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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제단 - 개정판
심윤경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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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고서 이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반갑게 손에 넣은,작가의 두번째 소설 '달의 제단'.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제단이었고, 그 제단에 바쳐진 제물이 되었던 것은 무엇이었던가. 제단을 쌓고 제물을 바치는 것은 인간의 속성인가. 스스로 어쩔수 없는 현세의 불가항력의 일들을 의지하고 떠맡기고 싶은 잠재의식에서 자생된 의식이 '제단을 쌓는 것'이었다면 그로 말미암아 파생된 수많은 비극은 어찌하란 말인가. 아무 연고없이 그 제단에 바쳐져야 하는 제물이 되는 대상에게 주어지는, 하늘이 아닌 인간이 내리는 형벌의 타당성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새롭게 접하는 플롯은 아님에도 이렇게 감정의 파문이 이는 것은, 작가의 말에서 스스로를 칭한 '새내기 작가'라고 믿기 어려운, 가볍지 않게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방식과 내간체 서신문을 인용하여 전체 글의 형식과 내용이 묘하게 어우러지도록 한 작가의 숨은 힘이 보이기 때문일까. 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닌, 전혀 다른 분야의 학문을 하던 사람이 이런 소설을 쓸수 있기 까지의 내공이 심히 궁금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단숨에 읽어낸 소설이었다. 그녀의 첫번째 소설 '나의 아름다은 정원'이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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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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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일본의 한 여성잡지에 결혼을 주제로 기고한 글 모음집이다. 번역은 예외없이 김 난주님.

결혼한지 2년에서 3년 되었을 때 쓴 글이라는데, 결혼하고서 여자가 느끼는 것은 참 많은 부분이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하면서는 결코 알수 없었던 남자의 모습, 또 그에 반응하는 나의 모습. 하지만 그것이 결혼 생활의 전부가 아니며, 변화는 해를 더할수록 계속되느니. 결혼은 struggle이라는 책 중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struggle 중에서도 아주 dynamic한 struggle!

공원, 비, 월요일, 밥, 색, 풍경, 노래...등등 소소한 소제목 아래 나와 남편, 그리고 일상적인 얘기들이 부담없이 길지 않게 단락 단락 펼쳐져 있어, 금방 읽었다. 내가 만약 결혼 생활에 대한 이런 식의 글을 쓴다면 어떤 색깔의 글이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마 좀 더 드라마틱하지 않았을까. 아마 드라마틱한 사건들 중심으로 쓰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에쿠니 가오리는 이 책에서 부부싸움을 했다 라고 쓸 망정 부부싸움 한 내용을 소재로 삼지 않았다. 주위의 풍경과, 자신의 느낌과 (그것도 간결체로), 남편과의 대화 한 꼭지 정도. 그래서 글이 간결하다. 무겁지 않다. 비 온뒤의 아파트 같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보라. '오늘은 월요일이고, 늦더위가 극성을 피우고 있고, 남편은 회사에 갔습니다. 저녁 반찬으로는 꽁치를 구울 생각입니다.'  ...이런 식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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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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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통곡하는 심정으로 읽었는지 모른다. 어린 동구의 인생이, 엄마의 인생이, 그리고 할머니의 인생마저도 그냥 가슴치며 울고 싶게 만들었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닌 저자의 첫 소설이  이렇게 흡입력을 가지고 읽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의 배경이 되는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는 내가 화자 (話者)인 동구의 나이와 비슷한 시대였기 때문에 더 실감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한 집안에서 아이란 존재는 지금 처럼 귀염받고 위함을 받는 주인공이 아니라 그저 어른들의 눈치를 보고, 어른보다 목소리가 커서는 안되는 아직 완전한 인간 이전의 그야말로 '어린애' 취급받던 때.  할머니로부터 온갖 구박과 멸시를 받고, 아버지로부터도 배려와 사랑 대신 침묵과 복종만을 강요받으며 삭아가는 가슴에 멍을 키우는 엄마를 옆에서 늘상 보고 자랐고, 처음으로 자신을 따뜻한 눈으로 봐주는 담임선생님을 만나 그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수 있다고 믿었던 동구로부터  선생님도 떠나갔고, 태어날 당시부터 자기와는 달리 영리하기 그지없어 온 식구의 귀염을 받던 여동생 영주, 그런 동생을 시기하고 질투하기는 커녕 애지중지 보살피며 자랑하고 다니던 것이 낙이었던 동구에게서 그 동생마저도 떠나보내며, 동구는 그만 초등학교 4학년 나이에 이미 어른이 되었나보다. 서로 다시 공존이 힘들어진 엄마와 할머니를 위해서 자기가 할수 있는 일을 찾던 동구가 결국 한 일은 무엇이었던가.

한번 구경이라도 하고 싶어 기웃거리던 한 동네의 삼층집 정원. 쓸쓸한 겨울 어느날, 빠끔이 열려져 있는 대문으로 들어가 바위위에 앉아 둘러보다가, 동네 개구장이들의 돌팔매질에 죽었다고 생각했던 새, 야윈 곤줄박이가 얼음위에서 날아오지는 못할 망정 살아서 남아있는 것을 보고, 죽었는 줄만 알았던 곤줄박이가 지치고 고단한 모습으로나마 살아 모습을 드러낸 것이, 사랑하는, 하지만 지금은 곁에 없는 이들을 언젠가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으로 받아들이고 싶어하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소년.

내가 그 소년 동구의 마음이 되어 엉엉 운다. 소설은 '아름다운 정원에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하겠지만, 나는 섭섭해하지 않으려 한다.'고 끝맺고 있지만, 나는 그의 마음 속의 그 따뜻함과 진심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그의 마음에 정말 아름다운 정원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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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10-2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소설 읽고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참 슬픈 정원에 다녀왔었지요.

hnine 2006-10-23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히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그려지는 상실, 상처...이런 것들은 정말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비자림 2006-10-23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만 읽어도 애처로운 마음이 드네요.
님, 잘 지내셨죠? 연꽃 이미지도 곱네요. 배경이 진하여 이국적인 느낌도 살짝 풍기고.^^

hnine 2006-10-23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연꽃은 아마 동학사 가서 찍어 온 사진일거예요. 저는 잘 지내고 있는데 비자림님 팔목은 좀 어떠세요?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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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엄마에게 봄날 약수터에서 처음 만난 노랑나비처럼 가볍던 영주의 발걸음을, 숲 속 어느 나무 아래선가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같이 청량하던 웃음을, 비가 많이 온 여름날 인와산의 물소리 같이 풍성하던 그 아이의 재능을 이야기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랬더라면 엄마는 울었을 것이고, 그 아이가 있어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하고 자랑스러웠는지 떠올렸을 것이고, 그 아이가 엄마와 아버지 인생에 가장 멋진 성공작이었음을 이야기했을 것이고, 그러다가 엄마는 문득 아버지이 얼굴에서 영주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를 끌어안았을 텐데. 그러면 아버지는 엄마에게 엄마의 아버지가 만들어낸 성공이 오로지 영주 하나만은 아니었고, 앞으로도 많은 것에서 희망은 찾을 수 이을 것이라고, 무엇보다도 영주는 우리 식구들이 이렇게 서로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입 안의 모래알처럼 서로를 못견뎌하는 것을 절대 원치 않을 것이라고 그때 이야기해도 늦지 않았을텐데.-286쪽

할머니처럼 세상을 단순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나는 마음 한편으로 할머니가 부러워졌다. 하지만 세상을 편하게 사는 사람이 있다면 한편 그 사람에 맞춰서 좀더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 다른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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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10-2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세상을 편하게 사는 사람이 있다면...그 사람에 맞춰서 좀더 불편하게 살아야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저를 반성하게 되는대..어떤게 맞는지 몰르겠어요...
전 그냥,,주말에 결론 내리기를 나만 편하게..남 생각말구 살자,,그게 나를 사랑하는 길이다,,일케 결론 내렸는대.......
근대.....나의 아름다운 정원이...나를 잠시.....멈추게 하는거있죠...에구구..

hnine 2006-10-2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들리지마세요~ ^ ^
 
하치의 마지막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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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를 끓이고, 그리고 커피가 아침 햇살 속에서 마침 향긋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할 무렵, 하치는 울고 있었다. 이른 햇살에 알몸을 드러내놓고 다이내믹하게 울기 시작하였다.
바보같이, 라고 생각하면서 감동한다. 나도 울고 싶어진다. 그 광경이 아름다워서. 하치는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도록, 서슴없이 감정을 발산하였다. 지금의 슬픔을 지금으로 끝내기 위한, 산 테크닉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 고 생각한다. 사진은 안된다, 글자도 할 수 없다. 그림만이 겨우 이런 마음에 닿을 수 있는 매체다. 나는 오래도록 자신의 감정만 빼놓고 살아왔고, 누군가가 나 때문에 절박해하는 정경 따위 본 적도 없었으니, 멍청하게도 눈치채지 못했다.
하치는 그 무렵 그런 식으로 몇 번이나 말했었다.
아이 러브 유, 아이 러브 유, 너를 좋아해, 너랑 있고 싶어, 하지만 안 돼, 네가 좋아, 사랑하고 있어, 너랑 내내 같이 있고 싶어.
온 몸으로 떼를 쓰는 어린애처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때가, 하치가 가장 나를 좋아했던 때였다. 가장 흔들렸었다. 나는 모르는 척 흘려들었던 기간이었지만, 하치는, 나를 최고로 좋아했고, 그래 정말, 눈물을 흘릴 정도로 좋아했는데.-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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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10-20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너무 좋다,,아름답다,,,,,,,,,,,,그치요?

hnine 2006-10-22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아름답고 순수하고...3, 40대의 사랑의 감정과는 정말 다른 감성이구나 생각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