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밥을 안먹고 딴짓 거리만 하는 아들 녀석때문에 이렇게 야단 쳐보고, 저렇게 야단 쳐봐도 매일 되풀이되는 실랑이.

어제 저녁에는 맘을 단단히 먹고, 약 10분간 두손 들고 있는 벌을 세웠다.

그리고서 풀어주고 달래고 다짐받는 시간.

나: 다린아, 다린이 왜 자꾸 엄마를 속상하게 하지? 안한다고 그러고서 왜 자꾸 그래서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는거지?

다린: 왜냐면요...(훌쩍 훌쩍) 내 마음속에 나쁜 도깨비가 하나 살고 있거든요.  (훌쩍 훌쩍) 나는 엄마 말 잘듣고 싶은데요,....그 도깨비가 자꾸 그렇게 못하게 해요. 그냥 엄마 말 듣지 말고 장난치고 놀으라고 그래요...(훌쩍 훌쩍)...

아니, 어떻게 이렇게 말할 생각을...참 어이가 없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어디 책에서 이런 내용을 들은 적이 있어서 재현하는건가?

다린: ...나쁜 도깨비를 어떻게 내쫓아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오늘 아침, 차를 타고 오면서, 나쁜 도깨비가 시키는 말을 자꾸 들으면 그 도깨비가 신이 나서 다린이 마음 속에 계속 있게 된다, 그리고 자기 친구들까지 불러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도깨비가 하자는대로 따라하지 말아야 도깨비가 여긴 재미없다고 다린이 마음속에서 빠져 나가게 되는거다...라고 대충 나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말해주었더니, 알았다고 하며 듣던 다린이,

"그런데요, 내 생각에는요, 엄마 맘속에도 나쁜 도깨비가 하나 사는것 같아요. 엄마가 나한테 자꾸 나한테 화를내는거보면요"

꽈당~

참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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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11-05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 맞는 말 같으네요. 제 속에도 나쁜 도깨비가 살고 있는 거였어요~! ^^

hnine 2005-11-05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녁때 가서 그렇게 시인을 해야겠지요?

세실 2005-11-05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린이도 엄마를 닮아서인지 상상력이 풍부하군요~~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요? 대단합니다..
다린이의 생각이 참 예쁩니다. 흐...

세실 2005-11-05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흔 살이시군요....흐.....

hnine 2005-11-05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옙! 그렇습니다!

조선인 2005-11-06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살 아이의 말 재주라니, 경이로와요.! 추천!!!

hnine 2005-11-06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추천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조선인 님...(얼떨결...^ ^)

LovePhoto 2005-11-07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무지 충격적인(?) 대화입니다.
"마음 속의 도깨비"라.....

서연사랑 2005-11-10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마로 이야기랑 hnine님 다린이 이야기랑 모아서 책 내야 할 것 같은데요^^
다섯살이면 서연이보다 1살 아래군요. 연상연하?ㅋㅋ

비로그인 2005-11-27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속의 도깨비라...훗훗 아이들의 상상력은 정말 위대합니다.

로드무비 2005-12-0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린이 깜찍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