 멋있다>의 주인공이 연속해서 등장하는 <힘센 봉숭아>에서는, 주인공이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는 알바집 아줌마의 깨어진 봉숭아 화분을 사러가는 대목에서 내용의 다소 어색한 비약이 느껴졌고, 십대의 임신이라는 같은 경험을 엄마에 이어 딸도 겪게 되면서 평소 엄마에 대한 미움이 사랑과 동지 의식으로 급전환 한다는 내용의 <울엄마딸>도 다소 싱거웠다.
마지막의 <보리밭의 여우>는 의용군으로 갔던 작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귀향을 서로 쉬쉬하는 식구들과 마을 사람들 속에서 초등학생의 눈으로 본 상황을 그린 이야기이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이름 붙어 출판되긴 했지만,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하며 쓴 적이 없다는 작가 후기 중의 한 대목을 읽자니, 청소년기를 훨씬 지난 어른이 되어서도 소위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는 것에 여전히 끌리고 있는 이유가 어디 있는지 어렴풋하게 답을 듣는 것 같다. 

내가 아직 온갖 잡다한 지식이라든가 딱딱한 이성의 지배를 받기 전의 상태에서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였던 그때의 감성이 어쩌면 지금의 나를 지탱시켜주는 강력한 힘인 것만 같다. 모든 어른들은 청소년 시기의 감성들을 야금야금 빼먹으며 늙어가는 것만 같다. 이글을 쓰면서 나는 그 감정들의 최대치를 기억해내는 특별한 즐거움을 누렸다.

이렇게 쓸 수 있는 저자, 여전히 공선옥은 공선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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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8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06-18 12:33   좋아요 0 | URL
흔치 않은 타입이지요. 신경숙과의 차이가 바로 거기 있지 않나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신경숙은 그냥 오롯이 받아들이면서 상황에 푹 빠지는 수동성을 보이고, 그런 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반면, 공선옥은 딛고 일어서겠다는 의지가 도드라지지요. 전 신경숙도 싫어하진 않습니다만, 저에게는 공선옥이 조금 더 매력있네요. ^^

2009-06-18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06-18 12:36   좋아요 0 | URL
바탕 색을 연노랑으로 바꾸고 나니 푸른 색 지붕과 안어울리잖아요. 그래서 지붕까지 바꿨네요. 서재 이미지 그림은 제가 만든 시나몬 롤 (다린이말로는 달팽이 빵) 맞아요. 저의 빵까지 알아봐주시다니, 감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