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읽은 두권의 책.

한권은 스위스 작가 찰스 레빈스키의 499살 외계인, 지구에 오다,

다른 한권은 우리 나라 하은경 작가의 우리들의 작은 신이다.

 

 

 

비룡소의 일공일삼 시리즈 즉 초등 고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작품 속 화자는 어린이가 아닌, 우리 같은 어른. 글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작가이다. 글이 안써져 머리 쥐어짜던 어느 날 밤, 외계인이 느닷없이 방으로 들어와 말을 건다.

키와 몸집은 지구에 사는 어린 아이 정도 되어 보이는데 499살이 되었다고 소개하는 이 외계인은 학교 숙제때문에 모르는 별 지구에 떨어지게 된 것이란다. 그 별에서는 태어날 때 어른으로 태어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어린이가 되어 간다. 그리고 더 지혜로와진다. 기발하다. 499살의 이 늙은 어린이가 지구에 와서 무엇을 느끼고, 숙제장에 뭐라고 적어갈까.

식상한 이야기가 아닌 것이, 독자로 하여금 결말이 어떻게 될지 '감히' 예측을 할 수 없게 한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으며, 그 뒤에 감춰진 의미와 가르침도 있고,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별점을 준다면 다섯개 중 다섯을 주겠다.

 

 

 

 

 

우리 나라 무속 신앙과 동학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청소년 대상 작품 속에 도입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읽어보고 싶은 관심을 끄는 작품이라 하겠다.

작가의 문장력, 묘사력, 표현 기법, 모두 출중하다. 이야기가 무리없이 매끈하게 진행된다.

그런데, 참신한 소재는 아니다. 독창성이 떨어진다.

어디서 비슷한 이야기를 듣거나 읽은 적 있다. 앞으로도 또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결말이 예측 가능하다. 다음 페이지가 궁금하지 않다.

아...또 드러나고 마는 우리 나라 작가 작품들의 한계점이다.

쓰는 동안 작가가 주인공 연화에 몰입하여 일심동체가 되다시피 했다는데, 과연 문장이 매우 수려하고 심리묘사도 뛰어나다. 우리 나라 작품들의 강점이 스토리보다는 이런 세세한 묘사와 표현력에 있으니, 외국에 번역되어 소개되기에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별점을 준다면 다섯 개 중 셋을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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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2-05-07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위의 책, 언젠가 우리 아들이 읽고 있는 걸 봤었는데...그렇게 그렇게 까먹었더랬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린이가 되어간다는 설정, 잼난걸요~^^

hnine 2012-05-07 16:53   좋아요 0 | URL
재미있더라고요.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많이 알고 더 지혜로와지는 줄 알고 있지만 사실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작가의 그런 풍자가 들어가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세상을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것, 그것 말고 우리 어른들이 하는 일이란 뭘까요...
아드님은 책도 참 골고루 많이 읽는가봐요.

파란놀 2012-05-0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한국 작가들이 '줄거리' 있다는 대목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서양 작가들처럼 '문장과 묘사력'을 잘 한다고들 하더군요.

줄거리를 잃으면 문장과 묘사력이 있어도
이야기책을 읽을 맛이 사라지잖아요...

hnine 2012-05-07 18:40   좋아요 0 | URL
'줄거리'란 말, 오랜만에 들어요 ^^
아무리 아름다운 뜻이 담긴 책이라도 재미없으면 아이들이 안보려고 해요. 그나마 우리 나라는 엄마들의 적극적인 책구매욕으로, 추천목록에 있는 책들을 아이들에게 많이 읽히고 있어 다행인데 저처럼 아이에게 그냥 읽고 싶은 책 읽으라고 방치해두는 부모 밑에 있는 아이들은 번역물에 비해 우리 나라 작품들을 스스로 골라 읽는 예가 많지 않을 듯 싶어요.

비로그인 2012-05-07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나이 들수록 어린이가 되어간다면... 그건 또 모르겠네요. 지금보다는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동화책 읽는 아이들 보면 참 신기해요.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왜 신기할까요? <내 친구 파란 곰>이라는 동화책이 생각나네요 :)

hnine 2012-05-07 18:49   좋아요 0 | URL
그래서 말이지요, 동화책을 읽는 시기가 일생에 두번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 그리고 저처럼 다 어른이 된 후에 다시 찾게 되더란 말이지요.
<내 친구 파란 곰>은 저도 아직 안 읽어본 책인데 전 왜 제목부터 겁이 나지요? 인형 말고 진짜 곰이 파란 색이라면 무섭지 않을까요? 에구구...
499살 저 책은 재미있어요, 권해드릴만 합니다. 저 외계인이 하필 지구로 오게 된 것도 저 499살이란 나이와 상관이 있답니다.

비로그인 2012-05-07 22:24   좋아요 0 | URL
ㅎㅎ 보관함에 담았어요! 아, 그런데 요새는 책 살 돈도 쪼들려서 걱정이에요. 생활비도 딱히 넉넉한 것이 아니니... 저도 투잡을 뛰어야겠어요 +_+

hnine 2012-05-08 05:22   좋아요 0 | URL
ㅋㅋ 그래도 이 책은 그리 부담가는 가격이 아니지요.
투잡, 저도 투잡입니다! ^^

세실 2012-05-09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에서 어린이로 변한다는 설정. 문득 우리 삶도 그렇다는 생각 듭니다. 치매도 같은 맥락 아닐까요?...... 얼굴도 어린이로 변한다. 음 그건 싫다 ㅎ

hnine 2012-05-09 07:34   좋아요 0 | URL
외모나 치매도 그렇지만, 어른이 되면서 더 '기본'을 잊고 사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다른 사람의 눈이 나의 마음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질때도 있고...아무튼 작가는 이 작품 속에서 그런 것을 밉지 않게 비꼬고 있는 것 같더군요.