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언트 - 영어 유창성의 비밀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제목도 다시 보게 된다. 플루언트 (Fluent).

책의 내용으로 보아 유창하다는 뜻으로 붙인 제목일것이다. 흐른다는 뜻의 flow와 모양새가 비슷하다. 말이나 글을 물 흐르듯이 한다는 것은 곧 유창하다는 뜻이 될테니까. 동종 계열의 단어로 fluid를 떠올린다. 확인겸 그가 책 속에서 권해주기도 한 Oxford dictionary 사이트에 들어가서 fluent라고 쳐본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마지막 줄에 그 단어의 어원이 나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과연. 16세기 후반,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로서 라틴 동사는 fluere.

어릴 때 누구나 읽는 동화 신데렐라 이야기가 나 어릴 때 집에 가지고 있던 동화책에는 제목이 재투성이 아가씨라고 되어 있었다. 신데렐라가 왜 재투성이일까, 어릴 때 무심코 가졌던 궁금증은 나중에 대학에 가서 Vocabulary 공부를 하다가 신데렐라 (cinderella)의 cinder가 재(ash)를 뜻한다는 것을 알고서 풀리게 되었다. 단어는 그냥 외워서 알아가는데 아니라 이렇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구나, 그때 처음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 보는 영어 명칭이나 길을 지나다 가게 이름을 보고도 저 이름은 무슨 의미일까,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왜 저런 이름이 붙었을까, 생각해보는 버릇이 생겼는데, 나는 그냥 궁금해 했을 뿐이지 이 책의 저자처럼 체계있게 찾아보고 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고보면 몇 개국어를 할 수 있느니, 언어의 천재니 하는 꼬리표는 방송에서 붙였다 하더라도 이 책의 저자는 원래 언어를 전공한 것도 아니면서 확실히 언어에 남다른 흥미와 능력을 가진 것은 맞는 것 같다. 저자에게는 몇개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고 언어의 기원과 관계, 역사를 파헤쳐 나가다보니 자연히 관련있는 언어들에 능통하게 된 것 같고, 타 지역 언어는 어떻게 다를까 관심이 가다보니 중국어까지 배우게 되었으리라고 본다.

 

구글 번역기의 등장은 언어 학습의 필요성을 감소시킬 것인가?

장기적인 언어 학습 계획을 세우고 공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구글번역기 등의 기계적 통역 기술이 발달하면 오히려 기계가 따라 올 수 없는 감정 소통까지 가능한 수준의 영어 능력자를 필요로 하는 곳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32쪽)

그러면서 영어로 감정 소통까지 하려면 적어도 매일 1-2시간씩 5-7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어 공부는 감성투자라는 점에서 연애와 비슷하다나.

 

 

언어 능숙도로는 부족하다

촘스키에 의하면 언어 능숙도란 한 언어의 문법으로 표현 가능한 모든 문장을 만들어낼 줄 아는 문장 생산 능력이라고 했다. 그런데 힘스라는 언어학자는 촘스키의 이론으로만은 부족한데, 언어 능숙도와 함께 소통 능숙도가 합쳐져야만 언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51쪽)

 

만약 하루에 1시간 정도 영어 공부를 한다고 치면 미국인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블로그에 게재한 글, 신문기사, 영미 영화 감상에 30분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 왜냐하면 문법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말을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므로 저 사람이 왜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말을 하지? 라는 의문을 많이 품어보지 않은 사람은 문법 이해가 어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56쪽)

 

영어는 휘어쓰는 언어 (굴곡형태론, infectional morphology)

한문이 단어를 다루는 방법을 블록 쌓기에 비유하면, 영어는 철사 구부리기에 비유할 수 있다. 영어는 단어를 철사처럼 휘어쓰는데 고수다.

broad (넓다)- breath (넓이)- broaden (넓게 하다) (111쪽)

 

그 언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문장이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짧아진다. (151쪽)

 

Stick (삐죽하고 가는 막대기)와 Style (글씨체, 그사람안의 독특한 무엇)이 무슨 관계?

영어 단어 가계도를 그려보면 그 단어의 비밀을 알 수 있다 (199쪽)

 

형태소 (morphem):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가장 작은 소리의 단위. 대부분 한 음절로 이루어져 있다. (203쪽)

 

저자가 권장하는 외국어 공부 방법

마치 다이어트의 진정한 만고불변의 진리는 덜 먹고 더 움직여라인 것처럼, 언어 공부의 만고불변의 진리는 명작, 특히 시를 많이 낭독하는 것이다. (254쪽)

1. 시어는 그 언어의 원초적 소리를 귀에 잘 담을 수 있게 해주어 특유의 음감을 쉽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2. 영어 특유의 표현법을 저절로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독해력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는 소네트라는 형태의 영시로, 길이가 13줄 밖에 안 된다. 만약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00편 정도를 골라서 낭독하고 제대로 해석하는 훈련을 해보면 그 안에서 영문법의 거의 모든 형태와 구어체적 변형을 접할 수 있고, 영어에서 가장 흔한 비유법, 그리고 영어의 근본이 된 중세 영국의 우주관과 인생관, 세계관까지 이해할 수 있으므로 영어 공부가 좀더 쉬워질 것이다. 이것은 영어 중급자가 고급으로 넘어갈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물론 지름길인 만큼 조금은 험난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셰익스피어 소네트의 한 구절을 치면 현대 영어로 풀어서 한단어 한단어 주석을 달아놓은 영어 웹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옛날 처럼 꼭 문학에 능통한 스승이 없어도 혼자 집에서도 쉽게 공부할 수 있다.  (266쪽)

 

영어 작문 실력을 늘리는데 저자가 사용한 방법

1.영미권 문학자가 쓴 시나 간단한 소설 문단을 읽고 마음에 드는 몇 문장을 골라 힙합 버전, 텍사스 농민 버전, 신문 기사 버전, 학교 리포트 버전 등으로 바꾸어 써보는 연습을 했다.

  •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 Shakespeare
  • Should I keep on livin' or should I blast myself. - 2PAC (미국 힙합가수)

 

2. Copychange 방법

좋은 글을 골라 골격은 그대로 두고 단어만 바꿔보는 방식

  • The winter kept us warm. - T.S. Eliot의 <황무지> 중에 나오는 표현
  • The blanket kept us warm.
  • The fire kept us warm.
  • The ramen kept us warm.
  • The stove kept us warm.
  • The socks kept us warm.

이런 훈련은 매일 영어로 A4 반 페이지 정도의 글을 쓰고, MS워드의 문법 체크 기능을 이용하면 더욱 쉽고 빠르게 영어 글쓰기 실력을 높일 수 있다. (268쪽)

 

고전의 의미와 의의

흔히 문화인이란 고전에 능통한 사람을 말한다. 노래 가사, 드라마, 영화 등 문화의 산물은 여러 매체를 통해 현재진행형으로 쉬지 않고 생성되고, 유행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중 어떤 것은 소멸되지 않고 축적되는데, 이렇게 축적된 문화의 산물은 언어를 떠받치는 공통 문화 지식이 된다. 그것을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 문화권 안에 축적된 공통 문화 지식이 많을수록 복잡하고 추상적이며 이론적인 이야기를 더 함축적으로 할 수 있다. 그래서 고전에 대한 지식은 문화인의 척도로 여겨져 왔던 것이다. (270쪽)

한 언어 개념의 공통적인 레퍼런스가 되어 주는 것이 고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271쪽)

 

 

유치원에서 이미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서까지 우리가 영어에 투자하는 돈, 시간, 노력을 생각하면 도대체 우리가 왜 이렇게 남의 나라 언어에 과소비 해야하나 하는 생각을 안해본 사람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글을 몰라도 사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야 하듯이 영어에 자신이 없으니 불편하다는 것은 일상에서 쉽게, 그리고 자주 마주치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영어를 잘해야할 필요가 있는 사람 보다는, 영어라는 언어를 알고자 하는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더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후자의 경우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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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1-24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승연 정말 똑똑한 사람 같아요.
오늘도 <어쩌다 어른> 지난 재방송 받는데
제가 원래 영어는 영 잼병이거든요.
이런 사람이 가르쳐 주는 영어라면 꽤 흥미를 갖고 공부했을 텐데
우리나라 영어 교육은 정말 한심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뭐 남 탓 해 봤자지만 말입니다.ㅠ

hnine 2017-01-24 16:11   좋아요 0 | URL
어딘가 특출한데가 있다 싶어 저도 좀 일찍부터 관심있게 보아왔는데 어머니가 보통 한국의 어머니들의 교육 방식과 좀 다르게, 개방적이면서 개성적으로 형제를 키운 것 같더라고요.
<어쩌다 어른> 조승연편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이 책의 내용을 읽어보니, 이런 얘기들을 그동안 하고 싶어서 얼마나 참았을까 싶을 정도로, 자기가 자신있는 분야의 얘기를 그야말로 유창하게, 유감없이 풀어놓았더라고요. 감탄했습니다.

해피북 2017-01-24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조승연씨를 비밀독서단에서 처음 봤는데 그때는 그 멤버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납니다. 외국생활을 오래해서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약간 다른 사고방식이라고 멤버들이 이야기할때 좀 안타까웠는데, 저두 어쩌다어른을 보고 언어의 기원을 찾아 공부한다는 이야기에 놀라기도했고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도 했어요. 이분 책 읽고싶었는데 좋은정보 얻고 갑니다^~^

hnine 2017-01-24 21:57   좋아요 0 | URL
고등학교떄 미국에 건너갔으니 외국 생활을 오래하긴 했죠. 조승연 출연 여부와 상관없이 저도 비밀독서단 참 재미있게 봤었어요. 안 읽은 책 소개하는걸 듣고 있어도 어찌나 머리에 쏙쏙 들어오던지.
필요에 의해서, 시험을 위해서 공부하는 사람과는 말할 때 눈빛이 다르다고 느껴지지요.
이 책, 읽어보시라고 추천드릴만 합니다.

세실 2017-01-2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기억할게요^^
유창하게, 유감없이...저도 장바구니에 담아 봅니다.

hnine 2017-01-26 11:10   좋아요 0 | URL
공부를 하다보면 자기 만의 방법을 찾게 되기도 하는데 그때가 바로 어떤 경지? 수준?에 오르는 시점이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실험실에 있을 때 보면, 처음엔 다른 사람이 해서 인정받은 방법을 사용해서 익숙대로 실험을 하다가 논문 쓸 때 쯤 되면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겨나게 되고, 그러다가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하지 않은 방법을 찾아내면 그때 논문을 쓰게 되는 경우 처럼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이 해서 인정받은 방법대로 잘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요. 셰익스피어 소네트 저도 검색해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서니데이 2017-01-26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17-01-27 05:53   좋아요 0 | URL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