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비오는게 참 싫었다.

비가 오는 날은 학교도 가기 싫을 만큼.

온 세상이 축축하게 젖은 것이, 웬지 깔끔, 정돈 상태와는 거리가 먼, 뭔가 산뜻하지 못한 풍경에다가

물이 튀지 않을 곳을 잘 봐가며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는 것도 탐탁치 않았다. 발을 잘못 디디어 옷에 물이 많이 튀었다 싶으면 학교가던 길을 다시 되돌아 와 집에 와서 옷을 갈아 입고 가고 싶은 걸 꾹 참고 가느라 입이 쭈욱 나와 있기 일쑤였다.

비오는게 싫은 이유를 다 쓰자면 아마 한참을 더 쓸수 있다. 비오는 날 만원 버스나 전철 타고 출근하는 것부터, 젖은 우산에서 떨어진 물기가 사무실 여기 저기 떨어져 있는 것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서 다녀야 하는 것, 길 막히는 것...

그래서 비오는게 좋다는 사람을 참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는 평생 비를 좋아하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사람의 좋고 싫은 감정이란 영원 불변이 안 통한다. 늘 변한다. keep changing. 왜냐하면 사람이 늘 같은 환경과 상황에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사람의 느낌도 늘 같을 수는 없는 것.

새벽에 일어나 부엌으로 난 쬐그만 창을 통해 보니, 벌써 바깥 세상이 비로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안그래도 파릇한 나무 색깔들의 명도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어있다. 우산을 받쳐들고 좀 천천히 걸었다. 그래도 바지에 물이 좀 튀었다. 어제의 그 후덥지근함과 비교되는 신선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이제는 비오는 날이 예전처럼 그렇게 싫지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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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5-10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오는 날 무지 좋아하는 걸요!
맑은 날씨도 굉장히 좋아하죠. 흐린 날도 좋구.....
나이들면서 변한 게 있다면, 전에는 눈 오는 걸 엄청 좋아했는데 갈 수록 눈이 싫어져요.
저는 '이제는 눈오는 날이 예전처럼 그렇게 좋지가 않은 것이다...ㅡ.ㅡ'입니다.

울보 2006-05-10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날도 있어야지요,
동생은 예전부터 비오는날이 좋다고하더군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저도 좋아요,

하늘바람 2006-05-1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는데 오늘 비 좋던데요

호랑녀 2006-05-1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오는 날이 좋았는데, 출근하면서 싫어졌어요. 비맞으면서 이중주차된 차 밀고, 차 긁고... 오늘 아침 난리폈어요 ㅠㅠ

hnine 2006-05-10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눈오는 날, 좋아하는 것은 출퇴근 시작하면서부터 마감한것 같아요. 요즘은 비오는것이 왜 좋아졌을까 생각중입니다.

울보님, 오늘 류는 집에서만 노나요? 책 많이 읽어달라고 하겠네요.

하늘바람님, 비 오는 것 쳐다보고 있으면 우울해질때가 있는데, 오늘 비는 상큼한 비였어요. 여긴 이제 그쳤네요.

호랑녀님, 아이고...오늘 아침 고생 하셨군요. '출근'이라는 상황이 또 장난을 쳤군요. 저야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직장이 있으니. 점심 맛 있는 거 드셨어요?

비로그인 2006-05-11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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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 객이네요^^  님 댓글 보고 놀러와봤답니다. 반가워요.

저는 아침에 빗물 맞으며....이중주차된 중형차를 미느라 고생일 때... 동네 낯선 아줌마 한 분이랑 청소아줌마께서 도와주셔서 참 고마운 시작이었답니다. 또 여러가지 일이... ^^


hnine 2006-05-11 0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도우면 서로 기분 좋아지지요. 하루를 그렇게 시작하셨다니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