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 후 수학 학원에 가야하는 아이가 계속 침대에 업드려 컴퓨더만 잡고 있다.

학원 숙제 부터 하고 다른 것 하라는 얘기는 몇시간 전에 벌써 했는데 대답만 하고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젠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할 것 같아 아이 방에 들어가 수학 숙제 하라고 말한다.

마지못해 일어나 책상에 앉더니 수학 문제집을 편다.

연습장 같은 건 없다.

그 좁은 공간에 끄적끄적 문제를 푸니 중간 과정에서 부호 틀리는 것은 다반사.

연습장이나 종이 꺼내어 차근차근 과정 써가며 하라고 말한다.

아이, 들은 척도 안한다.

그리고 자기가 구한 답이 보기 중에 없다고 그냥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

어디가 틀렸는지 다시 풀어보라고 한다.

아이, 들은 척도 안한다.

다음 문제 역시 조금 끄적거리더니 모르겠다고 툴툴거린다.

분자 분모에 무리수가 들어가있는 식을 유리화 시켜 간단히 하는 문제이다.

곱셈공식을 이용하여 풀어보라고 했더니 무슨 소리냐는 눈으로 쳐다본다.

(a+b) (a-b)=a^2-b^2 이걸 이용하면 최소한 분모의 루트를 없앨수 있다고 알려준다.

마지못해하며 그 공식을 이용하며 문제를 푸는데 역시 부호를 다 틀려가며 풀고 있다.

알려주니 오히려 신경질을 부린다.

옆에 더 있다가는 결국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던가 뭔가 집어던지게 될 것 같아 그냥 방에서 나온다.

싫으면 관둬 라는 말도 그냥 속으로만 하고 나온다.

 

나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하기 싫어하는 놈 붙들고 소리 지르고 등짝 때려가며 억지로 시키는게 무슨 공부냐, 그렇게 해서 숙제 하루 제대로 해가는게 무슨 의미냐.』

이러는 나를 남편은 타이른다. 『자식이 하기 싫어한다고 그냥 내버려 두면 제대로 할 아이가 몇이나 되겠느냐. 싫어도 해야하는건 야단을 쳐서라도 하게 해야한다.』

남편 말도 맞다. 그런데 나는 성질이 못되어서 그런가, 그게 잘 안된다. 남편 말 중 '내버려'라는 말이 마음에 안들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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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12-13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문제를, 그것도 중학교 수준의 수학을..ㅠㅠ 전 아이 등짝 근처에도 못가는 엄마예요. 아이 혼내가며 공부시키는 자세가 안되어 있어서도 그렇지만 다른 공부도 아닌 수학공부 하는 아이 옆에는 절대 얼씬거리지도 않아요. 제가 무슨 얘기 하는지 아시겠죠? ㅠㅠ

hnine 2014-12-13 16:32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 하시는지 잘 알지요 ^^ 저도 평소엔 그러는데 남편이 저의 태도에 대해 뭐라고 하기에 참견좀 해볼까 하고 등짝 근처에 갔다가 등짝 때리는 열의도 못보이고 자진 후퇴했지요. 남편 말도 일리가 있기에, 하지도 않으면서 흔들리기만 합니다.

보물선 2014-12-13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는 힘들어요...참..

hnine 2014-12-13 16:13   좋아요 0 | URL
우리 부모도 힘들어하며 우리를 키웠겠지, 이 생각으로 잠시 힘들다는 생각을 내려놓기도 하는데 그 효과가 몇 시간 안가요. 이렇게 고민고민 하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크고 엄마는 늙어가겠지요.
지금 학원간다고 나오기에 숙제는 다 했냐고 했더니 했다네요. 그러면서 금방 덧붙여요, ˝다 한건 아니지만...˝ ㅠㅠ

새아의서재 2014-12-13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이도 엄마때문에 수학이 더더더 싫어졌다고 하더라구요... 학원엘 보네세요. 아이와 엄마의 관계를 위해서라도.ㅋ

hnine 2014-12-13 16:33   좋아요 0 | URL
학원엘 보내고 있답니다. 위의 수학 문제가 학원 숙제였어요. 내 아이가 잘 하고 있는지 학원 선생님에게 여쭤보는 것으로 확인하기도 그렇고, 가끔이라도 아이가 잘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 정도는 해줘야 할 것 같아서요. 저도 수학을 잘 하는 편이 못되어서 이제 곧 참견할래야 할 수도 없을 거예요.

책읽는여름 2014-12-1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대폭 공감해요...저는 ˝싫으면 관 둬˝ 주의였는데.....그랬더니 학원도 안 다니고 자기 좋아하는 것만 하더군요...그래서 싫어도 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했는가 싶은데 그것도 아이 성향에 따라서 대처해야 할 것 같아요.
긴 안목에서 보면 그래도 싫으면 관 둬가 더 낫다고 생각해요.(저는 아이를 막 꼬시면서 달래는걸 못하겠어요 ㅡ.ㅡ)
이러다가 철들겠죠...아이는 철들고 엄마는 늙고 근데 뭐 부모가 언제까지 아이 곁에 있는건 아니잖아요. 힘내요 우리!!!

hnine 2014-12-13 20:33   좋아요 0 | URL
`아이는 철들고 엄마는 늙고...` ㅠㅠ 맞는 말씀이어요.
부모가 언제까지 아이 곁에 있는 건 아니라는 말씀이 새삼 마음에 와닿네요. 오늘 학원 다녀오더니, 오늘 숙제였던 부분을 선생님이 주신 백지 노트에 다시 풀어오는게 숙제라고 하는군요. 일요일 저녁 9시까지 다 해놓기로 저와 약속을 했습니다. 힘내자는 말씀에 정말 힘이 나네요 ^^

울보 2014-12-13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경험하고 힘들어 하는부분이랍니다.타인의 아이들은 잘만하고 잘따라 준다는데 왜 내아이는 지금 저럴까 정말하루라도 짜증내거나 화를 내지 않는 날없고 저는 매일 눈말 바람입니다.옆지기는 다 포기하라 하지만 아니 어디그게 그렇게 되나요 그동안 참 잘해왔는데. 중학교 기기전부터 사춘기를 호되게 알아요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정말그럴까요?

hnine 2014-12-13 20:37   좋아요 0 | URL
울보님 서재에 올리신 글들 보며 저도 공감하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크느라고 그러는지 몰라도 엄마는 참 힘들지요. 사춘기를 순탄하게, 여전히 엄마 말 잘 들으며 보낸 아이들이 오히려 사춘기 다 지나고 성인이 되어서 그동안 엄마 말 거역하지 않고 쌓인 스트레스를 폭발시키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럴때 부모입장에서는 더 황당하고 서글플것 같아요. 류가 엄마에게 불만이 있어서라기 보다 그 시기 특성상 생기는 불안과 불만, 짜증 등을 제일 가깝고 믿을 수 있는 사람, 즉 엄마에게 푸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도 류의 그런 시기가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울보 2014-12-13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저도 류의 이런시기가 빨리지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