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4시쯤, 동네 산책을 나섰다. 햇빛이 바로 눈 앞으로 쏟아지는데 용감한 아줌마, 모자도 없이 맨 얼굴로 돌아다녔는데, 그야 뭐 오늘만 그런 것 아니고 난 원래 그러니까 ^^

 

이사온지 이제 여섯 달. 우리 아파트가 있는 이 동네는 아직도 여기 저기 공사판이다.

아파트 단지 뒷쪽을 빙 돌아가니 언덕에 꽃이 만발. 하늘 향해 쭉쭉 뻗어 있는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 그동안 여기 이렇게 꽃이 만발한지도 모르고 살고 있던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또...

남이 보든 안보든 제 몫을 다하고 있는 꽃과 나무들이 대견, 기특하기도 하고.

이 복잡한 인간은 꽃 보고도 그냥 예쁘다 하면 될걸 별 별 생각을 다 엮는구나.

 

 

 

 

 

 

 

 

 

 

 

 

 

 

 

 

이건 명아주.

"육이오땐 이걸 다 뜯어 먹었다."

어릴 때 엄마로부터 여러 번 들어 알고 있는 식물이다. 초록색 꽃도 있다는 걸 덕분에 좀 일찍 알았다.

 

 

 

사마귀 찾으셨나요? ^^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사진 찍느라고 꽃을 손으로 살짝 쥐고 있었다.

 

 

 

 

 

 

 

 

 

 

 

 

 

 

 

쇠라의 점묘화가 연상되지 않나요? ^^

 

 

 

 

 

 

 

무슨 열매인지. 꽃 다 지고 벌써 저렇게 열매를 맺고 있다. 가시도 있답니다.

 

 

 

 

 

 

 

 

 

 

 

 

 

 

 

밤꽃으로 생각되는데 벌써?? 저렇게 하얗게 피어있었다.

 

 

 

 

 

아파트 입구까지 다 와서 본 주목. 갈색으로 변한 애들은 죽은 건가?

서로 다른 색깔의 애들끼리 잘도 섞여 있다.

내가 진짜라고, 너희들은 다투지 않아?

 

한바퀴 돌고 들어오니 땀이 제법 났다.

아줌마 답게, 돌아오는 길 머리속은 오늘 저녁 밥상엔 무엇을 올리나, 그 생각뿐.

 

아파트 입구 마트에 들러, 두부랑 참외 사가지고 들어왔다.

 

 

 

 

 

위의 사진중 쇠라의 점묘화를 연상시켰던 풍경은 찾아보니 모네의 이 그림과 더 비슷하다 ^^ 양귀비가 핀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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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6-12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하고 꽃의 조화보다는,
바위하고 꽃의 조화가 더욱 아름다워요.
바위의 묵묵함과 꽃의 화려함이 만나니 가슴을 찌르는 듯한 감동이 전해져요.
사진 화질도 좋으셔라 ㅠㅠ
참외 요즘 제철이죠! 아닌가,

hnine 2012-06-13 05:12   좋아요 0 | URL
사진 속의 바위가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바위가 아니라 공사하면서 옮겨온 바위들이 대부분이랍니다. 그래도 바위는 바위, 그 틈 속에서 자라는 식물들. 잘 어울리지요 ^^
참외가 요즘 한창이지요. 그런데 요즘 참외는 다 성주 참외라고 딱지를 달고 있더군요. 참외는 성주에서만 재배되는건지...

파란놀 2012-06-12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꽃은 밤꽃 맞아요.
어느덧 온 고장에 밤꽃 내음 가득해요.

꽃양귀비는 참말 '양귀비' 이름과 '꽃'이 더해진 이름 그대로
아주 어여쁘네요 @.@

'아줌마'가 아니더라도
그냥 모자 없이 다니며
좋은 햇살 마음껏 누리셔요~ ^^

hnine 2012-06-13 05:15   좋아요 0 | URL
저도 밤꽃이 저렇게 피었다면 냄새가 많이 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어제는 잘 못 느끼겠기에 밤꽃 맞는건가 했답니다.
꽃양귀비! 맞아요 꽃양귀비. 어제 꽃이름을 적으려다가 그냥 양귀비는 아니고 뭐였더라?? 생각이 안나서 못적었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꾳양귀비가 부쩍 눈에 많이 띄더군요.

비로그인 2012-06-12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너무 이뻐요. 나인님. 여름의 청명함이 느껴지는 사진들입니다.
들꽃들의 아름다움이 하나 가득인 계절이네요..
우아..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생명들이 너무나 소중하구요.. ^^

hnine 2012-06-13 05:19   좋아요 0 | URL
아이쿠, 현대인들님 사진들 보면서는 저는 아예 말을 잃는걸요. 예전엔 그냥 디카로 찍는다고 하셨었는데 요즘 올리시는 사진도 그런가요? 사진기술만 말씀드리는건 아니고, 장면을 담는 시선이나 글도, 거의 전문가세요.
어제는 오후에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생겼길래 그냥 동네나 한바퀴 돌자고 나간건데 전화기도 안가져가면서 어떻게 카메라를 들고 나갔네요. 사진을 찍든 안찍든, 들고 나가면 풍경을 더 유심히 보게 되더라고요.
정말 꽃 만발 계절입니다. 우리는 열심히 그들을 보아주면 되는거죠.

프레이야 2012-06-13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도 마음도 순간 화사해지는 것 같아요.
특히 첫번째 사진이요. 아주 맘에 들어요. 색색으로 하늘하늘 어여뻐라~~
나인님의 마음이 담겼어요, 사진 속에.^^

hnine 2012-06-13 07:28   좋아요 0 | URL
첫번째 사진은 제가 지금 노트북 바탕화면으로 깔아놓고 흐뭇해하고 있답니다 ㅋㅋ
어제 오후 한 시간을, 혼자 카메라 하나 들고 나가서 아주 행복하게 보내고 왔답니다. 눈만 화사하게 해주어도 고마운데 마음까지 화사하게 해주니 '따블'로 고마왔어요 ^^

2012-06-13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2-06-13 07:30   좋아요 0 | URL
흑흑...몰라요. 안그래도 찾아보려고요. 사진이 잘 안나와서 제가 다 올리지 못했지만 다른 예쁜 꽃들도 많았답니다. 아카시아는 아직 활짝 안폈더군요. 비슷한 싸리꽃은 피었던데...

2012-06-13 0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2-06-13 07:30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시간 보고 아니 이 시간에! 했답니다. 잠을 잘 주무셔야 하는데...

뭉클 2012-06-14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진이 반짝반짝 빛이 나네요^^
너무 이뻐용
울동네는 요즘 빨간 산딸기가 쫘악~
늘 똑같은거 같지만
유심히 보면
꽃들도 차례지켜 피어나더군요 ㅎㅎ

hnine 2012-06-14 18:41   좋아요 0 | URL
아, 마지막 문장이 가슴에 콕 박힙니다. 꽃들도 차례를 지키며 피어난다는...
산딸기 사진 보여주세요. 저날 산책길에 산딸기는 못봤거든요 가슴뭉클님~ ^^

상미 2012-06-15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꽃들 다 이쁘다.
무슨 열매인지라고 쓴 그건 왠지, 나쁜 종류의 외래종이 아닐까 싶어.
모양도 특이하고 생긴게 ㅎㅎㅎ
보통 관상용 양귀비라 부르는데, 꽃 양귀비가 더 이쁘다.

hnine 2012-06-15 17:38   좋아요 0 | URL
나쁜 종류의 외래종...ㅋㅋ
'나쁜' 종류란 독성이 있는 걸 말하나?
찾아본다고 하고 잊고 있었네.
찾으면 알려줄께.
우리 집 마루에서 꿩도 보인다고 말했던가?

순오기 2012-06-16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열매냐고 물으신 건 '며느리배꼽'이라고 불러요.^^
어릴 때 시골에서 저 열매를 따서 껍질을 문질러 벗겨 하나하나 바늘로 꿰어 반지도 만들고 목걸이도 만들고 그랬어요. 그땐 '며느리배꼽'이라 부르지 않고 우리는 '구슬풀'이라고 불렀어요.^^

hnine 2012-06-16 04:42   좋아요 0 | URL
우하하...이름 참 재미있어요 며느리 배꼽. 정말 가운데 '배꼽'처럼 생겼잖아요. 그러고 보니 식물 이름에 '며느리' 들어가는 것들이 꽤 있네요. 위의 제 친구에게도 알려줘야겠어요 며느리배꼽.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