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혜>, <꽃신>으로 알려져있는 김소연 작가가 최근에 낸 창작동화이다.
얼마나 오랜만인지. 내 손으로 동화를 구입하여 읽은게 말이다.
관심작가이기도 하지만 그림에 이끌렸다.
한가지 기법이 아닌 듯, 인물에서는 동양화 느낌이, 배경그림은 판화, 꼴라쥬 느낌이 난다.
구입했으니 가지고 있을 책인데도 나도 모르게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있었다.


동주가 2살때 엄마 아빠는 이혼. 이후로 엄마는 연락 두절이 되었고, 아빠는 동주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작년 겨울 가출하여 소재 불명. 만 10살 동주는 일흔 여덟 할머니와 함께 산다. 친부가 생존해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 대상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할머니가 폐휴지 줍는 것으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나가느라 아이는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다.

야단치는 것도 아닌데 야단 맞는 표정.


미술치료사의 도움으로 동주는 일주일에 한번 센터에 나와 그림을 그린다. 그러는 동안 미술치료사는 이것 저것 물으며 동주를 도와주려한다. 차라리 보육원에 보내면 학교에 다닐 수 있기 때문에 할머니를 설득하지만.
평소에 동주를 살갑게 대하지 않고 학교에도 보내지 않으며 구박과 야단, 매질을 일삼는 할머니로부터 어렵게 허락을 받아내서 동주는 보육원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는데, 동주는 의외의 반응을 보인다. 이 책의 묘미는 거기에 있었다.


몇년 전 동화를 써보겠다고 여기 저기 모임에 참석하며 부산만 떨고 다니던 시절,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써서 응모했던 적이 있다. 폐휴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할머니와 손녀가 주인공이었다. 이 책과 비슷한 배경이었던 셈이다. 어줍잖게 쓴 이야기는 당연히 떨어졌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작품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야 하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그때 어떤 배움 자리에서 이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 합평을 받은 적도 있다. 푸근해보이는 인상이었지만 이야기를 할때 그 초롱초롱하던 눈빛이 생각난다.
"할머니 집에 오기 전에 아빠가 날 혼자 놔두고 나갔다 온 적이 있었어요. 밖에서 자물쇠로 문을 잠가 버려서 나는 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아빠가 돌아오기만 기다렸어요. 나는 그때 세상에 아니, 우주에 나 혼자 남은 줄 알았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할머니가 날 때리는 거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날 버리는 건 참을 수 없어요." (98쪽)
아이에게 매질보다 더 공포스러웠던 건 혼자 남았다는 것, 버려졌다는 생각이었다.
엄마에게 버림 받고, 아빠 마저 버리고 나간 아이에게 어쩌면 당연한 생각일지 모른다.
또 혼자 남지 않기 위해 이제 만 열살된 아이가, 힘 없는 아이가 제딴에 하는 노력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우주비행사 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